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지게 나르던 소녀' 조국 필리핀에 사상 첫 금메달 안기다 [도쿄올림픽]
[스포츠경향]
지난 26일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역도 55㎏급 A그룹 용상 경기. 필리핀의 하이딜린 디아스(30)는 경쟁자인 중국의 랴오추윈을 따돌리기 위해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그가 택한 무게는 평소 자신의 기록보다 2㎏이나 더 무거운 127㎏. 잠시 주춤하는가 싶더니 이내 바벨이 번쩍 올라갔고, 결국 성공했다. 디아스는 역기를 내려놓자마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디아스는 이날 인상 97㎏, 용상 127㎏, 합계 224㎏을 들어 랴오추윈(223㎏)을 1㎏ 차로 제치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필리핀의 올림픽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장면이었다. 필리핀이 처음 올림픽에 참가한 1924년 파리 대회 이후 처음 따낸 금메달이었다.
디아스는 필리핀의 살아있는 ‘역도의 전설’이다. 2008년 국가대표팀에 발탁되자마자 베이징 올림픽에 처음 참가해 11위에 올랐다. 필리핀 여자역도 선수 중 첫 올림픽 출전이었다. 2012년 런던 대회 때도 바벨을 들었지만 실격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절치부심한 디아스는 2015년 세계역도선수권대회에서 3위에 오르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필리핀 여자역도 사상 세계선수권 첫 메달. 2016년 리우 대회 때도 대표팀에 선발된 디아스는 3회 연속 출전한 올림픽에서 마침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필리핀이 올림픽에서 20년 만에 따낸 메달이었다. 그리고 네번째 출전한 도쿄 올림픽에서 마침내 조국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필리핀 스포츠 영웅이 된 디아스는 인생역정은 한 편의 드라마와 같다. 실제 필리핀에서는 그의 스토리가 단막극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1991년 필리핀 민다나오섬 남부 잠보앙가에서 6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난 디아스는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수도가 없는 집에서 매일 물지게를 지고 날라야 했다. 가족의 식수를 나르기 위해 40ℓ짜리 물 양동이를 메고 매일 수백m를 걸었다. 그 시간을 견디며 정신력을 다졌고, 근육을 단련했다. 원래 꿈은 은행원이었지만 이룰 수 없었다. 대신 바벨을 잡았다. 다른 남자 형제들과 함께 배우기 시작한 역도에서 또래들보다 무거운 무게를 들며 두각을 나타냈다. 그리고 17세 때 필리핀 최연소 여자 역도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리우에서 은메달을 땄지만 늘 부족한 훈련 경비 때문에 힘들었다. 대기업과 후원가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금전적 지원을 요청해야 했다. 지난해 2월엔 말레이시아로 전지훈련을 갔다가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체육관 출입을 통제당했다. 수개월 동안 좁은 숙소에서 역기를 들어 올리며 훈련했다.
디아스에게는 두둑한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 필리핀 정부와 몇몇 기업은 디아스에게 3300만페소(약 7억5000만원)의 포상금과 집을 선물하겠다고 약속했다. 디아스는 우승 후 AFP와 인터뷰에서 “꿈이 이뤄졌다. 필리핀의 젊은이들에게 ‘당신도 금메달의 꿈을 꿀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며 “나도 그렇게 시작했고, 이뤄냈다”고 말했다.
조홍민 선임기자 dury12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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