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겨낸 금메달"..'세계 1위' 오상욱은 다리를 절뚝거렸다 [도쿄 인터뷰]

지바 | 김은진 기자 2021. 7. 28.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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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오상욱이 28일 2020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마지막 주자로 금메달을 확정지은 뒤 김준호와 끌어안고 감격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상식을 마친 오상욱(25)은 다리를 절뚝이며 걸어나왔다. 이미 결승전 후반에도 자꾸 허벅지를 만지고 있었다.

오상욱은 “코로나19 치료를 받은 뒤 퇴원하고 다시 운동하려니 근육도 빠지고 체력도 빠졌는지 다리가 말을 잘 듣지 않았다. 오늘도 경기하다가 자꾸 다리를 잡아야 했다”고 했다.

오상욱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던 선수다. 지난 3월이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에 출전했다 귀국한 뒤 양성 판정을 받았다. 4년 넘게 준비해온 올림픽, 개막을 넉 달 앞두고 ‘올스톱’ 상태가 됐다.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약 한 달, 회복된 뒤 올림픽 준비는 처음부터 다시 해야 했다.

오상욱은 남자 사브르 세계랭킹 1위다. 쏟아지는 기대와 관심이 부담스러웠을테지만 팀의 막내임에도 기둥이기에 티를 낼 수 없었다. 올림픽 전 진천 선수촌에서도 오상욱은 “부담은 되지 않는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나 “금메달”이라는 단어를 쉽게 꺼내지는 못했다.

생애 첫 올림픽 무대, 지난 24일 개인전에서 오상욱은 8강에서 물러났다. ‘충격패’라는 수식어가 따랐다. 당황스러운 8강 탈락에 웃지 못하면서도 반드시 금메달을 따내야 할 단체전을 기약했던 오상욱은 나흘 만에 다시 완전하게 몸과 마음을 ‘리셋’했다.

오상욱은 28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구본길(32), 김정환(38), 김준호(27)와 함께 금메달을 따냈다.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3위 이탈리아를 45-26으로 압도했다. 금메달을 목에 건 오상욱은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기쁘다”고 말했다.

개인전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 점수를 받지 못해 판정에 흥분했다. 단체전에서는 흥분하지 않겠다”고 했던 오상욱은 침착했다. 첫 주자 김정환이 5-4를 만들자 이어받은 오상욱이 완전하게 격차를 벌렸다. 상대 두번째 주자 알도 몬타노에게 단 1점도 내주지 않고 5점을 얻어 10-4를 만들었다. 한국은 4번째 바우트까지 무려 20-7로 달아나 승기를 잡았고 40-21에서 오상욱은 마지막 주자로 다시 나섰다. 내리 5점을 내주며 흔들렸지만 정신을 가다듬었다. 연속 4득점으로 44-26을 만든 뒤 막고 찌르기로 득점하며 2020 도쿄올림픽 한국 펜싱의 첫 금메달을 확정했다. 막내인 에이스 오상욱의 마무리로 한국 남자 사브르는 2012 런던올림픽에 이어 또 한 번 단체전을 제패하며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오상욱, 김준호, 김정환, 구본길(왼쪽)이 28일 2020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웃고 있다. 연합뉴스


2012년 런던에서 오은석, 원우영과 함께 한국 펜싱에 단체전 사상 첫 금메달을 안겼던 김정환과 구본길은 역사적인 올림픽 2연패의 주인공이 됐다. 남자 사브르 단체전이 열리지 않았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개인전 동메달을 따낸 뒤 이번에도 개인전 동메달을 따내 한국 펜싱 선수 최초로 올림픽 메달 3개를 목에 건 김정환은 또 한 번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추가해 4개째 메달을 목에 걸었다. ‘셋째’ 김준호는 개인전에 출전하지 않았지만 세계랭킹 1위인 한국 남자 사브르의 명성을 금메달로 지켜야 한다는 부담 속에 8번째 바우트에 피스트에 처음 올라 5-1로 상대를 제압하며 후반부 쐐기를 박았다.

세계 9위인데도 개인전 32강에서 탈락했던 ‘둘째’ 구본길은 “개인전에서 너무 못해서 불안했다. 점수 차가 압도적이었지만 끝날 때까지 한 순간도 이겼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며 비로소 웃었다. “개인전 메달은 덤, 내 원래 목표는 단체전”이라고 했던 ‘맏형’ 김정환은 “어제 여자 에페를 보며 결승 진출이 부러운 동시에 결승에서 지는 모습 보고 네 명 모두 잠을 자지 못했다. 지금 온몸이 매 맞은 듯 쑤신다. 이번에도 한숨 자고 내일 일어나 샤워를 하면서야 실감이 날 것 같다”고 꿈만 같은 해피엔딩에 미소지었다.

지바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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