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을 넘어, 갑질을 넘어 꾸는 꿈

한겨레 2021. 7. 2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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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2년 동안 겪어온 비대면, 비접촉, 비교류로 사람 관계가 멀어지고 일이 버석거리고 살림살이는 홀쭉해져 가지만 그래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설쳐도 날마다 필요한 물품을 전달해야 하는 사람들, 더럽고 위험한 균이 있을지도 모를 물건과 쓰레기를 치워야 하는 사람들, 확진이 됐거나 될지도 모를 환자나 약자를 가족 대신 보살피는 사람들의 덕택이 없지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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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김시열 청소노동자 

거의 2년 동안 겪어온 비대면, 비접촉, 비교류로 사람 관계가 멀어지고 일이 버석거리고 살림살이는 홀쭉해져 가지만 그래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설쳐도 날마다 필요한 물품을 전달해야 하는 사람들, 더럽고 위험한 균이 있을지도 모를 물건과 쓰레기를 치워야 하는 사람들, 확진이 됐거나 될지도 모를 환자나 약자를 가족 대신 보살피는 사람들의 덕택이 없지 않을 거다.

이들 택배·청소·돌봄 노동자가 없다면 비대면, 비접촉, 비교류는 말로만 그칠 뿐 현실에선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다. 나는 21층 빌딩과 그 둘레를 쓸고 치우는 청소노동자다. 확진자가 수만명이 나와도 재택근무는 결코 할 수 없다.

청소처럼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은 반드시 사회공공성과 맞닿아 있다. 코로나보다 훨씬 더 센 바이러스가 오더라도 쉬지 않고 누군가를 만나고 쓰레기를 만지고 환자를 보듬어야 할 필수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소득이다.

한달 받는 임금으로 식구들 먹고 자고 입는 데 들어가는 비용 빼고 노동자 자신의 안전을 위한 청결을 유지하고, 영양을 공급받고, 안전장치를 사들여야 한다. 그리고 쉬어야 한다.

청소노동자인 내가 받는 임금에는 사회구성원의 위험과 비용을 떠안는 대신 받아야 할 ‘사회안전유지임금’이 포함되어야 한다. 2022년 최저임금이 전년보다 440원 올라 9160원이다. 이 금액으로 살아내야 할 어려움도 어려움이지만(일일이 늘어놓고 싶진 않다. 인터넷에 1인 가족, 2인 가족, 3인 가족, 4인 가족 최저생활비를 검색하면 최저임금과 견주어 그 형편을 잘 짐작할 수 있다), 최저임금 빼고는 어디에서도 돈을 마련할 수 없고, 다른 이들과 소득 격차를 줄일 수 없다는 것은 나 같은 사람한테는 더 큰 불안이고 쉽게 헤어날 수 없는 좌절이다.

곡식 창고이자 생명 창고인 국토를 보살피는 농민들한테 기본소득을 주자는 말이 한창 오간다. 찬성이다. 농민뿐 아니라 필수노동자를 위한 기본소득을 제공하고 이런 집단을 넓혀나가야 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가 가르쳐주지 않았나. 모두가 안전해야만 사회가 안전하다고.

청소노동자를 쓰는 건물과 입주자에게 ‘접촉위험부담세’를 매겨 청소노동자 기본소득으로, 택배물품에 ‘택배물품위험부담세’를 떼서 택배노동자 기본소득으로, 가족과 나라를 대신해서 약자나 환자를 돌보는 것이니만큼 정부에서 돌봄노동자에게 ‘돌봄위험부담금’을 주어 돌봄노동자 기본소득으로 만들자. 비난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국가가 있냐고? 역시 잘 모르겠다. 다만, 누가 어떤 절차로 정하는지도 잘 모르는 최저임금에만 나의 살림살이, 필수노동자의 살림살이를 맡길 수 없다는 사실은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청소노동자로 돌아와,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부탁드린다. 제발 담배 피울 때 침 좀 뱉지 말자. 침 뱉는 당신은 더럽고 치우는 나는 위태롭다. 더불어 꽁초 버릴 때 과태료 물리는 권한을 청소노동자에게도 주자. 이 또한 터무니없다고 할 게 뻔하다. 하지만 작더라도 일에 걸맞은 권한이 있어야만 갑질을 막고 노동자로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다.

거리는 우리가 말하는 것처럼 시민의식만으로 깨끗해지지 않는다. 시민의식을 의심하냐고? 새벽녘, 청소노동자가 움직이기 전 서울 시내를 둘러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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