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와 호러가 만나는 태국 학원물의 매력 [방구석 극장전]

2021. 7. 27. 16: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간경향]
태국은 동남아시아 국가 중 대중문화 개방이나 표현수위 면에서 꽤 자유로운 편이다. 그러다 보니 개성 넘치는 학원물도 곧잘 만들어진다. 그중 근래 국내에 소개된 드라마 〈그녀의 이름은 난노〉가 적잖이 화제다. 2018년 13부작 ‘시즌1’에 이어 2021년 넷플릭스가 제작한 ‘시즌2’가 8부작으로 선보였다. 기본 내용은 ‘악마의 딸’ 난노가 전학 오면서 일어나는 소동극이다. 난노는 초능력을 갖고 있어 온갖 난관을 가볍게 돌파하고 마음대로 조종한다. 그의 관심은 악을 징벌, 아니 복수하는 데 있다.

태국 드라마 <그녀의 이름은 난노> / 넷플릭스


폭력 표현에 관대한 태국 드라마 특성상 〈그녀의 이름은 난노〉의 복수 수위는 상당히 높다. 미성년자들의 실수라고 해서 갱생이나 사죄 정도로 끝내지 않는다. 난노의 계획에 의해 인생을 끝내거나 평생 죗값을 치르거나 죽임당하기 일쑤다. 아무리 저항해도 소용없다. 난노가 학교에 들어선 순간, 시청자는 이번에는 난노가 어떻게 죄지은 학생이나 교사들을 ‘조질까’ 관전하면 될 일이다. 여기까지면 딱 흔한 공포 학원물이다. 하지만 해당 드라마는 상류층 학교 이면에 감춰진 추악한 진실과 10대들의 철없는 일탈이 낳는 비극을 난노의 복수 재료로 삼아 사회풍자물의 면모를 갖춰나간다. ‘시즌1’은 일회성 단편들의 모음이지만 ‘시즌2’에서는 난노의 초능력을 수혈받은 유리가 등장하며 본격 시리즈물로 거듭난다. ‘시즌1’의 난노가 ‘불가항력적 재앙’이라면 ‘시즌2’의 난노는 자신이 행하는 복수의 의미와 결과에 대해 고뇌하면서 유리와 대립하는 존재다.

‘시즌2’ 첫 에피소드 〈임신〉은 10대들의 그릇된 성문화에 일침을 가한다. 자신에게 호감을 가진 여학생들을 성적 대상으로만 치부하던 ‘킹카’ 남학생을 유혹한 난노는 초자연적 능력을 발휘해 남학생을 임신시켜(!) 같은 고통을 경험하게 만든다. 그나마 자기 행동에 책임지게 만드는 게 목적이라는 점에선 ‘순한 맛’이다. 〈해방〉은 권위주의 교칙이 철권통치하는 학교가 배경이다. 어떤 질문도 허용되지 않으며 반항하는 학생에겐 징벌방행이 예정된다. 하지만 난노는 금기를 깨는 상상초월 질문으로 부당한 억압을 무너뜨린다. 그 해방은 온전히 학생들의 힘으로 이뤄낸 것이 아님을 각인시키듯, 내내 흑백이던 감옥 같은 교문을 빠져나온 학생들 앞에 펼쳐진 세상도 여전히 흑백 톤이다.

‘시즌2’의 또 다른 주인공 유리는 난노를 넘어서는 복수귀가 되려 한다. 가난 때문에 부유한 아이들에게 모욕을 당하다 복수했던 것처럼 이제 유리는 자신과 같은 이들을 동료로 만들어 ‘피해자가 가해자를 징벌하는’ 세계를 만들려 한다. ‘시즌2’ 끝에서 난노는 유리가 동료와 떠나는 것을 옥상에서 지켜본다. 차별과 폭력의 근본 원인이 해결되지 못한 세계에서 초능력에 의한 복수가 대안이 될까? 현실 ‘자경단’의 위험을 경고하는 마지막을 통해 ‘시즌3’에서 확장될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그녀의 이름은 난노〉는 사회불평등의 압축이자 출발점인 학교를 배경으로 한 영리한 장르 드라마로 계속 이어질 듯하다.

김상목 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

인기 무료만화

©주간경향 (weekly.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주간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