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법 밀어붙인 與..'독주' 비판보다 무서운 지지층 등쌀?
문체위원장, 내달 야당 몫으로..권리당원 "적폐랑 협치말라"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입법 독주'라는 비판을 감수하고도 전날(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법제사법위원장 등 상임위 재협상과 관련해 강성 지지층의 비판이 거세지는 가운데, 지도부가 '개혁 입법' 성과를 만들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28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소위에서 가짜뉴스 피해구제법인 언론중재법이 가결됐다"며 "변화된 언론 환경 속에서 가짜뉴스로 인한 국민 피해를 구제하고 공정한 언론 생태계 조성을 위한 언론 개혁이 비로소 첫걸음을 뗐다"고 밝혔다.
이는 국민의힘이 강민국 원내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해외 어디에도 없는 '언론재갈법'이 강행 처리됐다. 민주당의 입법 폭주를 멈춰야 한다"며 "거대 의석에 취한 민주당의 '입법 폭주'는 대선을 앞두고 유리한 언론 환경을 조성하려는 정치적 속내에 불과하다"고 비난한 것과 상반된 평가다.
민주당이 입법 독주라는 비판에도 언론중재법에 속도를 내는 배경 중 하나로는 당내 강경한 권리당원들의 목소리 때문으로 보인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야당과 법제사법위원장 등 상임위원장 재배분에 합의한 윤 원내대표와 송영길 대표를 비판하는 게시글이 잇따르고 있다.
한 권리당원은 "개혁은 포기한 것인가. 검찰개혁, 언론개혁, 사법개혁 할 일이 많다"며 "송영길, 윤호중 일해라. 적폐랑 협치하지 말고"라고 주장했고, 다른 당원은 "문체부(문체위)에서 언론 개혁 법안을 다루고 있는데 문체위를 국민의힘 넘기면 언론개혁 하지 않겠다는 얘기냐"라고 규탄했다.
지도부 입장에서는 이들의 우려를 일축하기 위해서는 다음 달 본회의가 예정된 25일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둬야 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언론중재법을 다루게 되는 문체위원장이 야당 몫으로 넘어가기 전에 매듭지어야 한다. 이때까지 언론중재법이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하다면 이런 당원들의 우려가 현실화되는 셈이다.
국민의힘 이달곤 의원실 관계자는 "민주당이 법안 소위를 시작할 때 통합안(대안)을 뿌린 것도 말이 안 되지만, 논의를 안 할 수는 없어서 모든 조항을 다 검토했다"며 "그런데 정회하더니 바로 처리한다고 했다. 우리 당도 가짜뉴스로 피해를 본 국민을 구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은 그 방법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정치학) 교수는 "내년도 대선을 앞두고 실제로 유리한 언론 환경을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호소력 있다"며 "언론 중재위도 있고, 명예훼손 등 형사소송도 있는데 헌법에 보장된 언론과 출판 자유를 옥죄는 건 비판받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검찰개혁은 검찰의 중립성 강화와 권력 제어라는 두 측면이 있고 언론개혁도 언론자유 보장과 왜곡 보도 방지라는 두 측면이 있다"며 "하나만 보니까 삐걱거리는 것이다. 언론 개혁이 아니라 언론 통제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각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에서는 통상적으로 여야 합의로 안건을 전체회의에 상정해왔다. 하지만 민주당이 20대 총선에서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함에 따라 상임위 전체회의와 법안소위원회도 표결로 안건을 처리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야당이 이른바 여당을 향해 '입법 독주'라고 비판하는 배경 중 하나다.
'임대차 3법', '공정 경제 3법', '공수처법' 등 민주당의 법안 강행처리는 지난 4·7 재보궐 선거에서 패배한 주요 이유로 지목되기도 했다.
윤 원내대표는 재보선 참패 직후인 지난 5월 원내대표단 워크숍에서 "당은 옳은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법안 논의 과정에서 국민들과 소통의 한계가 있었다는 것을 반성해야 한다"고 자성했다. 신현영 원내대변인도 "국민이 생각하는 우선순위와 정부·여당의 정책 우선순위가 일치할 때 국민적 신뢰가 생긴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언론중재법 처리 과정에서는 여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을 대변하는 야당의 반대의견은 수용되지 않았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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