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대표 고영표 "갇히고 막혀도..축제는 축제다" [Tokyo 2020]

<야구 국가대표 고영표> 정리 | 김은진 기자 2021. 7. 28.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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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각국 선수들 삼삼오오 모여
ㆍ배지도 교환하며 ‘조용한 교류’
ㆍ리그만 치르던 내겐 다 신기
ㆍ매일 검사에 숨 막힌 마스크
ㆍ어쩌면 마지막, 나는 행운아

한국 야구 대표팀 최원준이 지난 27일 일본 도쿄 올림픽선수촌에서 고영표와 함께 자전거를 타러 나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고영표 촬영·제공

지난 26일 늦게 선수촌에 들어온 뒤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에 갔다. 원산지를 보려 했는데 명확히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생선은 먹지 않기로 하고 카레라이스와 샐러드를 먹으면서 식당 안을 둘러보았다. 선수들 각자 경기 일정이 달라 식당은 갈 때마다 붐빈다. 그날은 밤이라서인지 밥만 먹고 바로 일어나는 선수는 많지 않은 것 같았다. 다 먹고도 한참 동안 앉아서 즐겁게 이야기 나누는 선수들이 많았다.

입국 과정이 힘들어서였는지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이틀 뒤 대회 시작인데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웨이트 트레이닝장에 갔다. 꽤 많은 선수들이 운동하고 있었다. 딱 봐도 역도선수인 듯 엄청나게 몸 좋은 선수가 운동하는 모습을 한참 동안 봤다. 올림픽을 위해 세계 최고 선수들이 모여 운동하는 장소였다. 다른 나라 선수들은 어떤 운동을 어떻게 하는지 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선수촌 안을 막 뛰어다니는 선수도 있었다. 마라톤 선수인가보다라고 우리끼리 이야기했다.

선수촌 안에는 공원 같은 곳이 있다. 잠깐 바람 쐬기 좋은 곳, 어두워지고 선선해지니 각국 선수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배지도 교환하며 교류하고 있었다.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다들 즐거워 보였다. 한 독일 선수가 다가왔다. 어느 나라에서 왔고 무슨 운동을 하는지 물으며 배지를 교환하자고 했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잠시 앉아 있을 때도 꽤 많은 외국 선수들이 다가와 인사했다. 이탈리아, 페루, 슬로베니아 선수들과 배지를 주고받았다. 한국어 인사말을 묻는 그들과 같이 사진을 찍기도 했다.

고영표가 올림픽 선수촌 입촌 후 브라질, 슬로베니아, 독일 등 각국 선수들과 교환한 배지들. 고영표 선수 제공

나는 올림픽에 처음 왔다. 대학 3학년이던 2013년 중국 톈진에서 열린 동아시안게임에 야구 대표팀으로 출전한 적이 있지만, 그때는 선수촌 아닌 호텔에서 생활했다. 여기, 도쿄 올림픽의 선수촌 생활은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다.

올림픽 안에서는 수영이나 육상 같은 종목이 ‘메인 이벤트’다. 대부분 종목의 선수들은 1년 내내 수많은 국제대회에 참가한다고 들었다. 몇 달 동안 긴 국내 리그를 치르는 야구선수의 눈에는 전 세계 각 종목 선수들이 모여 있는 올림픽 선수촌 풍경이 굉장히 새롭다.

야구선수들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이번에 처음으로 다시 올림픽에 나간다. 나 역시 이번에 뽑힌 것이 신기한 데다 앞으로 다시는 올 수 없을 거라 생각한다. 우리 대표팀 대부분에게 도쿄는 올림픽 선수촌을 경험할 마지막 기회일 것이다.

2020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 투수 고영표. KBO 제공

2008년처럼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프로야구가 다시 ‘붐업’ 되는 계기로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에 책임감을 느낀다. ‘나는 행운아’라는 생각도 하며 도쿄에 왔다.

우리는 메달을 따러 왔다. 긴장하는 선수도 있고 의욕 가득한 선수도 있다. 모두가 책임과 부담을 동시에 느끼고 있지만 다시 경험할 수 없을 올림픽의 추억도 쌓고 가야 할 것 같다.

여기 모인 전 세계 선수가 모두 매일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철저하게 마스크를 쓰며 조심하고 있다. 우려 속에 개최된 올림픽,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 생활하려 한다. 하지만 메달과 코로나 걱정만 하며 보내기에는 아까운 시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선수촌 각 동 앞에는 자유롭게 탈 수 있도록 자전거들이 비치돼 있다. 아침에 (최)원준이와 함께 마스크를 쓰고 자전거로 각국의 국기가 걸린 선수촌을 한 바퀴 돌았다. 많은 것이 통제되고 있지만 이래서 올림픽이 전 세계 스포츠인의 축제구나 처음 느끼고 있다.

<야구 국가대표 고영표> 정리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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