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그로여 안녕 [허명현의 레치타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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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허명현 클래식 평론가가 한국일보 객원기자로 활동합니다.
클래식 음악으로는 대략 알레그로(Allegro) 템포부터다.
클래식 음악에서 알레그로는 보편적으로 채택되는 빠르기다.
덧붙여 클래식 음악에서 알레그로는 단지 빠르기만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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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허명현 클래식 평론가가 한국일보 객원기자로 활동합니다. 경기아트센터에서 근무 중인 그는 공연계 최전선에서 심층 클래식 뉴스를 전할 예정입니다. 오페라에서 가수가 대사를 노래하듯 풀어내는 '레치타티보'처럼, 율동감 넘치는 기사가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된 상태다. 방역수칙 역시 더욱 강화됐는데,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던 항목은 바로 피트니스센터 운영에 관한 규정이었다. 격상된 거리두기 3, 4단계에서는 러닝머신을 이용할 때 시속 6㎞ 이하의 속도를 유지해야 하고, 에어로빅이나 줌바 등 그룹으로 운동을 해야 할 경우 음악의 빠르기가 100~120bpm(beats per minute·분당 비트수)으로 유지돼야 한다. 상당히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다. 지나치게 빠른 음악에 맞춰 운동을 하게 되면 숨이 가빠지고, 그만큼 비말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침에 따르면 방탄소년단(BTS)의 ‘다이너마이트(114bpm)’나 ‘버터(110bpm)’는 되지만, 싸이의 ‘강남스타일(132bpm)’이나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138bpm)’은 금지된다.
실제로 빠른 음악을 듣는 것은 운동에 도움이 된다. 빠른 음악을 들으면 도파민이 지속적으로 분비돼 운동의 피로감을 완화해 준다. 리듬에 몸의 움직임을 맞추면, 일정한 운동 강도를 오랜 시간 유지할 수도 있다. 어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적당히 뛰는 운동으로는 120bpm 정도가 가장 적절하다고 한다. 1초에 두 번의 비트다. 더욱 강도 높은 운동을 하고 싶으면 120bpm 이상 템포도 권장된다. 클래식 음악으로는 대략 알레그로(Allegro) 템포부터다.
정부가 기준 박자까지 지침으로 정하지는 않았지만, 4단계 거리두기 기준인 100~120bpm은 클래식 음악에서 대략 모데라토(Moderato)나 알레그레토(Allegretto)쯤이다. 이탈리아어로 각각 '보통 빠르게' '보통보다 조금 더 빠르게'라는 뜻이다. 이 템포를 넘어 120bpm을 넘는 알레그로 수준으로 음악이 흐르면 방역 수칙 위반이다. 'G선상의 아리아'로 널리 알려진 바흐의 관현악 작품은 사용이 가능하지만,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의 1악장은 사용이 어렵다. 또 '월광 소나타'로 알려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의 1악장은 가능하지만, 같은 곡이라도 3악장은 템포가 빨라 사용이 어렵다.
'강남스타일'이나 '잘못된 만남'을 떠올리면 120~140bpm 정도의 템포가 굉장히 빠르게 느껴진다. 클래식 작품 중에서도 이렇게 빠른 음악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사실 클래식 음악엔 느린 음악만 있는 게 아니다. 클래식 음악에서 알레그로는 보편적으로 채택되는 빠르기다. 대표적으로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5번이 알레그로의 빠르기다. 그리고 더 나아가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중 3악장은 무려 180~200bpm 정도 되는 프레스토(Presto)로 시작한다. 비발디 '사계' 중 '여름'의 3악장 역시 프레스토다.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장면을 묘사한다. 프레스토는 이탈리아어로 '아주 빠르게'란 뜻인데, 알레그로보다 훨씬 템포가 빠른 음악이다. 현행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헬스장 그룹운동(GX류) 시 엄격하게 사용이 제한된다.
덧붙여 클래식 음악에서 알레그로는 단지 빠르기만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알레그로는 '기쁜' '경쾌한'이라는 뜻도 내포한다. 결국 기쁘고 경쾌한 음악을 피해야 하는 세상이 왔다는 점에서 아찔하고 섬뜩하다. 우리가 처한 현실이 얼마나 심각한지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알레그로여 안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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