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미 청구서, 긴장완화 출발점?..미 외교·안보 수장 대중견제 행보 지속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2021. 7. 28. 13:1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이 지난 26일 중국 톈진의 한 호텔에서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제공


중국이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에게 구체적인 요구사항이 담긴 목록을 전달한 것을 놓고 양국간 긴장 완화를 위한 실용적 접근법을 택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부라도 중국의 요구가 수용될 경우 관계 개선의 출발점이 마련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요구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양국 관계는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8일 중국이 제시한 요구 목록이 미·중 간 긴장 완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중국 쪽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중국이 양국 관계를 다루는 데 있어 보다 실용적인 접근법을 취한 것으로, 낮은 수준의 문제라도 미국이 양보하고 유화적 조취를 취한다면 관계 개선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문제 전문가인 류웨이동(劉衛東) 중국사회과학원 교수는 이 매체에 “전략적 이슈와 원칙에서는 양보할 여지가 많지 않지만 선의의 제스처가 가능한 구체적 사안도 있다”며 “최소한 중국이 제시한 요구 중 일부에 대한 양보는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3월 알래스카 회담은 가식적 측면이 강했지만, 이번 톈진 회담은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며 “양측이 상대방을 이기려 애쓰는 데 그치지 않고 보다 현실적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낙관한다”고 말했다.

앞서 셰펑(謝鋒)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지난 26일 톈진(天津)에서 가진 셔먼 부장관과의 회담에서 미국의 조치에 대한 중국의 개선 요구와 우려 사항 등을 담은 목록을 제시하며 전향적 조치를 요구했다. 중국의 관료와 기관, 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 등을 풀어달라는 요구였다. 미국이 이 가운데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비자 발급 제한 완화 등 상대적으로 손쉬운 조치라도 취한다면 양국 관계 개선의 물꼬가 트일 수 있다는 게 중국 쪽 전문가들 입장이다. 팡중잉(龐中英) 중국해양대 교수는 “긍정적으로 본다면 비자 발급 같은 보다 작고 실용적인 문제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반면 그런 요구조차 달성될 수 없다면 그것은 더 큰 갈등을 의미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의 요구를 일부라도 수용해 실질적인 조치를 취할지는 미지수다. 미 국방부 중국담당 국장을 지낸 드류 톰슨은 “중국의 요구는 미국이 대가 없이 정책과 행동을 뒤집길 원하는 것”이라며 “미국의 목표는 양보나 협력 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중국의 입장에 대한 이해를 높여 전면적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오판을 피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의 일방적 요구를 받아들이면서까지 현 상황을 관리하는 것 이상의 전향적 조치를 취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 중국의 요구에 응답하지 않은 미국은 톈진 회담이 끝나자 마자 외교·안보 수장이 동시에 아시아를 순방하며 대중국 견제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7일 싱가포르를 방문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중국과 대결을 추구하지 않고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쌓는 데 전념하겠다”면서도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주장은 근거가 없기 때문에 국제법에 따라 남중국해 연안국의 권리를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중국을 자극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이날 중국과 갈등 관계인 인도를 찾아 인도태평양 지역 관여와 지역 안보 공동 관심사 등을 논의한다고 미 국무부는 밝혔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를 두고 “셔먼 부장관의 방중 하루만에 두 장관이 중국 의제를 염두에 두고 아시아 순방길에 올랐다”며 “이는 중국에 대한 군사·외교적 매복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반중 연합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입장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