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소재부터 레이더 부품까지, 소재·부품 국산화 빛본다

이준기 2021. 7. 28.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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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연 연구팀, 日기업 독점한
'고내열 투명 고분자 소재' 개발
물성조절, 구부리거나 접기 가능
ETRI는 레이더 핵심 부품 기술
위성통신 등 레이더 성능 높일듯
화학연 연구진이 기존보다 2배 이상 잘 늘어나는 휘거나 접을 수 있는 정보·전자 재료에 활용할 수 있는 '환형올레핀 고분자 소재'를 개발했다. 화학연 제공
DMC융합연구단이 개발한 X-대역 질화갈륨 전력증폭기 집적회로(MMIC) 칩. ETRI 제공
화학연이 개발한 '환형 올레핀 기반 고내열 투명 고분자 소재' 연구개발 성과가 고분자 국제 학술지 '매크로몰레큘즈(7월호)' 표지 논문으로 실렸다. 화학연 제공

국내 연구진이 일본 등 선진 기업들이 독점하고 있는 소재·부품을 내재화하는 기술 개발 성과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나 5G 기판 등에 쓰이는 IT소재와, 군사·위성통신 등에 쓰이는 레이더용 핵심 부품 개발에 성공함에 따라 관련 산업 경쟁력 향상이 기대된다.

한국화학연구원 김용석·박성민 박사팀은 기존보다 늘어나는 성질을 2배 이상 향상시킨 '환형 올레핀 기반의 고내열 투명 고분자 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고분자 플라스틱의 일종인 환형 올레핀 고분자 소재는 기계적 강도와 투명도, 내열성 등 물성이 우수해 디스플레이, 5G 기판 등 미래정보 전자소재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 규모가 1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며, 연평균 3%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상용화된 소재는 일본 기업이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어 국내 산업계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존 환형 올레핀 고분자 소재는 필름화 공정이 어렵고, 신축성이 부족해 정보·전자재료로 활용하려면 연신율(단방향으로 잡아당길 때 부러지지 않고 늘어나는 비율) 개선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이 때문에 일본 기업들도 소재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연구팀은 노보넨 계열 단량체(고리형 탄화수소 분자구조가 포함된 단량체)에 새로운 촉매 시스템을 적용해 연신율을 높인 환형 올레핀 고분자 소재를 중합하는 데 성공했다. 소재 가공 온도에 영향을 주는 고분자 유리전이 온도를 92∼192℃까지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고, 용매에 녹이거나 가열하는 공정으로 손쉽게 필름을 제조할 수 있다. 연신율도 4∼245% 범위까지 제어가 가능해 기존 대비 최고 2배 이상 늘어나는 물성을 확보했다.

이미혜 화학연 원장은 "이 기술은 일본 의존도를 낮추고 소부장 관련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고분자 분야 국제 학술지 '매크로몰레큘즈(7월호)'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DMC융합연구단은 전투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레이더 핵심 부품 국산화에 성공했다. '에이사(AESA) 레이더'의 핵심 부품인 질화갈륨(GaN) 반도체 전력증폭기 집적회로(MMIC) 기술을 개발, 군수용과 선박용, 위성통신용 레이더의 탐지 성능을 높일 수 있을 전망이다.

에이사 레이더는 최신형 전투기에 장착되는 부품으로,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상물의 거리, 위치, 모습 등을 탐지할 수 있다. 송신부와 수신부가 따로 있지 않고, 수천 개의 송수신 모듈을 붙이는 형태로, 레이더 앞 부분에 장착한다.

송수신 모듈은 스위치, 전력증폭기, 저잡음증폭기 등 반도체 칩을 집적해 제작하는 데, 연구팀은 지난해 송수신기용 스위치 집적회로와 레이더 송수신기용 전력증폭기 집적회로까지 모두 개발한 바 있다. 전력증폭기는 송신 신호를 증폭시켜 원활한 신호처리와 표적 탐지·추적을 돕는 장비다. 최근에는 레이더가 반도체형 전력증폭기 방식으로 바뀌고 있어 국산화 개발이 요구된다.

연구팀은 전력 밀도가 높고, 열전도도가 뛰어난 질화갈륨을 이용해 기존 갈륨비소 기반 전력증폭기보다 10배 이상 높은 출력과 우수한 신호 변환 효율을 지닌 고출력 전력증폭기를 개발했다. 이 전력증폭기는 적은 부품으로 신호를 많이 증폭시킬 수 있어 레이더 경량화와 정확한 목표물 탐지가 가능하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성능은 미국, 유럽 상용제품과 비슷하면서 전력증폭기 칩 크기는 가로, 세로, 폭이 3.5㎜, 3.6㎜, 0.1㎜로 작아 상용화에 유리하다. 연구팀은 기술에 대한 산업체 이전을 통한 상용화 추진과 함께 군수 부품 성능을 확보하기 위한 신뢰성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임종원 DMC융합연구단장은 "순수 국내 기술로 전력증폭기 집적회로 설계부터 제작에 이르는 모든 기술을 확보함에 따라 해외에 의존하던 질화갈륨 집적회로 부품의 국산화 기틀을 마련하게 됐다"며 "본격적인 상용화를 통해 국방기술 경쟁력과 소부장 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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