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깜짝 우승' 스무살 골퍼 전예성의 첫 우승 이야기
[MHN스포츠 김도곤 기자] 아무도 그의 우승을 예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해냈다. 2001년생, 만 20세 전예성 이야기다.
전예성은 지난 18일 경기도 양주시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에버콜라겐 퀸즈 크라운(총상금 8억 원)에서 허다빈(23)을 연장 접전 끝에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투어 2년차, 상금랭킹 79위로 아무도 그의 우승을 예상하지 않았지만 보란 듯이 우승을 차지했다.
전예성은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합계 19언더파 269타를 쳐 허다빈과 연장전에 돌입했고, 8번홀(파4)에서 진행된 1차 연장에서 파 세이브에 성공, 보기를 기록한 허다빈을 제치고 우승했다.
생애 첫 우승의 영광을 얻은 전예성을 지난 21일 경기도 용인시 스프링데이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머릿속으로만 생각했던 우승이 현실로 이뤄져서 너무 기쁘고 꿈만 같았어요."
꿈에 그리던 우승을 했지만 생활에 변화가 생긴 건 아니다. 우승 후 한 일은 일단 '쉬는 것'이었다.
"최근 성적이 좋지 않아 쉬지 못했는데 우승하고 나니 마음도 편해지고, 마침 휴식 시간이 있어서 집에서 편하게 잘 쉬었던 것 같아요."
대회 순간으로 잠시 돌아가 보기로 했다. 우승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공동 선두에 1타차 공동 4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전예성은 전반에 버디 2개, 보기 1개를 적어냈다. 우승과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후반 들어 반전에 성공했다. 11번홀(파4)에서 버디, 14번홀(파4), 15번홀(파5)에서 버디를 기록했다. 특히 17번홀(파3)에서는 7m짜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선두로 올라섰다. 위기의 순간은 13번홀, 티샷이 해저드에 빠졌다.
"기억에 남는 순간은 13번홀이에요. 티샷이 왼쪽으로 가 해저드에 빠졌어요. 그때가 가장 위기였지만 그 위기를 잘 극복해서 후반에 좋은 성적을 낸 것 같아요."
위기를 극복한 전예성은 후반 들어 판도를 뒤집었고 선두에 올랐다. 그리고 연장전에 돌입, 공교롭게도 연장 승부를 벌인 상대가 친한 언니인 허다빈이었다. 전예성은 "제가 가장 좋아하고 어렸을 때부터 친한 언니"라고 허다빈을 소개했다. 생애 첫 우승으로 가는 길, 그 길에서 만난 상대가 가장 좋아하고 친한 언니였다. 연장전 전에는 따로 만날 시간이 되지 않아 이야기는 나누지 못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고 전예성의 우승이 확정된 순간 허다빈은 "좋은 경기였어. 수고했고 축하해"라는 말을 건넸다고 한다.
경기 중에는 우승을 놓고 싸우는 상대였지만 끝난 후에도 다시 친한 언니와 동생으로 돌아갔다.
전예성의 우승 순간 눈길을 끄는 장면도 있었다. 다름 아닌 '셉터', 이번 대회는 보통 우승 선수들에게 주는 트로피가 아닌 '요술봉'을 연상시키는 셉터를 수여했다. 전예성은 셉터를 들고 동화나 영화에 나오는 큰 의자에 앉았다. 굉장히 보기 드문 장면이다.
"트로피를 정말 받고 싶었는데 그래도 다들 너무 잘 어울리고 예쁘다고 해주셔서 만족스러웠어요. 친구들은 영화에 나오는 것 같다고 장난으로 이야기했어요."
전예성의 이번 우승은 선수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다. 아버지는 스튜디오를 설치해 전예성의 훈련을 도왔다. 온전히 딸을 위한 훈련 공간을 만들었다. 트랙맨 스튜디오처럼 똑같이 꾸며 공을 치고, 운동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전예성 역시 "그곳에서 공도 치고 운동도 한 것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라고 밝혔다.
지난 2월 창단한 지티지웰니스의 도움도 컸다. 지티지웰니스는 창단 5개월 만에 우승 선수를 배출했다. 전예성은 가족은 물론이고 물심양면 지원한 지티지웰니스 가족에게 특히 큰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지티지웰니스는 대회 후 전예성에게 격려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전예성은 어떻게 골프를 시작하게 됐을까? 그리고 골프를 하면서 후회한 순간은 없었을까?
"제가 원래 운동을 좋아해서 초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 연습장을 따라갔어요. 아버지가 쳐보라고 하셔서 쳤는데, 중간에 그만둔 적이 있어요. 그러다 초등학교 2학년 말에 다시 해보고 싶다고 이야기했고, 그때부터 아버지가 전문적으로 시키셨어요. 후회를 한 적도 있었는데, 후회도 했지만 성적이 따라오면서 그런 후회가 싹 날아간 것 같아요."
전예성은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고, 지금은 우승 타이틀이 있는 선수가 됐다. 그는 "골프를 하지 않았어도 다른 운동을 했을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야구를 좋아하는데 LG 트윈스의 열렬한 팬임을 밝혔다.
골프 팬이라면 아직 전예성이라는 선수를 잘 모를 수 있다. 전예성에 '자신은 이런 선수다'라는 소개도 부탁해봤다.
"거리가 많이 안 나오는 선수로 인식됐는데 그래도 올해는 거리가 많이 늘어서 평균 정도는 하는 것 같고, 제 장점은 드라이버를 페어웨이에 앉히는 걸 잘하는 겁니다. 드라이버를 똑바로 잘 치는 것 같고, 그리고 버디 퍼트가 왔을 때 그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게 장점인 것 같아요."
보완점으로는 위기 대처 능력을 꼽았다. "위기가 왔을 때 빠르게 대처하고 잘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것 같고, 정신적인 부분에서 항상 자신있게 플레이하는 것을 보완해야 할 것 같아요. 앞으로 꾸준한 선수가 되고 싶고,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전예성은 "1승을 했으니 앞으로 2승, 3승도 계속 만들고 매 샷을 자신감있게 하고 싶어요. 일단 올해는 1승을 더 하는 게 가장 큰 목표인 것 같아요."라고 밝혔다.
만 20세, 전예성은 이제 막 꽃길을 걷기 시작한 선수다. 지금까지 나간 대회보다 나갈 대회가 많고, 지금까지 한 우승보다 할 우승이 많은 선수다. 지금까지의 전예성이 아닌 앞으로의 전예성이 더욱 기대된다.
[사진=MHN스포츠 권혁재 기자, 박형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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