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많은 여자 에페, 코로나 아픔 이겨내고 눈물의 '은메달'[Tokyo 2020]

도쿄 | 이용균 기자 2021. 7. 27.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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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런던서 ‘멈춰버린 시계’·한국 선수단 첫 코로나 확진 ‘시련’
단체 결승 에스토니아에 석패했지만 마지막까지 빛난 투혼
시상대 위에서 미소 되찾은 여검객들 2020 도쿄 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따낸 최인정·강영미·이혜인·송세라(왼쪽부터)가 27일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 B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고 반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지바 | 연합뉴스

한국 펜싱 여자 에페는 ‘한(恨)’의 종목이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신아람은 멈춰버린 시계 때문에 역전패했다.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눈물을 닦고 일어선 단체전에서 선전했지만 중국과의 결승에서 25-39로 져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승 상대도 중국이었다. 28-28로 맞선 연장, 최인정의 찌르기가 통하며 한 데 엉켰다. 중국을 이겼다 여겼는데, 무릎이 닿았다는 판정이 나왔다. 어수선한 와중에 아쉽게 역전패를 당했다.

지난해 3월 헝가리 국제그랑프리대회에 나갔다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이 곧 ‘유죄’가 되던 때였다. 강영미는 “이대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국가대표 첫 확진’이라는 낙인도 찍혔다. 여자 에페는 웃음보다 눈물이 더 많았다.

벼르고 벼른 2020 도쿄 올림픽은 또 눈물로 시작했다. 최인정(세계랭킹 2위·계룡시청)은 32강에서 아이자나트 무르타자에바(ROC)에 11-15로 졌다. 무르타자에바는 세계랭킹 258위였다. 강영미(8위·광주광역시 서구청)도 일본의 사토 노조미(42위)에게 14-15로 졌다. 송세라(부산시청)는 16강에서 멈췄다. 긴장감이 발을 무디게 했다. 최인정은 “머릿속이 정리가 잘 안 된다”고 했다. 10년 가까이 괴롭힌 ‘불운’의 그림자가 다시 도쿄에 드리운 듯했다.

그럴 때마다, 한국 여자 에페는 똘똘 뭉쳐 힘을 냈다. 신아람의 눈물 때도 은메달을 땄고 ‘국가대표 첫 확진’이라는 낙인을 받았을 때도 서로 전화를 통해 위로를 건넸다. 단단하게 어깨를 겯고 어려움을 뚫었다.

한국 여자 에페가 오래 묵은 한을 풀 기회를 잡았다. 최인정, 강영미, 송세라에 후보 선수 이혜인(강원도청)으로 구성된 대표팀은 27일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 B홀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단체전 준결승에서 오랜 숙적 중국을 38-29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대표팀은 에스토니아와의 결승에서도 똘똘 뭉쳤다. 최인정이 초반 흔들리며 1경기를 2-4로 내줬지만 2경기에서 강영미가 7-7 동점을 만들며 분위기를 바꿨고 송세라가 13-11로 도망갔다. 19-18로 버틴 최인정에 이어 6경기에서 송세라가 쪼그려앉아 어깨 찌르기와 손목 찌르기로 승기를 이었다. 7경기에서 위기가 찾아왔다. 이혜인이 이리나 엠브리히와 공방 속에 22-23 역전을 허용했지만 이내 이를 만회해 24-24 동점으로 끝냈다. 마지막 9경기도 26-26 동점에서 시작됐다. 에이스 최인정이 나섰다. 3점 뒤진 1분, 마지막까지 온 힘을 쏟아냈지만 승리의 여신은 다시 한 번 고개를 돌렸다. 32-36으로 경기가 끝났다.

여자 에페는 또 눈물 바다가 됐다. 울먹이는 최인정을 동료들이 다독였다. 언제나 그랬듯, 똘똘 뭉쳤다. 이번 은메달은 9년 전 못지않게 또 특별했다. 여자 에페 대표팀은 한국 선수단 최초의 ‘코로나 극복 메달리스트’가 됐다.

도쿄 |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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