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의식한 이재명 지사 "법사위 野에 내줄수 없어"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겨주기로 한 합의가 민주당 대선 경선의 또 다른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법사위원장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며 합의 파기를 요구한 반면, 이낙연 전 대표는 “불만이 있어도 합의는 지켜야 한다”고 하면서 전선(戰線)이 만들어졌다. 여기에 다른 대선 주자들과 강성 당원들이 가세하면서 다툼이 커지는 형국이다.
이 지사는 지난 24일까지만 해도 법사위원장 합의 파기를 요구하는 강성 지지층의 ‘문자 폭탄’에 대해 “이런 폭력적 방식으로 업무방해 하고, 반감을 유발해서는 될 일도 안 될 것”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이틀 만에 ‘당원과 국민의 호소’라면서 적극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이 지사는 페이스북에 “무소불위 법사위를 야당에 내주는 것은 당원과 국민들께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당에 법사위 양보 재고를 간곡히 요청 드린다”고 썼다.
이재명 캠프는 이 문제를 놓고 수차례 논의 끝에 법사위원장 반납 불가(不可) 입장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당내에선 “잇따른 바지, 적통, 백제 논란으로 사면초가 신세였던 이 지사가 강성 지지층에 손을 내민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당내 강경파로 꼽히는 정청래 의원은 이 지사에게 “잘하셨다”며 “모든 민주당 후보 진영에서도 입장 표명을 해달라”고 했다. 현재 민주당 대선 주자 중에는 이 지사 외에 추미애 전 법무장관과 김두관 의원이 ‘법사위 반납’에 부정적이다. 추 전 장관은 당 지도부를 향해 “잘못된 거래를 철회하라”고 했고, 김 의원은 “차기 정부에서 논의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낙연 전 대표는 “과정이 어떻든 민주당은 야당과 이미 약속했다”면서 “불만이 있어도 합의는 합의인 만큼 지켜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라고 밝혔다. 야당에 법사위를 넘겨주기로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의 94자(字) 입장문에 3200여 개의 댓글이 붙으면서 각 캠프 지지자 간 찬반 논쟁으로 번졌다. 이 지사 측에서는 “야당과 짬짬이로 나눠먹겠다는 식의 태도에 지지자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했고, 이 전 대표 캠프 안팎에서도 “애초에 지지자들의 요구를 ‘폭력적인 업무방해’라고 했던 이 지사가 또 말을 바꿨다”는 반응이 나왔다.
국회 상임위원회 가운데 법사위는 법안의 체계·자구(字句)를 최종 심사한다는 점에서 야당이 정부 견제 차원으로 위원장 직을 맡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승리한 이후 법사위원장뿐만 아니라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했다. 원(院)구성 문제로 갈등이 계속되자 지난 23일 여야 지도부는 7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야당에게 배분하기로 합의했다. 논란이 됐던 법사위원장도 21대 국회 후반기(내년 6월)부터 국민의힘이 맡는다.
친문(親文) 강경파 당원들이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유튜브에서는 이번 합의를 해준 윤호중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 커뮤니티에서는 ‘정치사기꾼 윤호중’이라는 해시태그(검색 주제어)를 붙이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파장이 확산되자 윤 원내대표는 의원들에게 “상임위원장 독식 구조를 끌고 간다면 대선 주자에도 독(毒)이 된다”는 내용의 편지까지 보냈다. 여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도 강성 지지층의 ‘합의 파기’ 요구에 대해 “당이 아주 망하는 길”이라며 “대선도 포기하고 깡통 차려면 뭔 짓을 못 하겠냐”고 했다.
한편 이 지사 측과 이 전 대표 측은 이날 ‘반사체와 발광체’ 논란도 벌였다. 이재명 캠프 상황실장인 김영진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이낙연 총리가 있었을 때 스스로의 발광체가 아니라 사실은 문재인 대통령의 우산 아래서 일해 오면서 쌓여진 지지율이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이 전 지사가 그동안 발광해온 것은 무엇인지 잘 살펴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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