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석의 디코드+] 동남아에서 일본에 상대 안되는 한국차, 전기차 시대엔 역전 가능?

최원석 국제경제전문기자 2021. 7. 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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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코드(decode): 부호화된 데이터를 알기 쉽도록 풀어내는 것. 흩어져 있는 뉴스를 모아 세상 흐름의 안쪽을 연결해 봅니다. ‘디코드+’는 조선일보 뉴스레터 ‘최원석의 디코드’의 ‘네이버 프리미엄’용 별도 기사입니다. 매주 수요일 나옵니다.

지난달 국내에 일제히 나온 기사가 있었습니다. 현대·기아차가 일본차 텃밭인 동남아에서 일본차를 제치고 있다는 내용이었죠. 그러면서 베트남을 들었는데요. ‘현대차가 베트남에서 1~5월 2만4420대를 팔아 도요타(2만4112대)를 제치고 작년에 이어 1위를 지켰다. 기아차는 2만3440대로 3위였다. 현대·기아차를 합치면 4만7860대로 도요타의 2배 가까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약간의 의문이 듭니다. ‘동남아 전체에선 어떨까? 동남아에서 베트남의 비중은 어느 정도일까?’ 같은 것이죠.

◇한국차, 베트남에선 1위지만 동남아 전체에선 순위권 밖

결론부터 말하면, 베트남에서 현대·기아차가 1위를 했다는 것은 무척 의미있는 일이지만 ‘동남아에서 일본차를 제쳤다’고 말하는건 사실과 많이 다르다는 겁니다.

우선 코로나 이전인 2019년 기준 동남아 전체 시장을 보면, 일본차가 263만대를 팔아 점유율 74.3%였고요. 한국차는 18만6000대를 팔아 점유율 5.2%였습니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함께 동남아 최대시장인 태국의 경우 연 200만대 이상의 일본차 생산거점이 있고, 일본차의 판매 점유율은 88%(2020년)에 달합니다.

그리고 동남아에서 팔린 한국차의 59%가 베트남에서 팔렸습니다. 한국차 판매가 베트남에 집중돼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참고로 동남아 주요국의 신차시장 규모를 2019년 기준으로 살펴보면요.

인도네시아가 104만3000대로 동남아 1위(세계 15위)입니다. 태국은 100만8000대로 2위(세계 17위)이고요. 말레이시아가 60만4000대로 3위(세계 21위), 필리핀이 41만6000대로 4위(세계 27위)입니다. 베트남은 32만대로 5위입니다. 아직 규모는 작지만 성장성이 높다는게 특징입니다.

특히 태국은 일본차의 동남아 생산거점이기도 한데요. 2019년 태국은 201만4000대를 생산해 자국 생산 기준 세계 11위를 기록했습니다. 대부분 일본차의 현지 생산이지만, 생산량으로만 따지면 프랑스(202만3000대·세계 10위)와 비슷하고요. 한국(395만1000대·세계 7위)의 절반에 달합니다.

◇한국·일본차의 동남아 판매 비율은 5대 75... 내연기관차 시대엔 역전 거의 불가능

다시 말해 ‘한국차가 동남아에서 일본차를 누르기 시작했다’는 베트남에 한정한다면 맞지만 동남아 전체로는 맞지 않습니다. 다만 성장성이 돋보이는 시장 한 곳에서 주도권을 잡았다는 것 자체는 의미가 있겠지요.

그럼 베트남 뿐 아니라 동남아 전체에서 현대·기아차가 일본차 판매를 넘어서는게 가능할까요? 가능성이 제로는 아니겠지만, 내연기관차 시대가 지속되는 한 어려울 거라 생각합니다. 현재의 점유율(일본차 75%, 한국차 5%) 차이는 판매망 뿐 아니라 부품공급·정비망도 일본이 장악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일까요? 그렇진 않습니다. 내연기관차가 주류인 동안에는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시간이 흘러 동남아 시장에서도 전기차 수요가 늘어나게 될 경우, 한국차의 점유율이 지금보다 꽤 늘어날 가능성은 있어 보입니다. 그것이 현대·기아차 혼자만의 일이 될지, 혹은 앞으로 등장할 수도 있는 한국의 제2, 제3 전기차 업체 몫을 합친게 될지 현재로선 알 수 없지요. 다만 분명한 것은 내연기관차 시대에 동남아에서 일본차를 역전할 확률은 거의 제로라는 것이고요. 전기차 시대로 이행하게 될 경우에만 기회를 엿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태국 정부 “2030년까지 국내 생산 30% 전기차로”... 전기차 전환기에 한국에 기회 올 수도

동남아라고 해서 전기차 보급이 마냥 더딜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태국 정부는 이미 2030년까지 자국 생산 자동차의 30%를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목표를 제시했고요. 이를 위해 자국 업체 육성을 계속 시도하고 있습니다. 중국 창청자동차도 지난 6월 태국에 신공장을 열었습니다. 초기엔 자사 하이브리드 SUV를 주력으로 내지만, 태국 정부 계획에 맞춰 전기차 쪽으로 전환해 나간다는 방침입니다.

중국 뿐이 아닙니다. 아이폰 수탁생산으로 유명한 폭스콘의 모기업인 대만 홍하이도 지난 5월 태국석유공사와 전기차 제휴를 골자로 하는 양해각서를 맺었습니다. 이미 홍하이는 전기차 시대에 대비해 자체 전기차 플랫폼 개발을 마치고 양산 준비를 서두르고 있지요.

올 연말 생산 예정인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연간 15만대 규모)도 처음엔 내연기관차 중심이지만, 앞으로 전기차 비중을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일본차도 전기차 시대를 준비할 것이기 때문에, 시장 흐름이 바뀐다고 해서 꼭 한국차 점유율이 오른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다만 현대·기아차의 전략, 또 국내 다른 업체들의 전기차 시대 준비 과정을 볼 때, 동남아 시장이 장기적으로 전기차로 바뀔 경우, 한국차 혹은 한국 기업이 하기에 따라, 신차 혹은 핵심부품 점유율이 크게 올라갈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기존 강자 일본도 대비 나설 것... 가장 위협적인 건 중국 전기차

물론 기존 절대강자 일본차가 전기차 시대로 간다고 쉽게 무너질리는 없지요. 특히 중국 전기차가 치고 올라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창청자동차 뿐 다른 여러 중국 토종 자동차업체, 이외에 홍하이 같은 IT기반 제조업체도 범중국 연합으로 동남아에서 세를 넓히려 할 것입니다.

일단 현대·기아차가 베트남을 시작으로 동남아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넓히는 것은 의미 있는 시도라 보이고요. 이를 기반으로 전기차로 제대로 공략할 수만 있다면, 앞으로 동남아 전체 시장의 점유율 상승도 기대해 볼 수 있겠습니다. 물론 본인들 하기 나름일테고, 중간에 실패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지난 수십년간 일본차의 텃밭이었던 동남아에서도 한국 자동차가 더 약진하게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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