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뺨치는 펜싱 F4, 누가 가장 잘생겼나 질문에 "1위는.."
28일 도쿄올림픽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압도적인 기량으로 정상에 선 ‘어벤저스’는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금메달에 대한 소회를 털어놓았다. 김정환과 구본길, 오상욱, 김준호는 “그동안 흘린 땀방울이 보상을 받았다”며 활짝 웃었다.
김정환과 구본길은 2012 런던올림픽에 이어 2연속 단체전 금메달을 품에 안았다. 런던올림픽에선 원우영(39), 오은석(38·이상 은퇴)이 김정환, 구본길과 금메달을 합작했다. 리우에선 단체전 6개 종목 중 4개만 열리는 순번제에 따라 남자 사브르 단체전이 열리지 않았다.
구본길에게 런던과 도쿄 멤버 중 누가 더 강하냐고 물었다. 구본길은 “그래도 경험과 노련미 등을 생각하면 런던올림픽 멤버가 조금 더 세다고 생각한다”며 “런던 멤버인 원우영과 오은석 형이 최대한 버텨주고 물러나 준 덕분에 큰 공백 없이 오상욱과 김준호로 세대교체를 할 수 있었다. 두 형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구본길은 “9년 전 금메달을 따봤기 때문에 어떤 마음인지 잘 안다”며 “오늘 후배들에게 그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날 펜싱 대표팀은 경기 도중 피스트에 서 있는 선수들에게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오상욱이 흔들리자 구본길은 “(네 실력을) 의심하지 마”라고 외쳤다.
구본길은 “나 역시 동료들의 격려에 큰 힘을 얻었다. 내가 내 몸을 못 믿었는데 뒤에서 ‘형, 오늘 몸 좋다’라는 말을 해줘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한국 펜싱 사브르 대표팀의 별명은 ‘어벤저스’다. 실력뿐만 아니라 준수한 외모로 유명하다. 김정환과 구본길이 홍콩 영화에 나오는 배우처럼 중후한 멋을 자랑한다면, 김준호와 오상욱은 아이돌 가수 뺨치는 비주얼을 뽐낸다.
구본길에게 ‘어벤저스’ 중 누가 가장 잘생겼느냐고 묻자 한참을 망설이던 구본길은 “1위는 김준호이고, 저는 공동 2위쯤 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에이스 오상욱은 지난 3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월드컵에 참가 후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미각·후각이 없어졌고, 92㎏이던 몸무게가 한 달 만에 85㎏이 됐다.
오상욱은 “코로나에 걸려도 이겨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꼭 보여주고 싶었다”며 “운동을 못 하는 바람에 다리 근육이 빠졌지만, 열심히 대회를 준비해 오늘의 영광을 안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세계랭킹 1위를 지켜왔던 오상욱은 기대를 모았던 24일 개인전에선 8강에서 덜미를 잡혔다. 그는 “개인전에서 패하고 빨리 단체전으로 포커스를 전환하려고 했다”고 했다.
이날 45대26의 큰 승리를 따낸 비결에 대해선 “이탈리아의 에이스가 부상을 당하며 교체 선수가 들어왔던 것이 우리에겐 행운이었다”며 “그래도 끝까지 긴장을 놓치지 않고 경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결승에선 손쉽게 이겼지만 독일과의 4강전은 엎치락뒤치락하는 까다로운 승부였다. 오상욱은 “경기가 정말 접전이었는데 열심히 싸우는 동료들을 보며 뭉클한 생각이 들었다”며 “오늘의 금메달은 한국 사브르의 또 다른 출발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맏형 김정환은 이날 금메달로 올림픽에서 금2·동2를 수확하게 됐다. 한국 펜싱 선수 중 가장 많은 메달을 따낸 그는 “도쿄로 오면서 메달 색깔과 상관없이 올림픽 메달이 3개 있는 사람이 되자고 했는데 4개가 됐다”며 “대표팀에서 은퇴했다가 컴백한 뒤 코로나가 터지며 복귀를 후회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동생들을 믿고 단체전에서 다시 한 번 해보자고 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져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사브르 대표팀은 전날 4명 모두 다 잠을 잘 못 이뤘다고 했다. 김정환은 “여자 에페팀이 결승에서 지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우면서도 우리는 결승에도 못 올라가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됐다. 그래도 모두 잘 이겨내서 기쁘다”며 “올림픽을 치르고 나면 온몸이 매를 맞은 듯 아프다. 내일 샤워를 하면 금메달이 실감 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후배들이 오늘 경험으로 올림픽이 얼마나 간절한 무대인지 깨달았을 것”이라며 “그 절실함으로 파리올림픽을 준비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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