환자 동의 안받고 조직검사 중 폐 절제.. 11억원 배상 판결

이정구 기자 2021. 7. 2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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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검사를 하다가 환자 동의 없이 폐 일부를 잘라낸 의사와 병원이 손해배상금을 11억여 원 물게 됐다.

국내 대형 로펌 변호사 A씨는 2016년 서울성모병원에서 폐렴 관련 검사를 받은 뒤 정밀 진단을 위해 조직 검사도 받았다. 당시 의사 B씨는 조직 검사용 검체를 채취하면서 비교적 작은 범위를 절제하는 ‘쐐기 절제술’을 시행했다. 그자리에서 ‘악성 종양 세포가 없는 염증’이란 소견이 나왔다. 그러자 B씨는 쐐기 절제술을 통한 조직 검사로 원인균을 확인하지 못했을 가능성, 쐐기 절제술로 절제한 부위의 염증으로 인한 봉합의 어려움 때문에 절제 부위를 넓혀 폐 오른쪽 위 부위(우상엽) 전체를 뗐다.

이후 변호사 A씨는 우상엽 전체를 절제하는 수술이었다면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약 20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폐는 폐엽 5개로 구성돼 있는데, 절제 위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절제술 후에 10% 내외로 폐 기능이 저하된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학교 법인 가톨릭학원(성모병원)과 의사 B씨가 A씨에게 11억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1심은 A씨에게 14억여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A씨는 수술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쐐기 절제술로 절제하는 범위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였는데, 우상엽 전부를 절제하는 것을 알았다면 결코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헌법상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와 자기 결정권을 침해당했다”고 판단했다.

배상 금액에는 수술비, 간호비, 위자료 그리고 A씨의 월 소득(3000만원)에 따른 일실 수입(사고 등이 없었다면 받게 될 장래 소득)이 포함됐다. 일실 수입은 파트너 변호사인 A씨가 변호사 활동을 못 한다는 전제에서 A씨가 가동 연한(일할 수 있는 기간)인 만 70세가 될 때까지의 소득 65%를 합산했다. 절제 수술로 A씨의 신체 기능이 65%까지 저하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심 재판부는 같은 판단을 하면서도 A씨의 장래 기대 소득을 조정해 배상액을 11억여 원으로 줄였다. A씨가 일하는 로펌은 만 60세가 정년이기 때문에 현재 수준의 소득(월 3000만원)은 그때까지 적용하고, 이후 만 70세까지 소득은 통계상 ’10년 이상 경력 남자 변호사'의 평균 수입(월 767만원)을 기준으로 계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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