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중 흑인 인권운동 퍼포먼스, IOC의 허를 찌른 코스타리카 체조선수 [도쿄올림픽]

김경호 선임기자 2021. 7. 2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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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코스타리카의 여자체조선수 루시아나 알바라도(18)가 “경기 중에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의사표현을 할 수 없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의 허를 찌른 과감한 퍼포먼스로 화제에 올랐다.

지난 25일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기계체조 여자 마루운동에 출전한 알바라도는 연기 중 한쪽 무릎을 꿇고 오른 주먹을 들어올리는 동작을 취했다. 점프와 턴, 율동 등을 조합한 경쾌한 연기를 펼친 알바라도는 마무리 동작으로 오른쪽 무릎을 꿇고 왼손은 허리 뒷편에, 오른손은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코스타리카 체조선수 루시아나 알바라도가 지난 25일 2020 도쿄 올림픽 여자 기계체조 마루운동에서 무릎 꿇고, 주먹을 쥐는 흑인 인권운동의 제스처를 연기 중에 펼쳐보이고 있다. 도쿄ㅣAP연합뉴스


지난해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미국과 유럽 등 전세계 스포츠에서 선수들이 경기전 무릎을 꿇는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과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 당시 육상 메달리스트 토미 리 스미스, 존 카를로스(이상 미국)가 흑인 인종차별에 대한 항의 표시로 시상대에서 검은 장갑을 낀 오른손 주먹을 들어올린 행동을 재현한 것이다.

올림픽에서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의사 표현을 철저히 금지해온 IOC는 시대 흐름에 맞지않는 규정에 대한 비판과 개혁 요청이 선수들로부터 계속되자 이번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유연성을 발휘했다. IOC는 도쿄 올림픽에 앞서 “올림픽 기간 동안 선수들은 그들의 관점을 표현할 기회를 갖는다”면서 허용 범위와 여전히 허용되지 않는 행위를 상세히 알렸다. 이에 따르면 선수는 믹스트존, 기자회견장, 인터뷰 등에서 공개적으로 의사표현을 할 수 있지만 경기장 안과 시상대 등에서는 세리머니를 할 수 없게 했다.

코스타리카 여자체조선수 루시아나 알바라도가 지난 25일 도쿄 올림픽 여자 기계체조 마라운동에서 흑인인권운동을 지지하는 무릎꿇기와 주먹들기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도쿄ㅣAP연합뉴스


알바라도는 IOC가 규정하는 범위 안에서 허점을 발견했고, 그의 마루운동 연기 안에 무릎꿇기와 주먹 들기 동작을 포함했다. 예술적 표현과 조합된 제스처에 대해 IOC는 처벌할 근거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알바라도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오늘 루틴은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M)’는 운동에 경의를 표하고, 모든 인간의 평등을 성취하자는 뜻을 담았다”고 밝혔다. “우리는 모두가 같고, 모두가 아름답고, 놀라운 존재들이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알바라도의 대담한 연기는 미국, 유럽의 주요 방송사와 신문, 통신을 통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유튜브와 SNS에서도 “알바라도가 인권운동의 뜻을 담은 역사적 루틴을 보여주었다”는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다행히(?) IOC는 알바라도의 연기에 대해 아무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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