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도쿄] 이스라엘 태생 체코 감독과 이란 감독의 악수, 진정한 올림픽 정신

민준구 2021. 7. 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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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 남자농구의 시작을 알렸던 지난 25일, 체코와 이란의 개막전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 등장했다.

바로 이스라엘 태생인 체코의 로넨 긴즈버그 감독과 이란의 메흐란 샤힌탑 감독이 경기 시작 전 서로 악수한 것이다.

긴즈버그 감독은 도쿄올림픽 전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출신 감독인 내가 이란과 경기하는 건 매우 특별한 일이다. 그들이 경기장에 오기를 바란다"라며 "경기 전후 악수를 하는 것이 우리의 예의이지만 이란이 원하지 않는다면 그건 그들의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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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 남자농구의 시작을 알렸던 지난 25일, 체코와 이란의 개막전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 등장했다. 바로 이스라엘 태생인 체코의 로넨 긴즈버그 감독과 이란의 메흐란 샤힌탑 감독이 경기 시작 전 서로 악수한 것이다. 평범한 경기였다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지만 이스라엘과 이란의 국제 관계를 생각해보면 쉽게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이스라엘과 이란은 언제든지 서로에게 미사일을 날릴 수 있을 정도로 최악의 외교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이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이로 인한 적대 관계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란은 이스라엘 여권 소지자 및 방문 기록이 남아 있는 이들의 입국을 철저히 막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은 이란과 적대적인 이슬람·중동권 국가들과 평화무드를 조성하며 철저히 고립시키고 있다. 즉 두 나라의 외교 관계는 개선될 가능성이 현저히 적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긴즈버그 감독과 이란의 샤힌탑 감독이 경기 전, 악수를 나눈 건 매우 놀랄 일이었다. 그동안 이슬람·중동권 국가들이 국제대회에서 이스라엘과의 접촉을 피해왔기 때문이다. 이는 도쿄올림픽에서도 나타난 일이다.

남자 유도 73kg급에 출전 예정이던 알제리의 페티 누린은 자국 매체인 알제리안 TV와의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기 때문에 이스라엘 선수와 경기를 치르지 않겠다. 정치적인 이유로 올림픽 출전을 포기한다”라고 밝혔다. 누린은 1라운드에서 승리하면 이스라엘의 토하르 부트불과 맞대결 가능성이 높았다.

경기는 했지만 악수를 거절한 사례도 있다. 2016 리우올림픽 남자유도 100kg 이상급 32강 경기에서 이집트의 이슬람 엘 셰하비가 이스라엘의 오르 사손에게 패한 후 악수를 거절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직접적인 사례도 존재했다. 2019년 일본에서 열린 세계유도선수권대회에서 이란의 사이에드 몰라레이가 81kg급 준결승에서 고의 패배했다. 만약 승리할시 결승에서 이스라엘의 사기 무키를 만나기 때문. 이후 몰라레이는 이란올림픽위원회가 고의 패배를 지시했다고 폭로, 이러한 사실이 전 세계에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남자농구에선 이스라엘 출신의 긴즈버그 감독이 이끄는 체코와 이란이 농구 개막전을 맡았다. 긴즈버그 감독은 도쿄올림픽 전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출신 감독인 내가 이란과 경기하는 건 매우 특별한 일이다. 그들이 경기장에 오기를 바란다”라며 “경기 전후 악수를 하는 것이 우리의 예의이지만 이란이 원하지 않는다면 그건 그들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 역시 보이콧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긴즈버그 감독의 우려와는 달리 이란은 이날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고 매우 멋진 경기를 펼쳤다. 체코와 이란은 명승부를 펼쳤고 결국 체코가 뒷심을 발휘 84-78로 올림픽 첫 승리를 해냈다.

긴즈버그 감독은 경기 후 “매우 특별한 일이었다. 샤힌탑 감독과 나는 경기 전에 악수했고 끝나고 난 뒤에는 경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라며 “이날 있었던 모든 일들은 (이란의)지도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될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어쩌면 평범해 보일 수도 있는 긴즈버그 감독과 샤힌탑 감독의 악수는 국제 평화 증진의 의미가 담긴 올림픽 정신을 대표하는 명장면이었다. 또 그동안 자유롭지 않았던 스포츠와 정치 및 이념의 연결고리를 어느 정도 끊어내는 듯한 제스쳐였다. 스포츠에 정치 및 이념이란 오물이 제거됐을 때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그들이 증명했다.

# 사진_FIB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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