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하는 TSMC·판 흔드는 인텔..구석 몰리는 삼성

이준기 2021. 7. 27.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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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아마존과 손잡고 'EUV 장비' ASML 포섭
초미세 공정기술 확보 공언..자체 명칭도 도입
TSMC도 美·일본 이어 獨 반도체공장 설립 검토
삼성 제자리걸음..가석방 논의 속 사면 목소리
사진=AFP
[이데일리 배진솔 이준기 기자] 인텔 팻 겔싱어(사진) 최고경영자(CEO)가 26일(현지시간) 기술설명회를 통해 내놓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재접수 로드맵은 말 그대로 ‘파격’으로 요약된다. 이 자리에서 ‘2025년 파운드리 시장의 리더가 되겠다’고 공언한 겔싱어 CEO는 파운드리 1·2위인 대만 TSMC·한국 삼성전자조차도 언급한 바 없는 초미세 공정기술 확보를 공언하는가 하면, 새로운 인텔만의 명칭을 도입해 이들 경쟁자보다 기술력에서 떨어진다는 인식을 불식시키는 식으로 일종의 ‘승부수’를 띄웠다.

‘2nm 이하’ 공정기술까지 공언…시장 “너무 공격적”

기존 파운드리 시장에서 썼던 ‘5nm’ ‘3nm’ 등의 명칭 대신, 옹스트롬(A, 1A=0.1nm)이란 자체 표현을 쓰겠다는 게 대표적이다. 예컨대 삼성의 7㎚와 인텔의 10㎚ 공정 기술은 엇비슷한데, 경쟁자들이 ‘숫자가 적을수록 미세하다’ 식으로 마케팅을 펴왔다는 게 인텔 측의 주장이다. 이를 위해 GAA(Gate-all-around) 방식을 적용한 새 트랜지스터 아키텍처인 ‘리본펫’과 업계 최초 후면 전력 공급망 방식의 ‘파워비아’란 두 가지 혁신 기술도 소개했다. 4년 내 18A(1.8nm)이라는 2nm 이하의 반도체 공정 기술 확보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TSMC·삼성전자조차도 3nm 미만 공정 스케줄에 대해선 그 어떤 언급도 꺼낸 바가 없다.

재계에서 “현실성 있는 얘기냐” “뜬구름 잡는 것 아니냐” “공격적인 발표” 등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겔싱어 CEO가 아시아 경쟁자들을 따라잡기 위해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고 썼다.

겔싱어 CEO는 또 세계 최대 통신 칩 제조사 퀄컴과 글로벌 유통 공룡 아마존을 고객사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TSMC·삼성이 사실상 양분했던 고객이 삼분할 되는 셈이다. 더 나아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로부터 업계 최초로 차세대 EUV 장비를 공급받기로 했다. 반도체 초미세 공정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이 장비를 놓고 TSMC·삼성과 쟁탈전이 치열한 상황에서 인텔이 먼저 차지할 공산이 커진 것이다.

사진=AFP
◇반도체發 ‘3차 대전’ 가시화 속…삼성은 ‘제자리걸음’

물론 시장에선 인텔 로드맵이 현실화하더라도 삼성을 뒤따라오려면 수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많다”며 “7nm 대에서도 힘들어했던 인텔이 18A, 즉 1.8nm 공정 기술을 확보한다는 건 믿기 어렵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미 의회의 반도체 법안 통과를 압박하기 위한 것 아닌가”라고 봤다. 현재 미국에선 반도체 산업에 향후 5년간 520억 달러(약 59조9400억원)를 투자하는 법안이 지난달 상원을 통과, 하원으로 넘어간 상태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반도체업계 지원 등에 힘입어 인텔이 생각보다 빠르게 치고 올라올 수도 있다. 구체적인 추가 움직임은 없으나 최근 불거졌던 인텔의 글로벌파운드리 인수까지 가시화할 경우 그 파급력은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이날 류더인 TSMC 회장도 ‘초기 검토’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독일에 반도체공장 설립을 위한 평가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내용의 서한을 주주들에게 보냈다. 미국 애리조나주와 일본에 이어 또다시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힌 셈이다. 앞서 TSMC는 올 초 2024년까지 1280억달러(약 147조6000억원)를 들여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었다.

반도체발(發) 제3차 세계대전이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로 경쟁자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사이 총수를 잃은 삼성은 제자리걸음만을 반복하고 있다. 2019년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TSMC를 제치고 1위에 오르겠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 선언은 ‘청사진’으로만 남아 있는 상태다. 광복절을 앞두고 이 부회장 가석방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나 재계는 제약 없는 경영활동을 위해선 ‘사면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사진=AFP


이준기 (jeke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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