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세상은 바뀌고 말 것이다

한겨레 2021. 7. 28.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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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3법 개정 1년

[왜냐면]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대학생으로 혹은 사회인으로 발돋움하는 청년들에게 가장 먼저 다가오는 문제는 집이다. 취업을 위해 학점 관리를 해야 하며, 시험 준비를 해야 하는 우리들은 집에 대한 걱정 없이 온전히 나의 삶을 위한 준비를 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삶에 어떠한 어려움이 발생하더라도, 고민하고 잠들 수 있는 편안한 집이 있어야 하는 것은 모든 것을 위한 전제이다.

내 삶의 고민들이 이루어질 편안한 안식처인 집의 중요성에 대해 우리는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민달팽이유니온을 결성하여 청년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활동을 개시하게 되었다.

지난 10년간 청년 당사자들이 겪는 주거 문제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고, 자산불평등은 더욱 심화되었다. 자산불평등이 극심해질수록, 자산을 소유하지 못한 사람에게도 기본적으로 주거권을 보장하는 정책이 필수적이다. 즉, 점유중립성을 지키는 정책이 이 시대에 필요한 장치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임대차 3법’의 도입은 이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사회적 변화였다.

우리 헌법은 거주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나, 사회적으로 직접 주장할 수 있는 권리는 없었다. 기존 주택임대차보호법은 당사자에게 자유의 영역이 많았기 때문에, 임대인의 무리한 요구에 임차인이 저항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다. 청년 1인가구의 80~90%가 세입자인 만큼 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했고, 주택임대차보호법의 개정은 절실한 것이었다.

계약갱신요구권이 없던 시절에 세입자는, 집주인의 사정이나 강요로 인해 새로운 터전을 찾아야 했다. 2020년 7월을 기점으로 우리는 계약갱신요구권이라는 임차인의 권리가 존재하는 세상을 살게 되었다. 살던 집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는 것에 대한 선택권을 가지게 된 것이다. 2년 혹은 수시로 걱정해야 했던 임대인의 통보를 이제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집주인이 정확한 설명 없이 40만원에서 45만원(12.5% 증가)으로 올리던 월세도 전월세상한제에 따라 5%만큼만 올릴 수 있음을 알았다. 이제는 임대인이 아닌 임차인이 2년 더 살겠다고 당당히 주장하고, 5%인 2만원까지만 올릴 수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청년층이 새로운 주거취약계층으로 대두된 지 10년이 흘렀다. 여전히 수많은 청년이 주거권 침해와 주거불평등 문제 앞에서 각개전투하며 더 나은 주거, 더 안정적인 삶을 지향한다. 주거불안을 야기하는 요인은 다양하고, 임대차 3법은 그러한 불안요인을 세입자의 입장에서 조금이나마 보완해주었다. 계약갱신요구권은 집주인의 요구에 눈치를 보며 수동적으로 응해야 했던 세입자가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전월세상한제는 합리적 이유 없는 일방적 주거비 인상에 대해 저항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였다. 임대차신고제는 임차인들이 발품을 팔면서 어렵게 알아봐야 했던 거래정보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합리적인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계약갱신요구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사는 우리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계약갱신요구권의 횟수는 늘어나야 하고, 전월세상한제는 더 촘촘해져야 하고, 임대차신고제는 모든 계약에 적용되어야 한다. 이미 수많은 사람이 쫓겨날 뻔했던 집에서 합리적인 임대료 증액 선에서 2년을 안심하고 거주하고 있다.

세입자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겪는 주거불안이 있다면 이것은 사회적 지위에 따른 불평등이자 권리의 차등이 발생한 문제이기 때문에 장차 그 불안을 더욱 해소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대표적으로, 계약 종료 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겠다. 권리는 확장하고 불평등은 해소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길목에서, 앞으로 더 많은 사회구성원이 자산불평등을 이유로 더 큰 주거불안에 내몰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본격적인 점유중립적 주거정책이 필요하다. 그 길 위에 가장 앞장선 임대차 3법을 환영하며, 더 나은 사회에 대한 고민과 실천은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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