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도쿄올림픽, 관중 없어도 감동은 있다
꿈의 무대 위해 달려온 선수들
백혈병도 전쟁도 나이도 극복
'스포츠 통한 인간 완성' 보여줘
독일문화사학자 볼프강 베링거는 스포츠와 올림픽에 관한 저서 ‘스포츠의 탄생’에서 “스포츠는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는 인류 문화의 상수(常數)였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인류가 근대에 들어 ‘달리고, 던지고, 매달리고’자 하는 신체 본능에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 솟구치고 싶은 욕망을 제도· 역사화한 것이 올림픽이다. 제1, 2차 세계대전으로 1916년, 1940년, 1944년에는 열리지 못했으나 1896년 1회 아테네를 시발로 4년마다 한 번씩 갖는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다.
여자유도대표팀 강유정의 ‘까까머리’는 애잔하다. 메달을 위한 계체량 통과에 어려움을 겪자 주저 없이 하얗게 삭발했지만 어이없는 한판패를 당했다. 패배 충격으로 만가지 생각이 들었을 텐데도 다음 날 동료선수 훈련 도우미로 나서 “개인보다 팀이 우선”이라며 밝게 웃어 주변을 눈물짓게 했다. 올해 38세 펜싱대표팀 사브르 김정환은 선수로선 환갑을 넘긴 거나 진배없다. 그럼에도 생애 마지막 올림픽 무대에 도전해 발목이 꺾이고 뒤통수를 맞고도 투혼을 발휘해 동메달을 따냈다. 한국 펜싱 최초의 올림픽 3회 연속 메달이다.
한국 여자양궁 대표팀은 실력 외에 모든 것을 배제하는 ‘공정’이란 흔들리지 않은 원칙으로 1988년 서울 올림픽 때 여자양궁 단체전이 치러진 이후 9연패, 33년간의 불패 신화를 남겼다. 귀화를 거부한 재일교포 3세로 동메달을 따내 일본 유도 심장부 부도칸에 태극기를 올린 안창림, 병든 아버지를 돌보며 하루 13∼14시간 활시위를 당겨 양궁 2관왕에 오른 사실상 ‘소년가장’ 17살 김제덕의 얘기는 코끝을 시큰하게 한다.
외국 선수들에게도 눈길이 간다. 일본 수영 간판스타 이케에 리카코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6관왕에 오른 일본의 국민적 스타다. 하지만 2년 전 청천벽력 같은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몸무게가 15㎏이나 빠질 정도로 고통스러운 투병생활이 계속됐다. 모두가 재기가 쉽지 않다고 했으나 올림픽이 1년 미뤄지면서 끝내 병마를 딛고 출전했다. 인구 188만명으로 ‘코소보 비극’으로 외신을 통해 알려진 코소보는 여자유도에서 종주국 일본 선수들을 연달아 눕히고 금메달 2개를 따내 세계유도계를 놀라게 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 하나 못 딴 나라가 99개국인 점을 감안하면 ‘코소보의 기적’이라 불릴 만하다. 12살 시리아 탁구소녀 핸드자자는 예선에서 탈락하고도 주요 언론으로부터 “12세 소녀가 도쿄올림픽의 역사를 썼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국이 내전으로 정전이 잦아 해가 있는 낮에만 연습하고 변변한 탁구장 없이 콘크리트 바닥에 테이블을 놓고 구슬땀을 흘린 ‘장한소녀’다.
코로나바이러스를 뚫고 저마다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올림픽 무대를 찾은 선수들이 또 어떤 감동 드라마와 전설을 보여줄지 기대가 크다. 코로나에 지친 국민들이 선수들이 보여주는 투혼과 용기를 통해 코로나도 이겨낼 수 있는 희망을 발견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박태해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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