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재소환되는 2012·2017년 대선의 추억..당시 어땠길래

권구용 기자 2021. 7. 28.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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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선, 경선 불복으로 잡음..19대선, '용광로 선대위'로 승리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대선 예비후보들이 2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원팀' 협약식에서 '원팀' 팻말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영길 대표, 추미애, 박용진, 이낙연, 정세균, 김두관, 이재명 후보, 이상민 선거관리위원장. 2021.7.28/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권구용 기자 = 20대 대통령 선거가 8개월 정도 남은 시점에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18대 대선과 19대 대선 당시의 기억이 소환되고 있다. 당내 경선 과정에서 주자 간 공방이 격화하며 대선후보가 결정된 이후에 당이 하나로 합쳐지지 못해 정권을 창출하지 못한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반면교사' 차원에서다.

지난 2012년 12월에 치러진 18대 대선은 민주당 입장에서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 패배한 아픈 기억이다.

2012년 당시에는 본경선 초반인 8월 울산 경선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를 제외한 정세균·손학규·김두관 후보가 모바일투표의 방식을 문제 삼으며 경선 불참을 선언했다가 복귀하는가 하면, 압도적 지지를 받던 문 후보를 다른 후보들이 공격하면서 극한 대립으로 치달았다.

특히 손 후보는 당 지도부와 문 후보 간 선거인단 모집 관련 담합 의혹까지 제기하며 1등 후보 때리기에 나서기도 했고, 김두관 후보 역시 일부 패권 세력이 당내 경선을 주도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당시를 기억하는 한 당 관계자는 "2012년에 당내 분란이 정치권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져서, 마찬가지로 경선 흥행 실패로 대선에서 패배한 2007년 대선이 재현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었다"고 회상했다.

반면 2017년 5월에 치러진 대선은 민주당에게 후보들이 '화학적 결합'을 이뤄 정권을 교체한 기억으로 각인돼 있다.

지난 2017년 4월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서울 마포구 한 호프집에서 경선을 치뤘던 후보들과 함께 맥주를 마시고 있다. 왼쪽부터 최성 당시 고양시장,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문재인 후보, 안희정 당시 충남지사. 2017.4.8/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2017년 당시 문재인 후보는 대선후보로 확정된 이후 "경쟁했던 후보들,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의원이 함께하는 것은 제가 책임지고 반드시 해내겠고, 또 함께하는 모습들을 빠른 시일 내에 우리 의원님들께, 국민들께 보여드리겠다"며 "우리 의원님들도 그동안 어느 캠프에서 어떤 후보를 지지했든 이제는 다 지나간 일이니까 이제는 마음을 하나로 모아서 우리 당 선거대책위원회에 다들 함께해주시길 바란다"고 원팀을 강조했다.

경선 직후에는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최성 고양시장이 한 자리에 모여 정권교체를 위해 맥주 회동을 하기도 했다.

또 안희정 당시 충남지사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지자체장으로 선거 전면에 나서지 못하는 대신 그 가족들이 자리를 메우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당시를 기억하는 또 다른 당 관계자는 "당시 선거에 모든 역량을 끌어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고, 다른 후보들 부인이나 아들이 함께 선거활동을 하면서 '용광로 선대위'를 탄생시켰다"라고 기억했다.

이런 이유에서 당내에서도 2012년 선거 당시의 모습을 지양하고 2017년 선거 모습을 지향해야 한단 목소리가 나온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0대 대선 원팀협약식'에 참석해 "가시 돋친 말은 상대에게 상처를 남길 뿐만 아니라 주인을 찾아온다는 이치를 헤아려야 한다"고 언급했다.

지난 2017년 4월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가 3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후보자 수도권·강원·제주 선출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후 추미애 당시 대표 등과 함께 손을 맞잡고 있다. 2017.4.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그는 "2012년 대선 당시 후보자들의 불협화음이 컸고, 높은 정권교체 요구에도 석패했다"며 "2017년에는 승리했다. 문재인 후보가 선정되고 나서 이재명·안희정·최성 후보와 같이 치맥을 하며 원팀을 만드는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았다"고 회상했다.

윤건영 의원도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다들 벌써 잊어버린 것인가. 2012년 경선과 2017년 경선의 차이를 말이다"라며 "2012년은 대선 투표일이 되도록, 아니 대선이 끝날 때까지 민주당 경선 후보들이 함께 모여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그림을 만들지 못했던 반면 2017년은 그 진부하지만 반드시 있어야 되는 그림을 경선 직후에 만들어냈다"고 차이를 짚었다.

다만 이같은 우려는 현재 주자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다음에 처방된 사후약방문이 아닌, 도를 넘어서 네거티브 공방이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예방의 차원이 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은 전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역사적 경험에 비춰보면 대판 싸우는 게 아마 더 흥행에도 도움이 된다"며 2007년 당시 한나라당 경선을 예로 들며 "철천지원수를 만난 것처럼 했는데, 연거푸 집권했다. 그때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정치권에 오래 몸담고 있는 한 관계자도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정치판의 오랜 이야기가 적용될까 봐 미리 그런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인 듯하다"면서 "이명박-박근혜 경선 당시에는 서로 의혹 제기한 게 사실로 드러나서 사법처리까지 됐는데, (민주당 상황은) 그렇지는 않지 않나"라고 말했다.

inubic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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