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화과학' 신성장산업 됐다

2021. 7. 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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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
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

중국의 진시황이 영원히 늙지 않고자 불로초를 구하려고 애를 썼듯이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최대 관심사는 오랫동안 젊음을 유지하는 것이다. 과학과 의학의 발전으로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1800년대 30대 초반, 1970년 62.3세, 2019년 83.3세로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건강한 상태로 얼마나 오래 사는지를 나타내는 건강수명과의 차이는 점점 벌어져 2018년 기준 18년의 격차가 난다.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도 2025년에 20%를 넘어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는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져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고용노동부는 경제활동인구가 2022년부터 감소로 전환되어 2028년에는 100만명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의료비 지출도 급격하게 증가하여 2020년 전체 GDP의 2.5% 수준인 노인의료비가 2030년 6.0%, 2060년 12~16%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으론, 고령인구가 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산업 규모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항노화 시장은 2017년 635억3000만 달러(약 64조원)에서 2022년 885억5000만 달러(약 90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층 증가에 대한 대책 마련과 함께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선진국들은 국민의 건강증진과 미래산업 선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화과학 연구개발을 집중 지원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이 당뇨병 치료제인 메트포민을 이용한 항노화 임상시험을 승인하는 등 인·허가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어 항노화 시장의 성장 전망은 매우 밝다. 특히, 최근에는 구글, 아마존 등 민간기업들도 직접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스타트업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면서 시장선점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한국생명공학연구원도 2008년 국내 최초로 노화전담 연구조직인 '노화연구센터'를 설립하였으며, 2014년 전문연구단으로 확대개편하면서 전주기 노화 진단, 예방 및 치료기술 개발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의 노력을 통해 최근 노인성 근감소증 치료제를 개발하여 연구원 창업기업을 설립하는 등 많은 성과를 도출하고 있다. 현재는 KAIST, KIST, 화학(연) 등과 다학제 연구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대형연구사업으로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융합연구단 사업을 공동 추진 중에 있다.

고령화는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사회현안이다.

따라서 노화 연구·개발(R&D)의 컨트롤타워 구축을 통해 국내 산학연의 역량을 결집하고, 현안 해결을 위한 과학기술적 성과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 지금이 바로 정부 차원의 보다 공격적인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를 위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범정부 차원에서 예비타당성조사 수준의 체계적인 노화과학 R&D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노화를 불가역적인 현상으로 이해해 왔다. 하지만 노화가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과정이 아니라 질병이라는 과학적 증거들이 쌓여가고 있고, 세계보건기구(WHO)도 2018년에 노화를 암이나 관절염과 같은 하나의 질병으로 인정하고 코드를 부여하였다. 국내 산·학·연이 참여하는 대형 프로그램을 통해 혈액 내 노화 조절 인자 규명, 노화세포 선택적 제거 약물(senolytics) 개발, 생체나이 측정 기술 개발 등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미국의 국립노화연구소, 독일의 막스플랑크 노화생물학연구소와 같은 선진 연구기관과 경쟁 가능한 규모의 전문 연구기관을 육성해야 한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같이 노화연구를 전문적으로 수행해온 공공연구기관이 허브가 되고, 산학연의 연구그룹들이 스포크가 되어 서로 연계하고 협력하는 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 특히, 허브는 다양한 학문분야의 우수한 인재들이 교류하고 혁신적인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개방형 R&D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또한, 노화연구를 위해 효모, 선충, 초파리에서부터 마우스, 원숭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델동물을 활용한 연구개발을 통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연구개발 인프라를 포함하는 효율적인 노화과학 R&D 기반을 갖춰야한다. 아울러 유전체, 단백체와 같은 오믹스 기술뿐만 아니라 빅데이터를 포함한 다학제적인 기술이 융합되는 구심체가 된다면 노화연구가 보다 가속화되고 효율화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노화연구의 산업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노화를 진단하는 지표 등 노화에 대한 표준화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전세계적으로 아직까지 정확하게 노화를 진단하는 실용화된 평가기술이나 진단법이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인간 노화에 대한 표준화 가능성이 논문으로 보고되었고, 생체나이 및 노화 속도 측정이 가능한 노화시계 관련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한국인의 노화를 과학적로 측정할 수 있는 참조표준과 항노화 기술의 효능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검증할 수 있는 표준화 지표 등의 개발이 미비한 상황이다. 기술이 실용화 단계에 들어섰을 때 관련 규제가 미흡하여 산업화가 지연되지 않도록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노화 표준을 확립하고, 시험 가이드라인 제정 및 규제혁신을 위한 선제적 노력이 필요하다.

법륜 스님은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고 하였다. 건강하게 나이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노화과학의 발전이 우리 국민의 건강수명을 늘리고 국가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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