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경 - 노자 [이영의 내 인생의 책 ③]
[경향신문]
박사과정 말미였다. 아버지가 폐암 말기 진단을 받으셨다. 청천벽력이었다. 3개월 시한부 선고가 내려졌다. 1990년대 후반의 의료기술로는 손쓸 방도가 없었다. 휴학을 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대체의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서점에서 암 관련 책이란 책은 전부 사서 읽었다. 암을 고쳤다는 저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찾아가 물었다. 정성이 기적을 빚어 아버지는 우리 곁에 12년을 더 계셔주었다. 떠나시는 마지막도 편안하셨다.
이공계 학도로서 논리로 증명되지 않는 것은 믿지 않았다. 그런데 제도권에서 용인되지 않던 대체의학으로 아버지를 간병하는 동안 ‘무엇이 진리이고 어디까지 진실인가’하는 물음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정신세계와 철학서적에 눈길이 가기 시작하던 중 노자의 <도덕경>을 만났다. <도덕경>은 한문 원문으로 5000자 남짓이지만 읽는 이에 따라 한 시간이 걸릴 수도, 평생을 두고도 못다 읽을 수도 있다.
처음에는 번역과 해설이 함께 되어 있는 책을 읽었다. 그런데 와 닿지가 않았다. 이후에 해설이 빠진 번역본만 읽었다. 참 오묘했다. 읽을 때마다 다르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최근까지도 20년 넘게 읽고 있다. 매번 “아하”를 외치고 있는데, 그 “아하”의 의미가 또 매번 다르다. 미칠 노릇이다.
가장 좋아하는 구절은 8장 첫마디인 상선약수(上善若水)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은 것.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지만 그 공을 탐해 다투지 않고 언제나 낮은 곳으로 흐른다.
평생 과학기술인으로 살았던 내 인생의 책이 <도덕경>이라니. 세상의 무게가 더해질수록, 인생이란 굴곡진 계곡에서 길을 잃을 때마다 유유자적, 태연자약, 물과 같이 낮은 곳으로 흐르고자 하는 내 삶의 지향점을 만들어준 책 <도덕경>이다.
이영 | 국민의힘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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