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열린 남북채널.. 연락사무소 폭파 사과는 없었다
6·25 정전협정 기념일에 연결
靑 "南北정상 수차례 친서 교환"
文 대통령 임기 말 상황 고려
北 코로나·내부 위기도 영향
내달 한·미연합훈련 변수 가능성
413일 만에 남북 통화 남북 통신연락선이 복원된 27일 통일부 연락대표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서울사무실에서 직통전화로 북한 측과 통화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
27일 오전 10시 판문점 기계실에 남북의 통화상태 확인을 위한 대화가 짧게 이어졌다.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이용한 통화였다. 기계 점검을 거쳐 오전 11시4분부터는 남북한의 연락대표부 사이에 3분 통화가 이뤄졌다. 지난해 6월 9일 북한이 일부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판문점 채널을 비롯한 양측의 4개 통신선을 모두 끊은 지 1년 1개월, 413일 만에 이뤄진 남북 사이의 통신이었다. 그동안에도 우리 측은 남북 중 한 곳에서 신호를 보내면 유지되는 관계를 고려해 매일 발신을 이어갔지만, 북한 측의 호응은 없었다.
이번 통신선 복원을 계기로 9·19 남북 군사합의의 핵심조치, 군 통신선이 복구돼 지난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침체를 면치 못했던 남북관계가 전환될지 주목된다.
거의 동시에 북한도 통신선 연결 사실을 전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수뇌분들의 합의에 따라 북남 쌍방은 7월 27일 10시부터 모든 북남 통신연락선들을 재가동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보도했다. 통상 하루가 지나서야 보도하는 북한 매체의 관행에 비춰 이례적으로 빠르다. 통신은 “온 겨레는 좌절과 침체상태에 있는 북남 관계가 하루빨리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사실상 청와대의 발표 시점에 맞춰 중앙통신 보도가 나온 점에 비춰 남북 간 사전 조율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우리 측의 국가정보원과 북측의 대남 정책 담당 고위 인사가 복원 과정을 챙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정통한 소식통은 전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지난달 국회 정보위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남북 간 의미 있는 소통이 이뤄졌다”고 보고했다. 박 원장이 지난 5월 미국을 방문해 한반도 문제를 조율하고, 남북이 그동안 수차례에 걸친 물밑 조율을 거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으로서도 남측 대선 정국에서 문재인정부의 지지율 상승은 나쁜 카드가 아니다. 또 김 위원장이 6월 전원회의 이후 한반도 주변 정세를 활용하고, 미국과 대화와 대결 모두 준비하겠다고 한 점에 비춰서도 남북 관계 복원은 이점이 많다. 미국 행정부가 바뀌고 대북정책이 외부로 발표되는 과정에서 싱가포르 합의와 판문점선언 계승 등 한국 정부의 의견이 어느 정도 반영된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 측 메시지가 문 대통령을 통해 (북한에) 전달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이 방한해 북한과의 대화 재개 의지를 밝힌 직후 이번 조치가 나왔다는 점도 눈에 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2년 가까이 고립되면서 심화된 북한의 내부 위기도 일부 영향을 줬을 것으로 분석된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통신선 복원 그 자체가 대화 재개는 아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북한으로선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 공조 위주로 고착화되는 상황을 견제하는 포석일 수 있다는 것이다.
통신선 연결은 8월 한·미 연합훈련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통신선 단절 당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에 대한 북측의 사과나 입장 표명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앞으로 협의해 나갈 문제”라고만 짧게 언급했다.
홍주형, 이도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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