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골프 첫 메달 사냥.. 톱 랭커 대거 불참 속 메달 기대감
맞춤형 드라이버 장착하고, 아이언 정확도 올리고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의 초반 메달 레이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가운데 분위기 전환의 임무를 안고 골프가 출격한다. 선봉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누비는 남자 선수들이다. 아시아 최초의 PGA 투어 신인상 출신의 임성재(23)와 ‘제5 메이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 경험의 김시우(26)가 한국 남자 골프 사상 첫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임성재와 김시우는 29일부터 나흘간 일본 사이타마현 가와고에시의 가스미가세키 컨트리클럽 동코스(파71·7,447야드)에서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 남자 골프에 출전한다.
남자 골프는 1904년 미국 세인트루이스 대회, 여자 골프는 1900년 프랑스 파리 대회 이후 열리지 않다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때 110여 년 만에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돌아왔다.
리우에서 한국은 여자부의 박인비(33)가 우승을 차지하며 골프 강국의 위상을 확인했으나 남자부에선 안병훈(30)과 왕정훈(26)이 출전해 각각 공동 11위와 43위에 그쳤다.
이후 5년 사이 한국 남자 골프엔 두 대들보가 자리 잡으며 도쿄에선 '남녀 동반 메달'의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 세계랭킹으로만 보면 임성재는 27위, 김시우는 55위라 올림픽 메달권과 거리가 멀어 보일 수 있지만, 이번 대회엔 톱 랭커들이 대거 결장해 해볼 만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세계랭킹 1위인 존 람(스페인)과 6위 브라이슨 디섐보(미국)가 최근 코로나19 확진으로 출전이 불발됐고, 2위 더스틴 존슨, 7위 브룩스 켑카(이상 미국), 9위 루이 우스트히즌(남아공) 등도 줄줄이 빠졌다.
개최국 일본의 자존심인 마스터스 챔피언 마쓰야마 히데키(20위), 미국을 대표하는 콜린 모리카와(3위), 저스틴 토머스(4위), 잰더 쇼플리(5위), 전 세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13위ㆍ아일랜드) 등이 우승 경쟁자로 꼽힌다.
대회장인 가스미가세키 컨트리클럽 동코스는 페어웨이는 넓은 편이지만 양옆으로 울창한 소나무 숲이 우거져 티샷 정확성이 중요하다. 임성재는 이번 시즌 PGA 투어에서 드라이버샷 정확도가 69.08%로 14위에 올라 있다. 올림픽 출전 선수 가운데는 4위의 정확도를 자랑한다.
그럼에도 임성재는 티샷 정확도를 더욱 높이기 위해 ‘신무기’까지 꺼내 들었다. 그는 PGA 투어에서 쭉 써오던 타이틀리스트 TS3 드라이버 대신 TSi2로 교체했다. 또 헤드 무게에 변화를 주고 9.5도였던 로프트 각도는 8도로 조정했다. 스핀 양을 줄이고 탄도를 낮춰 정확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임성재는 “일본 잔디가 나와 잘 맞는다. 골프장도 딱 내 스타일”이라며 코스와의 궁합에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임성재는 2016, 2017년에 일본프로골프 투어에서 뛴 경험이 있다. 2019년 일본에서 열렸던 미국 PGA 투어 대회인 조조 챔피언십에서 공동 3위에 오르기도 했다.
태풍 영향으로 27일까지 적지 않은 양의 비가 오면서 그린 등 코스가 다소 부드러워진 게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도 관심거리다. 김시우는 아이언샷 정확도를 높이기에 애쓰고 있다. 김시우는 "메달권 진입을 위해서는 모든 샷을 다 잘해야 하지만 코스 특성상 아이언샷을 잘 쳐야 할 것 같다"며 "핀이 코너에 꽂혀 있을 때의 연습도 많이 한 만큼 준비가 잘 되고 있다"고 자신했다.
임성재는 모리카와, 매킬로이와 같은 조에 편성돼 사실상 이번 대회 초반 '메인 그룹'에 속했다. 김시우는 세계랭킹 131위 라스무스 호이고르(덴마크), 215위 로맹 랑가스크(프랑스)와 함께 1·2라운드를 치른다.
임성재와 김시우는 이달 중순 열린 메이저대회 디오픈까지 건너뛰며 올림픽 준비에 초점을 맞춰 왔다. 한국 골프의 '전설' 최경주(51)가 리우 올림픽에 이어 대표팀 감독을 맡아 든든히 임성재와 김시우를 지원하고 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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