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당 눈앞 윤석열 "대선 마시자"vs 급상승 최재형 '10%' 육박
윤 전 총장은 이날 오전 12시부터 부산에 위치한 한 돼지국밥 전문 음식점에서 김 의원과 안 의원, 장제원 의원과 점심을 먹었다. 장 의원은 이날 회동에 대해 "부산에 우리 의원들이 와있어서 자연스럽게 자리가 만들어졌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넷이서만 만나게 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의원들은 윤 전 총장의 첫 일정부터 마지막 공식 일정까지 함께하며 윤 전 총장을 향한 각별한 마음을 드러냈다.
윤 전 총장과 의원들은 국밥을 시킨 뒤 부산 지역 소주인 대선 1병을 주문했다. 김 의원은 소주를 들고 "대선을 고른 이유가 있다. 대선만 먹는다"면서 윤 전 총장의 잔을 채웠다. 그러자 안 의원은 "대승하시고. 대선을"이라며 웃어 보였다. 윤 전 총장도 함께 웃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사인을 해달라"는 가게 측의 요청에 A4 용지를 건네받아 '국밥과 같은 정통 정치하겠습니다'라는 문구를 적었다.
이후 진행된 기자들의 질문 시간에도 3명의 의원들은 윤 전 총장 양옆 자리에 앉아 윤 전 총장 곁을 지켰다. 장 의원은 이 자리에서 "오늘 자갈치 시장 상인들의 반응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이정도로 환영받는 정치인이 대한민국에 몇 명 있을까 싶다"며 "많은 대통령 후보들이 좋은 정책이나 메시지를 발표한다. 그러나 국민들은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냐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윤 전 총장이 그간 보여온 돌파력, 추진력, 강단 이런 것들에 대한 확신이 있어서 국민들이 환호하지 않나 싶다"면서 "윤 전 총장이 아직 입당 결정을 못 했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정서적으로 동지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윤 전 총장을 추어올렸다.
대선 주자 중심으로 이합집산이 활발해지면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둘러싼 국민의힘 내홍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가 이른바 '친윤석열'과 '친최재형'으로 이분화되면서 상대를 향한 견제구도 거세다. 캠프 내 국민의힘 인사들의 징계 문제가 논란이 되는 가운데 윤 전 총장은 치맥 회동 이후에도 말을 아끼고 있어 당분간 당내 갈등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욕심이 과해" vs "징계는 자가당착"
최근 국민의힘에서는 윤 전 총장 캠프 인선을 두고 공방이 거세다. 국민의힘 현직 당협위원장과 전직 국회의원 등이 당 밖 대선 주자 캠프에 합류한 것을 두고 징계가 언급된다. 대선 주자들의 반발도 거세다. 윤 전 총장 입당에 따라 징계 여부가 갈릴 것으로 전망돼 특혜 시비 논란도 일어날 수 있다.
김영우 최재형 캠프 상황실장은 27일 오전 라디오에서 "윤석열 전 총장은 지금 당 밖에 있지 않느냐. 그런데 국민의힘 당협위원장과 전·현직 의원들이 캠프 조직도에 이름을 올리는 건 완전히 순서가 바뀌었다"며 "입당을 먼저 하시고 나서 그런 당직자들의 이름이 캠프 조직도에 올라가는 게 순서인데 좀 욕심이 과하신 것 같다"고 비판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전날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정당 정치의 원칙이라는 게 있다"며 "윤 전 총장을 위해서라도 입당이 확정된 연후에 합류하는 게 옳았다"고 썼다. 그러면서 "당사자들이 유감 표명과 당직 자진 사퇴로 결자해지하고 수습하는 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윤 전 총장 캠프에 참여한 당내 인사들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지만 반발도 만만치 않다. 또 다른 대권 주자인 원희룡 제주지사는 "당 안에 있든 밖에 있든 정권교체에 힘을 합칠 사람은 적이 아니라 동지"라며 "윤 전 총장과 치맥 대담을 하며 네 글자 '대동소이'를 얘기했는데, 윤 전 총장을 돕겠다고 나선 사람들을 비난하면 그게 네 글자 '자가당착'이 된다"고 지적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캠프 인사 징계와 관련해 "과잉 우려와 염려"라며 "윤 전 총장은 우리와 하나가 될 사람이다. 정치를 너무 팍팍하게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도 이날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캠프에 합류한 국민의힘 현직 당협위원장 징계 논의에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런 말이 나올 법하긴 하다"면서도 "바람직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 밖 주자가 1위를 하는 특수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해당 행위로 볼 가능성이 있다"며 "당의 구성원인 당내 대선 주자를 도와야 한다는 원칙론과 정권교체가 우선이라는 현실론이 충돌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드루킹 릴레이 시위' 두고 대립한 친윤·친최
이날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대응을 두고 정진석·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대립하는 사건도 있었다. 정 의원은 윤 전 총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고 김 의원은 공개적으로 최재형 전 감사원장 지지 선언을 했다.
앞서 윤 전 총장은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댓글조작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직후 "진짜 책임자와 공범에 대해 수사하고 선거에서의 국민 심판으로 공작 정치 세력을 심판해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일단 허익범 특검에게 진짜 책임자와 공범을 수사할 수 있도록 특검 활동을 연장, 재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서 "당시 서울중앙지검에서는 적폐 수사에 대해서는 어마무시한 화력을 퍼부었지만 드루킹 댓글 사건에 대해서는 전혀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며 윤 전 총장을 비판했다.
이어 "정진석 의원님의 전체 글 취지는 잘 이해했다"며 "그런데 이 건은 매우 중차대한 사안이므로 이 단톡방에서 결정돼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언급한 '정진석 의원님의 전체 글'이란 정 의원이 비공개적으로 의원들 단체 채팅방에 올린 글을 의미한다. 김 의원에 따르면 정 의원은 이날 오전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서 '드루킹 댓글조작' 관련 1인 릴레이 시위를 제안하는 글을 올렸다.
정 의원은 해당 글에서 "드루킹 주범을 민주 법정에 세울 때까지 국민의힘 의원들이 릴레이 시위에 나설 것을 제안한다"며 "하루도 빠짐없이, 청와대 앞에서도 일주일씩 단식 농성을 해도 좋다. 당론이 정해지면 제가 1번으로 나서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김 의원은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현재 윤 전 총장이 줄기차게 드루킹 관련 특검 연장을 주장하는데 거기에 동조하면 윤 전 총장의 하명을 받아서 하는 것으로 국민이 볼 수 있어 문제를 제기했다"며 "이 건은 당 지도부 차원에서 입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 의원은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하는 취지에서 1인 릴레이 시위 정도는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특검 재수사는 다른 문제다. 특검은 언급한 바가 없고 1차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지지율 10% 고지 임박?…성공적 데뷔전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감사원장에서 내려온 최 전 원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0% 고지에 근접하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23~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6명에게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를 물은 결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6.9%,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6.0%로 각각 집계됐다. 이어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18.2%, 최 전 원장 8.1% 순이었다.
윤 전 총장이 전주에 비해 3.4%포인트 떨어지고 이 지사는 0.6%포인트 올랐으며 이 전 대표는 1.1%포인트 하락했다. 최 전 원장은 2.5%포인트 오르며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여론조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최 전 원장은 지지율 5%를 넘어서면서 국민의힘 내 1위를 굳혔다. 감사원장에서 사퇴한 뒤 부친상을 계기로 한 야권 인사들과의 상견례, 전격 입당 등 간결하고 선 굵은 행보로 한 달 내 비교적 빠른 성과를 거뒀다.
코로나 확산세로 대선 출마 선언식이 미뤄지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펼치기엔 다소 제약이 있었다. 그럼에도 신입 당원으로서 국민의힘과 스킨십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본인이 강점이 있는 안보를 강조하면서 보수 정치인으로서 정석적인 루트를 밟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현재의 지지율 상승은 윤석열 초반 지지율 상승보다 빠른 주목할 만한 상승세로, 나름대로 정리된 정치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본다"며 "지지율이 10%를 넘기면 더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정감이 최대 강점…공감력·통합, 尹과 '차별화'
최 전 원장의 최대 강점은 안정감이다. 사생활 논란이 적고 6·25 전쟁영웅을 부친으로 둔 애국자 집안이란 점은 전통적인 보수적 가치에 부합한다.
한 국민의힘 3선 의원은 "국민들이 기대하는 국가 최고지도자상에 가까운 분"이라며 "청렴 강직하고 실력도 있고, 양심적이고 따뜻한 면모도 갖췄다. 여권의 네거티브 공세에 저항력이 강해 본선 경쟁력이 탁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청년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국가'를 화두로 제시하며 국민통합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야권 1위 후보인 윤 전 총장을 염두에 둔 차별화 전략이란 분석도 나온다. 반문(반문재인)상징성을 선점한 윤 전 총장이 정권심판에 방점을 찍고 있다면 최 전 원장은 "정권교체 후 어떤 나라를 만드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최 전 원장은 이날 자신의 강점으로 공감능력과 통합을 이끌어낼 능력을 꼽았다. 국민의힘 내엔 최 전 원장에 호의를 갖고 지지하는 현역 의원들이 두자릿수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여권 1위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 공약을 두고 설전을 벌이면서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다.
◆尹 대세론 꺾을 수 있을까…정책비전으로 승부해야
반면 윤 전 총장이 지난 1년간 지지율을 차곡차곡 끌어올리며 대세론을 이룬 데 비해 정치적 기반이 약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태양이라면 최 전 원장은 달이다. 해가 져야 달이 보인다"며 "해가 있는 동안은 달이 치고 올라가기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할 경우 최 전 원장의 지지율 상승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윤 전 총장이 컨벤션 효과를 누리면서 당내 무게중심이 기울어질 수 있단 것이다. 이 때문에 윤 전 총장이 입당하기 전 지지율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윤 전 총장이 이준석 대표와 치맥 회동을 갖고 입당 모양새를 취한 것은 본인이 국민의힘 후보라 선언한 것"이라며 "최 전 원장의 상승세에 제동을 거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윤 전 총장 입당 전 15% 지지율을 만드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결국 내달 초 예정된 대선 출마 선언식에서 어떤 비전을 밝히느냐가 그의 상승 여지를 결정할 것이란 분석이다. 야권 관계자는 "최 전 원장의 현재 지지율은 견고하기보다 새 상품에 대한 호기심 수준이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정치적 비전을 보일 것인지, 현안에 얼마나 준비된 목소리를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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