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는 뭐다? #사진 #멀리 안 가도 돼 #휴대폰만 들고 나가자

이명희 선임기자 2021. 7. 28.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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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갈 만하다 싶으면 또 코로나?! 그래도 너무 답답해' 생각한다면..

[경향신문]

‘정원 만들기’ 전시에 설치된 최정화 작가의 작품 ‘너 없는 나도, 나 없는 너도’. 피크닉 제공

그래도 떠나고 싶다.

‘이 더위에 어딜 가나’ 싶다가도 답답한 집을 벗어나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휴가철이다. 하지만 잠잠하다 싶으면 거세지는 감염병 기세에 멀리 떠나기가 망설여진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8월 이후로 휴가 연기를 권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면 집에서 휴가를 보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멀리 가지 않고 집이나 호텔 등 가까운 데에서 휴가를 보내는 ‘스테이케이션(staycation)’은 코로나 시대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라 친환경 여행법 중 하나이기도 하니까.

게다가 오롯이 내 취향과 일정에 맞출 수 있으니 휴가지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없고, 이동 비용도 절감된다. 당신의 스테이케이션을 위해 몇 가지 아이디어를 소개한다.

#‘피크닉’ 가서 ‘풀멍’ 비올 땐 음악으로 힐링

더워도, 폭우가 쏟아져도 괜찮다. 찾아보면 멀리 가지 않고도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들이 주변 곳곳에 있다.

서울 중구 퇴계로의 복합문화공간 ‘피크닉(Piknic)’도 마찬가지다. 전시장, 카페, 레스토랑, 디자인 상점이 한데 모여 있으니 땀 흘리며 돌아다니지 않고도 한나절은 거뜬히 보낼 수 있다.

피크닉은 소월길 끝자락에 있다. 정문과 후문이 따로 있는데 도보 방문객은 지하철 4호선 회현역 3번 출구로 나와 후문으로 가는 것이 편하다. 주택가 골목 안쪽에 자리한 후문은 자칫하면 지나치기 쉬우니 잘 봐야 한다. 길 찾기 앱을 켜고 가면서도 ‘이런 곳에 있다고?’ 의심할 때쯤 그제야 쪽문이 눈에 들어온다. 직원 전용 출입구 같기도 하지만 그곳이 맞으니 의심을 거두고 들어가자.

주차장이 있는 정문으로 가려면 언덕을 더 올라야 한다. ‘Piknic’ 간판이 걸린 울타리 없는 주차장을 지나 오래된 느티나무 사이로 보이는 건물이 바로 피크닉이다. 1970년대 지어진 제약회사 건물이 리노베이션을 거쳐 재탄생했다. 이곳은 전시기획사 ‘글린트’에서 운영해 수준 있는 전시를 선보인다. 현재 피크닉에서는 ‘정원’을 테마로 한 기획 전시 ‘정원 만들기(Gardening)’가 열리고 있다. 식물과 정원을 가꾸는 행위와 그 경험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지 살펴보는 전시다. 얼마 전 이 전시를 위해 한정 굿즈로 제작한 수제 화분 ‘듀가르송’ 구매 대란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전시 관람자에 한해 가드너들에게 인기 있는 듀가르송 토분을 판매했는데, 이 토분을 사기 위해 새벽부터 긴 줄이 생긴 것이다.

지난 주말 힐링 전시로 입소문이 난 ‘정원 만들기’전을 찾았다. 전시는 예약제로 운영되니 온라인 예약을 하고 방문해야 한다.

전시는 최근 ‘식집사’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풀멍’(풀을 보며 넋놓기)을 하며 코로나19와 무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기에 제격이었다. 1층에서 최정화 설치 미술가가 선보이는 울긋불긋한 인공 정원을 보고, 전시장 뒤쪽 야외로 나가면 조경가 김봉찬·신준호씨가 꾸민 ‘어반 포레스트 가든’이 펼쳐진다. 관람 동선은 다시 실내로 이어진다.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로 알려진 정재은 감독의 3채널 영상 작품 ‘정원의 방식’이 상영되는 방에서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앉아 있게 된다. 암막 상태의 공간에서 영상 속의 꽃과 식물들을 보면서 풀멍을 하고 있노라면 온갖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느낌이다. 30분짜리 영상은 겨울의 끝자락인 지난 2∼3월 제주에서 촬영된 것이다. 카메라는 새벽녘, 작업 도구들을 챙겨 정원으로 향하는 사람을 비추며 흙을 다듬거나 나무를 타고 올라가 가지치기를 하는 장면 등을 느리게 따라간다. 촬영지의 거센 바람 소리를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몸을 감싸게 돼 더위가 달아난다.

남산이 보이는 옥상에서 전시는 마무리된다. 옥상에는 조경가 정영선씨가 꾸민 ‘나의 정원’이 있다. 정원 너머로 남산타워부터 고층 건물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몇 가지 간단한 질문으로 ‘나에게 맞는 한 평 정원?’이 어떤 정원인지 알아보는 테스트도 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 핫플레이스답게 어디서 찍든 사진이 잘 나오니 옥상 정원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해도 좋을 것이다.

지난 4월 시작한 이번 전시는 오는 10월24일까지 열린다. 전시를 준비하며 1층과 옥상에 심은 꽃과 나무의 새싹이 한여름을 보내며 울창하게 자라는 모습을, 가을을 맞아 그 색이 변하는 모습까지 볼 수 있도록 느리게 진행하는 전시다. 옥상에서 만난 직장인 홍경화씨(52)는 “계속 집에만 있다가 예약제로 운영하는 전시라서 혼자 나왔다”면서 “휴가도 못 가고 답답했는데 식물들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아들에게도 전시를 가보라고 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풀멍을 하며 마음을 비웠다면 속을 채울 시간이다. 피크닉엔 카페와 레스토랑이 들어서 있어 이름처럼 소풍 온 듯 즐길 수 있다. 1층에는 ‘카페 피크닉’이 있다. 전시를 본 뒤 배가 출출해질 때쯤 이곳을 찾으면 딱이다. 유명한 ‘헬카페’와 협업해 만든 카페는 커피, 밀크티, 구좌당근주스 등이 인기 메뉴다. 카페는 오후 6시 이후에는 와인과 간단한 음식을 파는 타파스 바로 변신한다. 3층에는 미쉐린 1스타 맛집인 프렌치 레스토랑 ‘제로 콤플렉스’가 있다. 이곳 역시 예약제로 운영된다.

귀를 즐겁게 해줄 곳도 있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경기 파주 헤이리의 고전음악 감상실 ‘뮤직 스페이스 카메라타’는 층간 소음 신경 안 쓰고 원없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이다. 비오는 날이나 ‘집콕’이 지겨운 날, 혼자 훌쩍 가서 음악을 들으며 차 한 잔 하기에 좋은 공간이다. 방송인 황인용씨가 운영하는 곳으로 1만5000여장의 LP를 비롯해 해외에서 공수한 고가의 음향장비들은 듣는 즐거움은 물론 보는 즐거움까지 준다. 1인 입장료 9000원을 내면 음료를 제공한다. 이전에 주던 머핀은 코로나19 사태로 주지 않는 대신 입장료를 1000원 낮췄다. 운영은 주중 오전 11시∼오후 9시, 주말에는 오전 11시∼오후 10시까지다.

지역에도 복합문화공간들이 있다. 옛 공장을 개조한 부산의 ‘F1963’, 전북 전주의 팔복예술공장 등이 유명하다. 건물 안에는 전시장과 다양한 매장이 있으니 둘러볼 만하다. 경북 경주 황리단길에도 최근 생활문화센터가 문을 열었다. 센터에는 공연장, 북카페, 체험공방, 청년 감성상점 등이 입주했다.

#아쉽다면 ‘호캉스’ 더위 없는 진정한 ‘피서’

모처럼 휴가인데 그래도 아쉽다면 ‘호캉스’를 즐기는 것도 대안이다. 코로나19 사태 속 대면 접촉을 줄인 호캉스 상품들이 많이 나와 있다.

글래드 호텔은 더위를 피해 30시간 동안 시원한 호캉스를 즐길 수 있는 ‘30시간의 휴식 패키지’를 다음달 31일까지 선보인다. 서울 지역 4개의 글래드 호텔(여의도, 마포, 강남 코엑스센터, 라이브 강남)에서 이용할 수 있다. 이 패키지는 오전 10시 얼리 체크인 서비스와 오후 4시 레이트 체크아웃 서비스가 제공된다. 호텔 객실에서 30시간 동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주중(월~목요일, 라이브 강남은 목요일 제외) 한정으로 가격은 8만원(세금 별도)부터다.

웨스틴 조선 부산은 8월31일까지 ‘랜선 호캉스’를 테마로 한 ‘머스트 해브 서머’ 패키지를 내놨다. 이 패키지는 객실에서 영상을 보며 플라워 센터피스를 만들어 볼 수 있는 재료 키트를 제공한다. 간단한 만들기 방법과 영상으로 바로 연결되는 QR코드를 삽입한 안내 리플릿을 제공해 혼자서도 만들 수 있다. 가격은 21만원부터다.

#집안일은 ‘NO’ 여름밤 산책은 꼭

휴양지 등으로 멀리 떠나지 않고 온전한 휴가를 보내기 위해서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맘때 휴가지에서 했던 대로 일정을 짜서 휴가를 즐길 것을 추천한다. 이를테면 첫날은 취향에 맞는 드라마 정주행, 둘째날은 전시회, 그다음날은 가보고 싶었던 식당 방문 등 휴가 기간에 하고 싶은 일을 정하는 것이다. 스테이케이션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불규칙한 생활을 하는 ‘방콕’과는 좀 달라야 하니까.

제대로 스테이케이션을 즐기려면 휴가를 온 것처럼 일상에서 벗어나 보자. 집안일에 매끼 식사를 챙기느라 땀을 뺀다면 휴가가 아니지 않은가. 예약해 놓은 식당에 갈 때는 한껏 멋을 내고 가도 좋겠다. 우리가 여행지에서 레스토랑을 갈 때 옷을 차려입고 가는 것을 떠올리면 된다. 요리에 취미가 있다면 평소에는 장바구니에 담지 못한 값비싼 재료를 가지고 특별한 음식을 준비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동안 휴가를 앞두고 새 옷을 장만했었다면, 자신이나 가족을 위해 옷을 선물하는 것도 기분 전환에 효과적이다. 베란다나 옥상에 텐트를 설치해 놓는 것만으로도 캠핑 기분을 낼 수 있다. 하루의 마무리는 동네 탐험이다. 해가 완전히 저물었을 즈음, 동네 산책을 해보자.

이명희 선임기자 mins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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