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SBS엔 '아미'가 있다? 아미는 어디나 있다!
지난주 토요일, 방탄소년단이 SBS 8뉴스에 출연했습니다. '버터'에서 '퍼미션 투 댄스'로 이어지는 빌보드 싱글차트 8주 연속 1위라는 대기록을 세운 후, 첫 언론 인터뷰였습니다. (오늘 '버터'가 '퍼미션 투 댄스'와 다시 자리바꿈 하며 1위를 했다는 소식이 들어왔네요. 9주 연속 1위입니다. ) 방탄소년단은 주말 SBS 8뉴스 김용태 앵커와 대담을 통해 대기록에 대한 소감, 팬들에 대한 감사, 코로나 시대 비대면 공연을 이어온 소회, 그리고 대통령 특사 등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밝혔습니다.
저는 방탄소년단의 7월 24일 SBS 8뉴스 앵커 대담 프로젝트를 맡았던 김수현 기자라고 합니다. 저는 이 프로젝트를 '724프로젝트'로 이름 붙였는데요, 제가 이 프로젝트를 맡게 된 이유는 지난 2018년 말부터 방탄소년단 기사를 써온 담당 기자이기 때문이죠. 저는 그동안 여러 부서를 경험했지만, 문화부에서 가장 오랜 세월을 보냈고, 클래식 음악과 무용 연극 뮤지컬 국악 등 주로 공연 분야를 폭넓게 취재해왔습니다. 뉴스 외에 골라듣는 뉴스룸 팟캐스트 '커튼콜' 을 맡아 진행 중입니다.
▶ 커튼콜 바로가기
[ https://news.sbs.co.kr/news/podcastList.do?subPod=POD|18 ]
▷ 인터뷰 뉴스 영상
[ 원문 링크 : https://news.sbs.co.kr/d/?id=N1006404280 ]
▶ 인터뷰 풀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p1d3aaDGtL4&t=1845s ]
▶ 비하인드 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PiskxrUNFVQ ]
1. SBS 에는 아미가 있다?
방탄소년단 취재 기자인 저는 '아미'가 아니라 '호의적 관찰자'입니다. 제가 '아미'라면 방탄소년단 기사를 쓰는 이유가 (RM의 표현을 빌리자면) '납작'해져 버리는 것 같아서입니다. 저는 방탄소년단 기사를 아미라서 쓰는 게 아니라, 기자로서 기사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서 씁니다. 취재 기자로서 객관성을 지켜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아미 같은 '팬심'은 아니더라도 취재 대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없다면 좋은 기사가 나오기 어렵다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모든 분야가 다 그렇다고 할 수는 없는데, 제 경험상 최소한 문화 분야에서는, 칭찬이든 비판이든 좋은 기사는 모두 관심과 애정에서 나오더라고요.
저의 방탄소년단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은 2018년 즈음에 시작됐습니다. '엄마, 데부시가 유명한 사람이야?' 하는 딸의 질문이 발단이 됐죠. 당시 인터넷 취재파일 '클래식 in BTS 월드'를 썼었고, 문화부로 복귀한 후엔 조금 더 나아가 SBS 8뉴스에 '방탄소년단 음악과 영상에 숨은 클래식.인문학 코드' 기사를 쓰기도 했습니다.
▷ 클래식 in BTS 월드
[ 원문 링크 : https://news.sbs.co.kr/d/?id=N1005003163 ]
▷ '방탄소년단 음악과 영상에 숨은 클래식.인문학 코드'
[ 원문 링크 : https://news.sbs.co.kr/d/?id=N1005231945 ]
제가 주로 취재하는 문화계에는 아미가 많습니다. 사내에도 아미가 곳곳에 있습니다. 저는 방탄소년단 관련 기사를 쓸 때 아미의 의견을 자주 구합니다. 어떤 기자나 평론가도 아미만큼 방탄소년단에 대해 잘 알기는 힘들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러니까 저에게는 비공식 '아미자문단'(?)이 있는 셈인데요, 뭐 거창하게 들리지만, 그냥 방탄소년단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새로운 소식이나 재미있는 영상이 올라오면 공유하고, 세상 살아가는 얘기도 하는 단톡방입니다. 이 모임을 중심으로 한 제 주변의 방탄소년단 팬들이 이번 724프로젝트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방탄소년단이 처음 SBS 8뉴스에 출연했던 지난 2018년, 의자가 불만족스러웠으니 이번엔 신경 써야 한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알아보니 일곱 멤버가 다 앉을 수 있을 정도로 뉴스 스튜디오 중앙의 앵커 데스크가 크지 않았고, 그래서 스튜디오 측면에 의자 7개를 놓기로 했는데, 당시 마땅한 의자가 없어서 급히 빌려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담당부서에 이번엔 반드시 좋은 의자를 미리 확보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왕이면 보라색으로. 보라색 의자를 어떻게 구하려나 했는데, 어디서 구해왔더라고요.
보라색은 방탄소년단의 상징처럼 된 색입니다. 방탄소년단과 아미는 '보라해'라는 말을 많이 쓰죠. 이번 '퍼미션 투 댄스' 뮤직비디오에선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보랏빛 풍선이 코로나 종식의 희망을 나타냅니다. 왜 보라인지, 그 이유는 이번 풀 인터뷰 영상에 나옵니다. 아미들은 이미 알겠지만, 뷔의 이야기를 다시 듣는 것도 재미있더라고요. 김용태 앵커는 제가 따로 이야기하진 않았는데, 스스로 보라색 넥타이를 하고 나왔습니다.
2. 아미라면 뭘 묻고 싶을까
뉴스 대본을 작성하고 영상 구성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담당기자인 저와 대본 작가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맞댔습니다. 사실 뉴스에서 방탄소년단을 다룰 때 고민이 많습니다. 아미는 방탄소년단에 대해 너무나 많은 것들을 알고 있으니, 일반적인 정보를 전하는 뉴스에 성이 찰 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뉴스는 방탄소년단을 잘 모르는 많은 사람들을 위한 정보도 담아야 합니다.
방송 뉴스는 방탄소년단의 '기록'을 전하는 데만 급급하다는 지적을 종종 받습니다. 일리 있는 지적입니다만, 보통 길어야 2분 안팎인 뉴스 리포트에서 깊이 있는 얘기를 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방탄소년단 팬 입장에서야 길게 소식을 듣고 싶어 하는 게 당연하지만, 종합뉴스에서는 여러 다른 뉴스도 다뤄야 하는 사정상 마냥 시간을 할애하긴 어렵습니다.
이번 인터뷰의 뉴스 방영 시간은 16분 정도였으니 평소 리포트에 비하면 엄청나게 긴 시간이었지만, '대담' 형식이라는 게 또 까다로웠습니다. 아미들이 궁금해하는 질문과 일반적인 질문들을 같이 준비하고, 이를 일곱 멤버들에게 배분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각자의 분량을 완벽하게 맞추지는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골고루 돌아가게 해야 했습니다. 또 뉴스용은 아니지만 유튜브 동영상에 넣을 가벼운 질문들도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녹화에 들어가니, 당연한 얘기지만, 대본대로 진행되진 않았습니다.
처음 하이브 측과 협의했던 녹화 시간은 40분 정도였는데, 대기실에서 스튜디오 이동, 사전 토크 등을 모두 합쳐 1시간 넘게 진행했습니다. 이걸 16분짜리로 편집해 방송해야 했습니다. 녹화 끝나고 나니 올림픽 중계 때문에 늦어진 8시뉴스 시작 전까지 약 2시간 정도가 남아있었습니다. 방송 아시는 분들은 짐작하시겠지만, 이 시간 내에 여러 대의 카메라로 찍은 1시간 분량 녹화본을 16분으로 압축 편집하는 건 절대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이런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는 동료의 조언에 따라 속기사를 불렀던 게 '신의 한 수'였습니다. 세 명의 편집자가 속기 대본을 공유하며 편집했고 내용 자막과 CG 등도 막판까지 만들었습니다.
너무 시간이 촉박해서 미리 준비해 놓고 쓰지 못한 디테일들도 있습니다. 뉴스는 아무래도 '요점 정리' 위주였기 때문에, 조금 딱딱하고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 드는 부분도 있습니다. 저 자신도 시간이 충분했다면 좀 더 매끄럽게 편집할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지만, 디테일에 집착하다가는 방송 시간을 못 맞출 위험이 너무 컸습니다.
3. 아미는 어디에나 있다.
저는 724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정말 '아미는 어디에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들의 헌신적인 도움과 참여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저는 또 뉴스 유튜브 생중계에 온갖 언어로 작성된 아미들의 댓글이 마치 파도처럼 빠르게 흘러가는 걸 실시간으로 보면서 전율을 느꼈습니다.
월요일에 출근하니 잘 몰랐던 회사 사람들이 '나도 방탄소년단 좋아한다'며, 뉴스 잘 봤다고 인사하더라고요. 곳곳에 숨어있던 아미들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됐습니다. 회사 외부의 지인 중에도 아미들이 있는데, 하나같이 '풀영상에 영어 자막은 언제 넣을 거냐'고 물어보더군요. 트위터에서도 물어온 분이 있었고요. 관련 부서에 문의해 영어 자막 계획이 있다는 걸 확인하고 답변을 올렸습니다. 조금 지나서 보니 제 트윗이 무지무지하게 빠른 속도로 리트윗되고 있는 걸 발견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토요일 밤 풀 인터뷰 영상이 나오자마자 무단 전재한 유튜브 채널 ('달려라 방탄'이라는 프로그램명을 도용해서 마치 하이브 운영 채널인 척 위장했습니다)이 있었어요. 이 채널이 저를 포함해 수많은 제작진의 땀방울이 담긴 영상을 마음대로 가져다가 20만 가까이 조회수 장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속이 상해 트위터에 올렸더니 많은 팬들이 함께 걱정해 주셨습니다. 알고 보니 아미들도 여러 차례 신고했던 채널이래요. SBS가 신고해서 지금은 이 영상을 볼 수 없게 됐습니다. 앞으로도 SBS의 방탄소년단 기사는 꼭 SBS 공식 뉴스채널에서! 부탁드립니다.
4. 김용태 앵커는 아미인가?
▶ 2018년 방탄소년단 인터뷰 풀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hPSFvg9L8wg ]
미리 작성된 질문지가 있기는 했지만, 김용태 앵커 자신이 잘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면, 그렇게 순발력 있게 상황에 맞춰 진행 못했을 겁니다. 약간 어설프긴 했지만, '퍼미션 투 댄스'도 몇 소절 부르고 수어 댄스도 췄습니다. '노래방 만취 과장님 같아서 친근했다'고 한 댓글이 있더라고요. 김용태 앵커도 아미인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저도 잘은 모르겠습니다. 다만, 비하인드 영상에서 제이홉에게 '가족의 경사'까지 언급하며 '최근 입덕했다'고 하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5. 방탄소년단을 직접 만난 소감은?
방송 나가고 나서 뒷정리하고 토요일 밤늦게 퇴근했는데, 딸이 '방탄소년단 직접 보니 어때?' 하고 물어왔습니다. '응, TV에 나오는 거랑 똑같더라' 했습니다. 제가 방탄소년단을 본 것은 대부분 스튜디오 옆 부조 모니터 화면을 통한 것이었으니까요. 실제로 눈앞에서 본 것도 사실이긴 한데, 그건 진짜 본 건지 아닌 건지, 현실감이 없고 기억이 잘 나지 않았습니다. 혼이 나갈 정도로 너무 바쁜 와중이라 그랬나 봅니다. 무슨 대답이 그러냐며 픽 웃는 딸에게 'TV에 나오는 것처럼 실제로 봐도 멋지고, 겸손하고, 말도 잘하더라'는 뜻이었다고 설명해 줬습니다.
왜 너는 방송에 안 나왔냐고 묻는 지인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SBS 8뉴스 앵커와 방탄소년단의 대담이었기 때문에, 담당기자가 나올 이유는 전혀 없었습니다. 저의 임무는 724프로젝트의 실무 담당자로서 대담의 사전 준비와 녹화, 편집 그리고 송출을 무사히 마치는 것이었습니다.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방송이 나간 직후부터 긍정적인 반응이 많아서 안심했습니다.
🎧 아래 주소로 접속하시면 음성으로 기사를 들을 수 있습니다.
[ https://news.sbs.co.kr/d/?id=N1006407161 ]
김수현 기자shkim@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여대에 숏컷은 페미”…안산, 황당 공격에 '반발 인증샷' 쇄도
- 네이버 직원 53% “최근 6개월간 직장 내 괴롭힘 경험”
- 애초 중학생만 노려 살해한 백광석, 김시남은 빚 때문에 가담
- 바람둥이에 당한 세 여성…동시에 차버리고 함께 여행길
- 개인전은 32강까지…최선 다한 '파이팅' 막내 김제덕
- “왜 시끄럽게 짖어”…이웃집 개 전기 배터리로 죽인 50대 검거
- “골드바 싸게 공동구매합니다” 670억 원 사기 친 일당 적발
- 황선우, 한국 수영 9년 만의 결승서 자유형 200m 7위
- “3회전의 승부사” 인교돈 짜릿한 역전승!…8강 진출
- “일본한테 속았다” 트라이애슬론 선수들 완주 후 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