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우주전담부처' 신설, 논의하자

이준기 2021. 7. 28.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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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최근 들어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관심과 흥미를 끈 소식을 꼽는다면, 억만장자들의 남다른 '우주 사랑'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들은 그동안 우주와 상관없는 분야에서 벌어들인 엄청난 돈을 우주개발에 쏟아 붓으며 자존심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들의 막대한 투자에 힘입어 우주가 '새로운 골드러시 영토'로 각광받고 있을 정도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영국의 우주기업 버진 갤럭틱을 창업한 리처드 브랜스 버진그룹 회장이 우주 비행선 '유니티'를 타고 고도 86㎞까지 올라 4분 간 무중력 상태에서 우주 관광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에 질세라 지난 20일에는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가 자신이 설립한 블루 오리진의 '뉴 셰퍼드' 로켓을 타고, 고도 106㎞까지 우주로 날아 올라 민간 우주관광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을 알렸다. 오는 9월에는 스페이스X가 민간인 탑승객을 태우고 고도 540㎞ 상공에 머물다 지구로 귀환하는 일정으로 우주관광을 계획하고 있다.

이처럼 과거 국가가 주도하던 우주 개발이 민간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어 가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를 맞아 세계적으로 우주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이후 42년 만에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로 우주산업에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됨과 동시에,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민관 합동 우주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협정' 10번째 가입국으로 글로벌 우주탐사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성과를 거뒀다.

더욱이 오는 10월에는 독자 개발한 발사체 '누리호'를 우리의 발사장에서 우주를 향해 쏘아 오리는 등 세계에서 7번째 액체로켓 보유국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짧은 우주개발 역사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전폭적 지원과 국민적 지지를 통해 세계 10위권 우주 강국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이런 위상과 달리 우리나라 우주개발 정책을 전담하는 정부 부처는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엄밀히 따지면, 우주항공 관련 정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R&D(연구개발)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군사안보는 국방과학연구소가 각각 맡고 있다.

이를 좀 더 들여다 보면 옹색할 정도다. 국가 우주항공 개발 정책을 과기정통부 내 거대공공연구정책과, 우주기술과 등 2개 과(科)에서 전담하는 실정이다. 글로벌 우주강국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가령, 미국 NASA(항공우주국), 영국(UKSA), 러시아(FSA), 중국(CNSA), 프랑스(CNES), 인도(ISRO) 등 전통적인 우주 선진국은 모두 우주 전담부처를 두고 있다. 60만 인구의 소국인 룩셈부르크, 아랍에미리트,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우주 신흥국도 독립된 행정체계를 갖추고 있다. 심지어 케냐, 짐바브웨 등도 우주개발에 뛰어들기 위해 전담부처 신설을 추진하고 있는 나라도 여럿이다.

이 때문에 몇 년 전부터 과학계에서 '우주 전담부처' 신설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제기돼 왔다. 일부 국회의원들도 이에 공감하며 '우주청 설립'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시기상조'라는 정부 측 반대와 정치권의 소극적 대응에 부딪혀 공감대를 이끌지 내지 못했다. 우주는 더 이상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다. 억만장자들이 앞다퉈 우주개발에 뛰어든 진짜 이유는 앞으로 우주가 산업으로 성장해 무한한 부가가치, 즉 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강한 믿음 때문일 것이다.

지난 2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1964년 설립 이래 처음으로 우리나라의 지위를 개도국 그룹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격상했다.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우리나라 입장에서 우주개발 주저할 이유도, 다른 나라보다 앞서 나가지 못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시대를 맞아 우주 역시 선점하는 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승자독식 구조'를 띄고 있다. 우리나라가 우주개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선 먼저 국가 우주개발 정책을 총괄할 거버넌스를 어떻게 확립하고, 어떤 역할을 부여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시급한 숙제로 놓여 있다.

마침 분위기가 딱 좋다. 대선이 코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우주개발은 국가 권력자의 비전과 철학에 근간한 강력한 지지가 뒷받침돼야만 힘을 얻을 수 있다. 여기에 국민들의 이해와 동의가 더해져야 한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1961년"10년 내 인류를 달에 보내겠다"고 선포하고 '아폴로 프로젝트'를 통해 인류가 달에 착륙하는 역사를 만들었다. 여야 대선 후보 가운데 우주개발의 기치를 내걸고 우주 선진국으로 나아갈 미래 대한민국을 이끌 지도자가 나오길 염원해 본다.

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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