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94] 오군 기군하는 간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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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부터 임금을 망치고 나라를 망치는 대표적 행위로 오군(誤君)과 기군(欺君)을 꼽았다. 이 둘은 대부분 근신(近臣), 즉 옛날에는 승정원 신하들이 저지르며 지금은 청와대 비서실 사람들이 저지르고 있다. 권력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태종실록’ 17년 6월 12일 자에는 승정원 대언(代言-승지)들이 대거 권세 있는 신하 편에 섰다가 태종의 진노(震怒)를 사는 장면이 실려 있다. 이때는 임금을 잘못 이끄는 오군(誤君) 정도가 아니라 임금을 속이는 기군(欺君)이 문제가 됐다. 이에 태종은 자신이 대언을 쓰는 원칙을 밝히면서 강력하게 경고한다.
“대언의 직임은 임금의 과실(過失)이나 출납(出納)을 관장해 규간하지 아니함이 없어야 하는 까닭에 반드시 도리를 아는 사람을 골라서 좌우에 두는 것이다.”
규간(規諫)이란 임금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법도에 따라 간언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어떤 중대 사안과 관련해 태종이 대언들에게 물었으나 몰래 어느 한쪽 편을 들며 “몽롱하게 보고했으니 임금을 속인 죄에 해당한다”고 밝히고 “곧지 못한 말을 한 자를 형벌에 처하라”고 했다.
K방역 운운하며 자랑만 하던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처음으로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며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국민께 송구하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청해부대 집단감염 사태와 관련해 페이스북에 살짝 사과의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런 가운데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뜬금없이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비행기 두 대 파견” 운운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런 수준들이 정권의 핵심에 있으니 앞으로 대통령 사과는 다반사가 될 것이다. 당장 드루킹 사건으로 감옥에 간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행태를 보자. 문 대통령이 그것을 알았다면 김 전 지사는 오군(誤君)한 것이고 몰랐다면 기군(欺君)한 것이다. 하지만 어느 쪽이건 기군(棄君), 자기 주군을 도랑에 내다 버리는 짓임을 그는 알았을까 몰랐을까? 이에 대한 대통령 사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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