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강서 멈춘 "파이팅"..김제덕 "끝나니 속이 뻥 뚫려"
[앵커]
지금부터는 올림픽 소식들 함께 하시죠. 오늘(27일)의 도쿄, 시작합니다. 매 경기 우렁차게 '화이팅'을 외치면서 자신감도 잡고 팬들의 마음도 잡았던 양궁의 김제덕 선수가 자신의 첫 올림픽을 마무리했습니다. 개인전에선 32강 탈락이란 성적이 아쉬웠지만 "끝나고 나니까 속은 확실히 뻥 뚫린다"고 말했는데요.
첫 소식으로 이선화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 김제덕:운루 (독일)|양궁 남자 개인전 32강 >
[파이팅!]
늘 양궁장을 울리던 김제덕의 요란한 고함이 4세트가 되어서야 나왔습니다.
이전과는 달리 조용하게 시작한 경기, 초반…차분하게 쏜 화살은 먼 거리를 날아가 연이어 10점에 꽂혔습니다.
[10, 10, 10. 완벽한 점수입니다.]
하지만 초속 3m가 넘는 강한 바람이 승부를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형들도, 누나도 없이 홀로 선 개인전, 2세트와 3세트, 8점을 기록하자 김제덕의 표정에는 당황함이 묻어났고 결국 동점에 역전을 허용하면서 세계 10위 독일의 운루에게 지고 말았습니다.
[김제덕/양궁 국가대표 : 당황했습니다. 버벅거리다 게임 끝나게 됐고. 지더라도 탕탕. 즐기면서 쏘고 싶다는 그런 마음이 크게 들었고…]
장난을 많이 쳐, "침착함을 배워보라"는 담임선생님의 권유에 활을 처음 들었던 초등학생 김제덕은 17살 나이에 태극 마크를 달았고 생애 첫 올림픽에선 연이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하지만, 감당하기 힘든 부담감도 마음 한 켠을 짓눌렀다 고백했는데, 개인전이 끝나고서야 속내를 털어놓았습니다.
[김제덕/양궁 국가대표 :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려고 그러는 것 같습니다. 많이 쌓아두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부담감도 그렇고.]
쩌렁쩌렁 쏟아냈던 파이팅을 왜 개인전에선 감춰야 했는지 물었더니 그제서야 웃음을 되찾았습니다.
[김제덕/양궁 국가대표 : 목도 정상적인 목도 아니고 지금 파이팅을 외친다는 건 차분하게 하려 했는데. 확실히 파이팅을 안 하고 하고 차이에. 긴장감이 다른 것 같습니다.]
김제덕은 이제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사대 대신 관중석에서, 형들, 누나들에게 '파이팅'을 보낼 수 있게 됐습니다.
국제양궁연맹은 "김제덕이 비록 17위로 개인전을 마친 것이지만, 이 17세 선수는 이번 대회 가장 흥미진진한 이야기 중 하나였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이 젊은이는 반드시 다시 한 번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돌아올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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