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은 유소년 진입 장벽 낮아..예천군, 과감한 훈련 지원 한몫"

백경열 기자 2021. 7. 28.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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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일고 황효진 코치가 전하는 고교생 신궁 김제덕 탄생 비결

[경향신문]

광주에서 지난달 열린 아시아컵 1차대회 후 황효진 코치(왼쪽)와 김제덕 선수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 선수는 이 대회 개인전과 단체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황효진 코치 제공
고교·대학·일반부 똑같이 경쟁
대표 선발전 4000~5000발 쏴
상위 20명 새봄에 최종 선발전
실력 기준 매년 선발 과정 반복
경북교육청 김제덕 양궁장 추진
2019년 다쳐 2년간 재활 도와

“실력에 따라 공정하게 선수를 뽑는 분위기가 정착돼 있기 때문이죠.”

도쿄 올림픽 양궁 2관왕 김제덕 선수(17)가 다니는 경북 예천 경북일고등학교의 양궁부 황효진 코치(33)는 김 선수와 같은 ‘고교생 신궁’이 탄생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28일 이같이 말했다. 황 코치는 2019년 어깨 부상으로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기권한 김제덕 선수의 재활을 돕는 등 약 2년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철저하게 실력으로만 선수를 뽑는 국가대표 선발 시스템, 또 지자체의 과감한 지원 등이 나이는 어리지만 뛰어난 선수를 발굴할 수 있었던 요인이라고 밝혔다. 황 코치는 양궁이 다른 엘리트 종목에 비해 공정하게 심사하는 데다 유소년의 진입 장벽도 낮다고 지적했다. 또 특정 대학이나 지역 등에 따른 파벌도 없는 종목이라는 게 황 코치의 생각이다.

국가대표 선발전은 매년 9월부터 11월 사이 2~3차례 열린다. 고등·대학·일반부 등 100명이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하게 된다. 단 경쟁대열에 끼기 위해서는 선발전 이전에 열린 전국단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서 자격을 얻어야 한다. 고교생은 100명 중 20명 정도 포함된다.

황 코치는 “선발전의 경우 여러 가지 방식을 섞어서 부정이 개입될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면서 “가령 토너먼트 경기에서 승자조와 패자조로 나뉜 뒤 조별로 경쟁시키고, 이후 승패에 따라 승점을 주되 과녁 중앙에 더 가깝게 활을 쏘면 높은 점수를 주는 등 세부 조건을 까다롭게 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혹독하다고 알려진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은 기간만 일주일가량 소요되고, 선수들은 선발 기간 중 점심시간을 제외하고는 계속 활시위를 당겨야 한다. 각 선수는 선발전에서 4000~5000발을 쏘는 강행군을 버텨야 한다.

100명이 경쟁하는 선발전에서 20명을 추려내며, 상위 8명은 국가대표 자격으로 선수촌에서 동계훈련을 받게 된다. 나머지 12명은 개인별로 훈련을 하게 된다. 이후 이듬해 3~5월 20명이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 나갈 티켓을 놓고 또다시 겨룬다.

황 코치는 “봄에 치러지는 이 경쟁은 지난해 성적을 무시하고 출발선에서 다시 진행되는 점도 흥미로운 부분”이라며 “이를 통해 상위 6명(올림픽) 또는 8명(아시안게임)이 최종 선발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매년 이런 과정을 반복해 국가대표 양궁 선수를 선발한다.

그는 지자체의 과감한 지원도 어린 선수들이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전했다. 현재 예천에는 양궁부가 있는 초·중·고교 6곳에서 35명, 실업팀 1곳 8명 등 43명이 활동 중이다. 고등부의 경우 선수가 쓰는 활은 300만~400만원 선이고, 개인당 연간 화살 6세트(1세트 70만~80만원) 등의 장비가 필요하다.

예천군은 양궁장비, 훈련비 등을 위해 각 학교에 매년 1200만원씩을 지원하고 있다. 우수선수 육성을 위해 양궁교실 운영비, 식대, 간식비, 물품구입비까지 1억400만원을 추가로 지원한다.

경북교육청도 장학금을 비롯해 각종 훈련비와 장비구입 비용을 지원 중이다. 황 코치는 “(거짓말 조금 보태서) 선수들이 사비로 양말 하나 사지 않을 수 있을 정도로 지원이 빵빵한 수준”이라며 웃었다.

경북교육청은 김제덕 선수가 재학 중인 경북일고에 30억원을 들여 내년 9~10월 완공을 목료로 양궁장 건립을 추진 중이다. 김 선수의 이름을 따 신설 경기장에 붙일지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황 코치는 “한국 양궁이 외국에서도 인정받고 뛰어난 실력을 보이는 이유가 결국 공정하게 경쟁을 벌일 수 있다는 데서 오는 것 같다”면서 “국가적으로도 조금 더 지원된다면 좋은 선수들이 더 많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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