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유인 우주탐사 소외되지 않으려면 두 번째 우주인 육성해야"

조승한 기자 2021. 7. 28.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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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 제공

미국이 2024년까지 우주인을 달에 착륙시키는 ‘아르테미스 계획’을 진행중인 가운데 한국도 전 세계가 진행 중인 심우주 탐사 경쟁에 뛰어들기 위해 우주인 육성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한국우주과학회 회장)은 28일 온라인으로 열린 ‘제2회 심우주탐사연구연합회 컬로퀴엄’에서 ‘2차 한국 우주인 양성 방안’ 용역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컬로퀴엄은 항우연과 한국천문연구원, KAIST 등 3개 기관이 한국의 심우주 탐사 프로그램을 준비하기 위해 올해 발족한 심우주탐사연구연합회가 주최했다.

지난해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아르테미스 계획을 발표하며 우주탐사 분야가 유인 우주계획에 발맞춰 활성화되고 있다. 아르테미스 계획은 1단계는 2024년까지 달에 우주인을 내리는 데 주력한 다음 2단계는 2030년까지 달 탐사 활동과 이동을 위한 역량을 확보한다. 3단계부터는 달에서 경제활동을 진행하고 다른 천체 탐사의 시작점으로 삼는다.

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이 28일 온라인으로 열린 '제2회 심우주탐사연구연합회 컬로퀴엄'에서 한국의 심우주탐사 로드맵을 설명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한국도 미국과 아르테미스 계획을 위해 협력하는 아르테미스 협정에 서명하며 유인 달탐사 참여의 길을 열었다. 최 책임연구원은 “유인 달탐사에 필요한 기술적 목표 중 독자 개발이든 협력을 통해 개발하든 어떤 기술을 개발할지 선정해야 한다”며 “대부분은 한국 기술로 개발이 가능하고 한국의 파이를 키울 수 있는 주요한 아이템들”이라고 말했다.

최 책임연구원은 “여러 아이템이 있지만 우주핵심기술이 포함돼있는지, 국제협력과 우주 커뮤니티에 기여할 수 있는지, 국내 산업화에 기여 가능한지를 살펴야 한다”며 궤도간 무인 수송선, 소형 무인 달 착륙선 등을 후보로 꼽았다. 최 책임연구원은 “가령 지구궤도에서 달 궤도로 화물 1t을 수송하는 3t급 화물선을 전기추진 방식으로 만드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인 우주개발에 함께 뛰어들기 위해 우주인을 다시 양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날 최 책임연구원은 권기원 성균관대 재료공학부 교수가 수행한 ‘2차 한국 우주인 양성 방안’ 용역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권 교수는 1차 우주인 사업 후보 40인에 포함된 경력이 있다. 최 책임연구원은 당시 우주인개발단장을 맡아 우주인 배출 사업을 이끌었다.

최 책임연구원은 이날 2차 한국 우주인 양성 방안 용역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유튜브 캡처

연구에서 진행한 1차 사업 평가 설문조사에 따르면 1차 우주인 사업은 필요한 사업이었지만 장기적 유인 우주탐사 계획이 없이 무리하게 추진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홍보성 성격으로 연구개발이 부족했고 성과 축적과 활용계획도 없었다고도 분석했다. 선발한 우주인이 우주 분야와 관련없는 곳으로 진출하면서 행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후속 우주인 사업 필요성에 대해서는 국제적 유인우주탐사 경쟁에서 우주인이 필요하나 장기적으로 유인우주개발에 포함돼 전문가로 육성이 필요하다고 소개했다. 정부 주도가 자연스러우나 우주개발이 민간 주도로 넘어가는 뉴 스페이스 시대인 만큼 민간 주도와 군 참여도 가능하다고 봤다. 공군의 인프라를 활용해 우주인을 선발하고 훈련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책임연구원은 “우주인 양성은 기존 우주인 2명이 전문가로 키워지지 못하고 항우연을 떠나 비판이 컸다”며 “용역 연구는 2차 우주인은 우주비행 전문가로 유지시키고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는 중요한 결과가 담겼다”라고 말했다.

최 책임연구원은 이를 토대로 달 탐사를 기초로 한 한국의 심우주 탐사 로드맵도 제안했다. 2020년대 후반까지는 유인 달탐사에 참여하면서 무인 달 수송선 개발과 캡슐 재진입 기술 등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2030년대에는 달 유인 착륙선을 보내며 화성 탐사에도 도전한다. 2040년대는 유인 화성기지 건설에도 참여한다는 계획을 담았다. 여기에 2030년대에는 한국 우주인이 달에 착륙하는 부가적 목표도 제시했다.

최 책임연구원은 우주 개발에 필요한 ‘스토리’를 만들어 국민을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르테미스 계획에서도 향후 10년 내 한국의 2차 우주인을 달에 착륙시키고 미래 핵융합 원료인 헬륨3를 채굴하거나 우주관측장비를 설치하는 등 여러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며 “핵심은 한국 우주인이 꼭 있어야 하고 달에 착륙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아 천문연 책임연구원은 라그랑주 L4 지점에 탐사선을 보내는 과학 임무를 제안했다. 유튜브 캡처

컬로퀴엄에서는 한국이 심우주탐사를 선도하기 위해 새로운 우주탐사 프로젝트를 주도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황정아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 책임연구원은 라그랑주 L4 지점의 한국의 탐사선을 보내는 심우주 탐사 계획을 제안했다. 라그랑주점은 커다란 두 개의 천체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이다. 우주선이나 소행성같은 작은 천체가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고 멈춰 있을 수 있다.

태양과 지구 사이에는 5개의 라그랑주 지점이 있다. 지구와 태양 사이 L1에는 NASA의 우주기상위성 ‘ACE’ 등이 위치해 있다. 지구 궤도 바깥 L2는 우주 관측에 유리해 2009년 유럽우주국(ESA)의 허셜 망원경이 보내졌다. NASA의 차세대 우주망원경 제임스 웹 망원경도 L2에 보내질 예정이다. L4와 L5는 태양과 지구 사이를 한 면으로 하는 정삼각형을 만들었을 때 삼각형 꼭지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L5는 유럽우주국이 새 우주기상위성을 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L4는 NASA 등에서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알려진 탐사계획이 없다.

황 책임연구원은 L4가 태양에서 방출되는 방사선 관측과 코로나질량방출(CME) 등 우주기상 관측에 유리한 지점이라며 이 지역에 위성을 보내면 한국의 심우주 탐사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황 책임연구원은 “이곳에서의 연구를 통해 태양방사선 대비 역량을 높일 수 있고 태양에서 CME 등 지구 자기장에 영향을 주는 우주기상 상황에 대해서도 미리 감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 책임연구원은 NASA에서 천문연 측에 L4 연구 협력을 제안하고 있음을 공개하며 한국이 적극적 참여 의사를 보이면 한국 주도로 L4 임무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 책임연구원은 “아포피스 소행성 탐사가 2028년 발사를 예상하고 있고 천문연이 준비 중인 우주망원경도 2033년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준비가 더 많이 필요하겠지만 그 사이인 2030년 발사를 계획해볼 수 있지 않을 까 한다”고 말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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