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코로나 격리 시설인 양곤 롯데호텔, '노동자 감염' 속수무책
“직원 20~30명, 실제 더 많아”
격리 지원 요구에 강제 귀가
호텔 “정치 상황상 어려워”
5성급 호텔인 미얀마 양곤 롯데호텔 노동자인 흐닌 흐닌(가명)은 이틀 정도 아프기 시작하더니 나흘 뒤 아예 후각을 잃었다. 뒤늦게 받은 코로나19 검사 결과 양성이었다. 그대로 짐을 싸서 택시를 타고 강제 귀가했다. 호텔에는 코로나19 자가격리에 돌입한 투숙객들이 묵고 있다.
흐닌 흐닌은 27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롯데호텔이 코로나19 격리 시설로 쓰이고 있지만, 정작 투숙객을 상대하는 호텔 노동자들이 코로나19에 걸리면 책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호텔 측은 “직원 350여명 중 지금까지 감염 의심자 150여명을 검사한 결과 20~30명이 감염됐다”고 밝혔다. 노동자들은 실제 감염자는 그보다 많다고 했다. 호텔 측은 노동자들에게 부지 내 숙식을 제공하며 외부 감염을 막았지만, 내부 감염은 막지 못했다. 청소, 식음료 서비스, 안내데스크 노동자들이 감염됐다.롯데호텔에는 미얀마 해상 가스 시추 사업에 투입되는 포스코인터내셔널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머물고 있다. 포스코인터는 일주일간 격리 기간을 거친 뒤 음성이 나온 노동자들만 현장에 투입한다. 확진자는 원칙상 코로나19 센터나 병원에 보내야 하지만, 그마저 만원이라 호텔에 머무는 경우가 늘었다. 포스코인터 관계자는 “의료시설 부족으로 미얀마 보건당국에서 호텔 내 격리 대기를 요구하고 있다”며 “확진자는 10여명 정도”라고 밝혔다. 양곤 롯데호텔의 최대 주주는 포스코인터다.
호텔 노동자들은 코로나19 확진자와 직접 접촉하지는 않는다. 하루 세끼 도시락을 객실 문 앞에 두고 가고, 확진자가 떠난 뒤엔 방을 청소한다. 그러나 비상 상황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롯데호텔에서 일하는 아웅 민 탄(가명)은 경향신문에 “감염자 객실에서 긴급한 문제가 생기면 KF94 마스크, 일회용 장갑, 투명 얼굴 가리개를 쓰고 객실 안에 들어가야 했다”고 말했다.
일하다가 코로나19에 걸린 사람들은 대책이 없다. 롯데호텔에서 일하는 찬 투(가명)는 요즘 코로나19에 감염된 동료들이 하나둘 ‘귀가 조치’될 때마다 두렵다. 집에는 아이와 부모가 있다. 관리자에게 별도 격리 시설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흐닌 흐닌은 가족들까지 이미 감염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코로나19에 걸리면 격리 시설이나 병원에 가면 됐다. 하지만 쿠데타 이후 군부가 병상과 격리 시설, 산소통도 독차지하다시피 하고 있다. 아웅 민 탄은 “군부와 연줄이 없으면 입원하기 어렵다”면서 “이제는 코로나19에 걸려도 갈 데가 없다”고 말했다.
롯데호텔 노동자들은특수 상황인 만큼, 일하다 코로나19에 감염되면 호텔 측이 격리 시설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코로나19 감염자를 집으로 돌려보낸 건 미얀마 보건부의 권고에 따른 것”이라며 “호텔 인근에 격리 시설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미얀마 정치상황 때문에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의사 3명을 고용해 유증상 직원의 자택에 산소발생기와 의료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면서 “산소실린더 가격이 폭등해 일반인이 거의 구할 수 없을 정도로 미얀마 상황은 매우 열악하다”고 덧붙였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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