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구실 못하는 '임대차惡법'의 역행

박상길 2021. 7. 27.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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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셋값 상승폭 30% 육박
분쟁 급증 사회갈등만 늘어나
세입자·집주인들 모두 피해자
정부, 오늘 대국민담화 예정
서울 양천구의 한 공인중개사에 붙은 매매 및 전세가격표 모습. <연합뉴스>

정부와 여당이 집값 안정을 이루겠다며 '임대차 3법'을 도입한 지 1년 만에 서울 전셋값 상승폭이 30%에 육박했다. 평균 1억3000만 원가량 올랐다.

전셋값을 구하지 못한 서민들은 결국은 빚을 내거나 변두리로 쫓겨났다.

엄한 임대차계약 규제 등을 피하기 위해 집주인들은 각종 편법을 동원해야 했다. 세입자를 압박해 재계약 요구를 하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쓰게 하기도 했다.

임대차 3법이 잡으라는 집값은 잡지도 못하고 세입자는 '전세 노예'로, 집주인은 범법자로 내몬 셈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28일 대국민담화를 내놓을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25번의 실패에도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다"며 "모두를 괴롭힌 악법은 폐기가 정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7일 KB국민은행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3483만원으로,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작년 7월 4억9922만원과 비교해 1억3562만원 올랐다. 새 임대차법이 시행되기 직전 1년간인 2019년 7월부터 작년 7월까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 상승액 3568만원(4억6354만→4억9922만원)과 비교하면 4배에 육박한다.

서울만 오른 게 아니다. 경기·인천을 포함한 수도권의 경우 작년 7월 3억3737만원이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이달 4억3382만원으로 1억원 가깝게(9645만원) 뛰었다. 직전 1년 동안 상승액이 2314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2배 높은 수준으로, 서울보다 상승 속도가 더 빨랐다. 1년의 1억3000만원의 인상은 3040세대 직장인 연봉의 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오른 전셋값을 감당 못한 세입자들은 이사를 하거나 집주인의 편법(?) 요구에 응해야 했다. 임대차 3법을 피하려는 집주인들은 세입자들에게 '각서'까지 요구하는 사례가 왕왕 나왔다.

아예 임대차 3법에 근거해 집주인과 법적 다툼을 나서는 이들도 늘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임대차 계약 종료·갱신 관련 분쟁 건수는 법 시행 전인 작년 1월부터 7월 월평균 2건에서 법 시행 후 작년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월평균 22건으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임대차 3법 탓에 사회 갈등만 늘어난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서울 100대 아파트의 확정일자 등 전입신고 자료를 분석해 "갱신율이 임대차 3법 시행 전 1년 평균 57.2%에서 올해 5월 현재 77.7%로 올랐다"며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이 제고되고 있다"고 밝혔다.

당장 시장에서는 인용된 통계에서 "이사를 가야 하는 세입자나 새로 시장에 진입하는 신혼부부, 청년 등이 빠졌다"며 반발했다. 심지어 친문 성향의 커뮤니티에서조차 "임대차법 시행 전으로라도 되돌아가고 싶다","정권을 교체해야만 전셋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등의 날 선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기존 임대차 3법의 문제점을 보강하겠다는 입장이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임대차 3법을 언급하면서 "지난 1년간 신규 계약을 맺는 경우 건물주인 임대인들이 임대료를 부단히 상향시키는 문제가 있었다"며 "임대료 책정 권한이 건물주에게 집중된 불평등한 계약관계가 개선될 수 있도록 입법적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행법의 규제조항을 더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주택 공급 부족 때문에 급등한 전셋값을 안정시키려 임대차법을 시행했지만 그게 오히려 불에 기름을 더 부은 격이 됐다"라며 "임대차법으로 전월세 유통 매물이 절대적으로 줄었고 갱신 계약과 신규 계약간 이중 가격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쁜 임차인의 경우에는 집주인보다 우월한 입지를 악용해 이사비나 집 구경하는 비용을 요구하기도 하고, 집주인은 제 집인데도 실거주하지 못하는 부작용도 발생했다"며 "임대차법은 폐지하거나 대폭 수정·보완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근본적으로 지금 제기되는 전셋값 급등 문제는 매매가격 상승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며 "매매시장과 임대시장을 별개로 놓고 보는 우를 범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매매 시장의 근본적인 문제인 주택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공급부족 문제를 직시하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시장 안정에 대한 해답을 찾긴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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