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 되자 안면인식… “청소년이군요, 게임 접속 끊습니다”

실리콘밸리/김성민 특파원 2021. 7. 2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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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 인식 기술, 인권침해 논란에도 급속도로 확산

중국 최대 게임업체 텐센트는 지난 8일 미성년자가 밤 10시가 넘어도 게임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안면 인식 기술을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텐센트는 2019년부터 베이징과 선전에서 이 기술을 적용했는데 이를 중국 전역에 확대하는 것이다. 중국에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청소년 셧다운제가 있다. 미성년자는 밤 10시부터 아침 8시까지 게임 접속이 불가능하고, 1일 게임 시간도 최대 90분(평일)으로 제한된다. 텐센트는 성인 신분으로 로그인돼 있어도 야간에 일정 시간 이상 게임하면 안면 인식을 통해 미성년자를 가려낸다는 방침이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소도시 작은 도시 놀리나는 올해 안에 마을 전역에 안면 인식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마을에 들어오는 모든 차량과 사람을 확인해 방범 활동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인종차별과 인권침해 위험이 높다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안면 인식 기술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공항이나 마트를 비롯해 은행·증권사 같은 금융권에서도 정확하고 빠른 신원 확인을 위해 안면 인식 기술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딥러닝으로 부활한 안면 인식

인식 정확도가 떨어지고, 보안에 취약한 것으로 평가되던 안면 인식 기술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은 심층학습(딥러닝) 같은 인공지능(AI) 덕분이다. 현재 사용되는 안면 인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스마트폰 잠금 화면을 풀거나, 금융 거래에서 사용하는 안면 인식이다. 사용자의 필요에 의해 안면 인식을 하는 것으로 이 경우 보통 적외선 카메라 등을 이용한다. 우선 점 수만 개를 투사해 얼굴의 3D 이미지를 만든다. 이를 바탕으로 얼굴의 높낮이를 파악해 심도 맵을 만들고 사전 등록된 얼굴 데이터와 비교해 신원을 확인한다. 대표적인 것이 애플의 ‘페이스 ID’이다.

둘째는 공공장소에서 CC(폐쇄회로)TV를 통해 진행하는 안면 인식 기술이다. 사용자의 사전 동의가 없이 진행되고, 촬영된 화질이 떨어져 오류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더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다. 보통 4단계를 거친다. 먼저 CCTV에 찍힌 화면을 AI가 컬러에서 흑백으로 변환하고, 이 흑백 이미지 픽셀에서 명암 차이로 생기는 패턴을 분석해 사람의 얼굴을 가려낸다. AI는 가려낸 사람 얼굴에서 눈썹과 눈·코·입·뼈 돌출 구조 등 60여 개 이상의 기준점을 바탕으로 얼굴의 특징을 파악한다. 이후 서버에 저장된 인물 사진과 대조해 현재 CCTV에 찍힌 사람이 누구인지 식별하는 식이다. 이러한 안면 인식 기술은 범죄나 테러 예방 목적으로 많이 사용된다. 중국의 경우 13억 인구의 얼굴을 3~5초 안에 90% 정확도로 식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곳곳에 구축하고 있다.

◇활용성 높아지는 안면 인식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케츠에 따르면 2020년 38억7200만달러(약 4조5000억원) 규모였던 안면 인식 시장은 연평균 17.2% 성장해 2025년 85억7500만달러(약 9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백화점 메이시스와 애플의 애플스토어 등은 상품 도난 등을 막기 위해 안면 인식 기술을 사용한다. 입구에 들어서는 고객의 얼굴을 인식해 해당 고객이 예전 매장에서 절도 등의 범죄를 저질렀는지 파악하고 집중 감시하는 것이다. 메이시스는 “조직적인 소매 절도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일본의 나리타와 하네다 공항에서도 올 7월부터 안면 인식 기술이 적용됐다. 여행객이 체크인할 때 사진을 찍으면 이후 보안 검색대나 탑승구, 수하물 체크 등에서 여권이나 항공권 없이 안면 인식으로만 신원을 확인한다. 공항 측은 이렇게 수집한 여행객의 사진은 24시간 내에 삭제한다고 밝혔다.

미 캘리포니아에서는 안면 인식 기술을 응용해 산불 감시에 활용한다. 캘리포니아 소노마 카운티는 지난 3월부터 한국의 안면 인식 스타트업 ‘알체라’의 AI 컴퓨터 비전을 활용해, 소노마 카운티를 둘러싼 캘리포니아 산악 지역 곳곳을 실시간 감시하고 있다. AI가 800여 대의 CCTV 화면을 살피고 연기의 특성과 이동 방향, 구름·안개 등 기상 조건과 결합해 분석한 뒤 이상 상황이 발생하면 소방공무원에게 경보를 보낸다.

국내에서는 금융권을 중심으로 안면 인식 적용 사례가 늘고 있다. BNK부산은행은 올 10월 안면 인식 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실명 확인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했고, 대구은행은 내년 4월부터 은행 창구에서 안면 인식을 통해 신분증이 없어도 신원을 확인하는 시스템을 적용하기로 했다. 해당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에도 돈이 몰린다. 지난 21일 안면 인식 기술 기업 클리어뷰 AI는 3000만달러(약 34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스라엘의 안면 인식 스타트업 애니비전도 지난 7일 일본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 등에서 2억3500만달러(약 2700억원)를 유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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