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통신연락선 차단에서 복구까지 13개월..무슨 일 있었나
[경향신문]
남북이 27일 13개월여 만에 통신연락선 복원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남북 정상간 3년 넘게 주고 받은 친서로 쌓인 신뢰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 설명을 보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4월말부터 최근까지 여러 차례 문서로 된 친서를 교환했다.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3주년이 계기였다. 2018년 문재인 정부 들어 첫 남북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4·27 판문점 합의’를 이끌어 냈다. 남북관계가 희망적이던 시기를 화제 삼아 정상간 호의적인 논의가 오갈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단절된 통신연락선 복원도 친서 교환 과정에서 결정됐다. 양 정상이 친서를 통해 꽉 막힌 남북관계를 회복하는 문제를 논의해 오던 중 우선 통신선부터 복원하자고 합의했다는 것이다. 그간 통신선 연결과 단절은 향후 남북관계 전망에 주는 의미가 컸다는 면에서 꾸준한 정상간 친서 교환이 남북관계 국면을 전환시켰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이날 남북은 모두 연락선 복원이 앞으로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정상은 이전에도 친서를 통해 남북관계에서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어 왔다. 김 위원장은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한을 방문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통해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요청하는 친서를 보냈다. 지난해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일 때도 양 정상은 코로나19 극복 등을 화제로 친서를 주고 받았다.
남북 정상간 친서를 주고 받고 통신선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과 조율을 거쳤는지도 주목된다. 남북 정상이 친서 교환을 시작한 4월말은 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간 첫 정상회담이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시기였다. 청와대는 지난주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 방한 때 통신선 복원 관련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미국과는 필요시 정보를 긴밀히 공유하고 있다”고만 했다.
친서에서는 구체적인 남북관계 현안이 논의되지는 않았지만 코로나19, 남부지방 폭우 등에 대한 얘기가 오갔다고 전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현재 코로나로 인해 남북 모두가 오래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하루속히 이를 극복해 나가자고 서로 간에 위로와 걱정을 나눴다”고 공개했다.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를 매개로 북한과의 협력을 강조해온 만큼 향후 코로나 관련 남북 보건·방역 협력이 가능하리라는 기대감이 나오는 대목이다. 다만 청와대는 친서에서 보건·의료 분야 협력은 논의된 바 없다며 “구체적인 의제는 다시 열린 대화 통로를 통해 앞으로 협의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정상간 대면·비대면 만남이나 핫라인 통화에 대한 논의도 아직 없었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향후 남북관계 진전은 꾸준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다음달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등 남북간 첨예한 사안이 쌓여있다. 청와대는 일단 “통신선 복원과 한·미연합훈련은 무관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남북간 현안을 돌파하기 위한 대북 특사 파견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과거 남북관계 위기 때마다 특사를 통한 관계 개선이 모색돼 왔다. 하지만 코로나 상황이 변수다. 청와대는 남북간에 대북 특사 파견은 논의되지 않았다며 “현재 코로나 여건에서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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