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타워] 한 소설가의 '불멸의 신성가족' 추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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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무슨 단체이기에 매년 거액의 혈세가 투입되고, 어떤 중요한 일을 하기에 공무원이 무려 14명이나 편제돼 있단 말인가.' 자칭 '부장급 소설가' 이기호씨가 올 초부터 대한민국예술원을 알아보기 시작한 건 다 문학 때문이었다.
명색이 문예창작과 교수란 사람이 문학예산 정도는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예산을 들여다봤다가 그만 예술원을 덜컥, 주목하게 됐다.
그러니까, 예술원의 근거가 되는 '대한민국예술원법'은 전시 중인 1952년 '문화보호법'으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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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무슨 단체이기에 매년 거액의 혈세가 투입되고, 어떤 중요한 일을 하기에 공무원이 무려 14명이나 편제돼 있단 말인가.’ 자칭 ‘부장급 소설가’ 이기호씨가 올 초부터 대한민국예술원을 알아보기 시작한 건 다 문학 때문이었다.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난 그가 200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군의 한 명으로 주목받은 것도, 대학 교수가 된 것도, 문학의 은혜 아니었던가.
하는 일은 가관이었다. 주요 사업이 예술원 회원들의 회비 및 수당 지급이라니. 이상해서 살펴보니 예술원 회원 각자에게 매달 180만원, 연간 2100여만원씩, 모두 4억6000여만원을 지급하고 있었다. 미국이나 독일, 프랑스 등은 예술원 회원에게 정액수당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회원들이 회비를 내서 단체를 운영하고 젊은 예술가들을 지원해 준다는데.
물론 이름도 희한한 ‘아르코청년예술가지원’ 사업이란 게 있긴 했다. 근데, 예산은 꾸준히 줄어 올해 문학부문 청년예술가 7명에 지원된 예산은 고작 4000만원이 전부였다. 사실상 면피인 듯했다.
더 기막힌 건 예술원 회원 자격과 폐쇄적인 선정 과정. ‘예술 경력이 30년 이상이며 예술 발전에 공적이 현저한 사람’(대한민국예술원법 제4조)이라고 규정했는데, 공적이 현저한 걸 기존 회원이 판단한다는 거였다. 그건 그들과 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 아닌가. 더구나 2019년엔 회원 임기를 4년에서 ‘평~생 동안’으로 개정해 버렸다니.
소설가와 대학교수를 양념 반 프라이드 반처럼 병행 중인 그였지만 ‘불멸의 신성가족’이 된 예술원이 부끄러웠다. 그리하여 그는 잡지 ‘악스트’ 제37호에 단편소설 ‘예술원에 드리는 보고-도래할 위협에 대한 선제적 대응 방안(문학 분과를 중심으로)’을 발표하고, 청와대 국민청원도 했다.
총대 메는 것을 싫어하고, 더구나 앞에 나서는 건 통 체질에 맞지 않던 그가 이런 행동에 나선 건 어떤 ‘염치’ 같은 것이었다. 가난과 악전고투 속에 전업 작가의 길을 걷는 동료와 후배들에 대한 작은 경의의 표현 같은. 인연도 있는데, 소설 쓰기도 바쁜데, 라는 기성세대가 되는 비밀의 문에 갇히지 않겠다는.
안 되면 말지, 했는데, 웬걸. 김유담, 김판수, 나해철, 오길영, 이순원, 이시영 등 선후배 작가들이 응원 글이나 댓글, ‘좋아요’를 폭풍처럼 보내오는 건 뭔가. 아이씨, 이건 쉽게 물러나지 말라는 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데, 날은 점점 더워오는데, 아이들과 옥수수전이나 부쳐 먹고 싶은데.
김용출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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