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기式은 지겨워".. '안티 소셜미디어'가 뜬다

박건형 기자 2021. 7. 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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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피 못 올리고 '뽀샵' 안 되는
美 사진 공유 앱 '포파라치'
앱스토어 다운로드 1위 오르기도

미국 스타트업 TTYL의 사진 공유 앱 ‘포파라치(Poparazzi)’는 일반적인 소셜미디어와는 전혀 다르다. 남들이 찍은 사용자의 사진을 사용자 피드(담벼락)에 올리고, 사용자는 게재할 사람을 정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진을 제거할 수만 있다. 기존 소셜미디어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셀피(자신을 직접 촬영한 사진)’를 올릴 수 없는 것이다. 사진 필터나 편집 기능이 없어 사진을 ‘뽀샤시’하게 만드는 것도 불가능하다. 포파라치는 지난달 미국·호주·벨기에·캐나다 등에서 앱 장터 다운로드 수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포파라치는 “우리는 지난 10년간 가장 좋은 모습을 전시하기 위해 사진을 과도하게 편집해왔다”면서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없애려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그래픽= 이철원

◇안티 소셜미디어 붐

포파라치 같은 ‘안티(anti) 소셜미디어’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애쓰고, 인간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를 매일 수십 차례 드나드는 것이 피곤한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유명 유튜버 데이비드 도브릭이 2019년 만든 디스포(Dispo)는 출시 첫 주에 백만번 이상 다운로드되며 화제를 모았다. 아날로그 일회용 카메라를 지향하는데, 앱을 실행하고 사진을 찍으면 필름 카메라처럼 하루가 지난 뒤에야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월 2억달러(약 2300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투자를 유치했다. 비리얼(Bereal)은 사용자가 제어할 수 없는 소셜미디어를 내세우며 사용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비리얼은 매일 특정한 시간에 알람을 보내고, 사용자는 2분 이내에 현재의 모습이나 주변 풍경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게 한다. 같은 그룹에 묶여 있는 친구들에게 동시에 알람이 전송되기 때문에, 자신과 주변인들이 같은 시간에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사용자에게 고도의 인내를 요구하는 소셜미디어도 있다. 미뉴셔(Minutiae)는 1440일간 사진을 촬영하면 사진을 모아볼 수 있도록 해준다. 사용자는 미뉴셔가 보낸 푸시 알람에 맞춰 곧바로 사진을 촬영해야 하고, 동시에 딱 1분간만 누군지 모르는 익명의 사용자가 촬영한 사진을 볼 수 있다. 무려 4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지켜야 하는 까다로운 규칙이지만 미뉴셔에 따르면 2017년 처음 출시된 이후 내려받은 사람 가운데 40%가 1440장의 사진 촬영을 완성했다. “소셜미디어 중독에 대한 해독제”라는 평가를 받는다.

◇서비스 베끼는 빅테크가 생존 위협

기술 분석 사이트 더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이 올 들어 소셜미디어 스타트업에 투자한 금액은 50회사, 20억달러에 이른다. 이 중 상당수가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안티 소셜미디어 스타트업에 몰렸다. 다만 이들이 절대 강자인 페이스북·인스타그램·틱톡을 넘어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 같은 거대 빅테크가 시장의 관심을 끄는 스타트업들의 서비스를 빠르게 베끼며 가로채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초 폭발적인 화제가 됐던 음성 채팅 앱 ‘클럽하우스’도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이 음성 채팅 기능을 선보이며 맞대응하자 인기가 급속히 사그라들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안티 소셜미디어 서비스들이 시장에서 계속 생존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지만, 이들은 (소셜미디어의) ‘정보 과부하’보다는 ‘제약’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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