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살 선수 이기니 설마 했던 BTS 응원 메시지가.."[도쿄올림픽]
생애 첫 올림픽, 잘 싸웠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나 세계 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했다.
17살 탁구 신동 신유빈(대한항공)이 2020 도쿄올림픽 탁구 여자 개인전 단식을 마무리했다. 26일 도쿄체육관에서 열린 3회전에서 두호이켐(홍콩)에 2 대 4(10-12 5-11 11-8 11-8 4-11 6-11) 패배를 안았다. 첫 올림픽 개인전이 32강에서 멈췄다.
하지만 신유빈은 이번 대회에서 이룬 것이 많다. 역대 탁구 최연소 올림픽 출전 기록으로 화제를 모은 신유빈은 특히 2회전에서 41살이나 많은 중국 출신 룩셈부르크 귀화 선수 니시아렌과 대결에서 대역전승을 거두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여기에 두호이켐에도 두 게임을 따내며 나름 접전을 펼쳤다. 여자 탁구 대표팀 추교성 감독은 경기 후 "기술이나 실력은 동등한 수준으로 접근했다"면서 "그러나 승부처 수 싸움에서 노련한 상대에게 뒤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코로나19로 국제대회가 거의 없었던 점이 아쉽다"면서 "그러나 개인전에서 값진 경험을 쌓은 만큼 단체전에서는 더 좋은 경기를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본인도 아쉬움 속에 자신감을 얻었다. 신유빈은 첫 올림픽 개인전을 마무리한 데 대해 "재미있었고 생각보다 긴장도 많이 안 됐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도 "조금 아쉽기는 하다"면서 "오늘 첫 게임에서 10 대 8로 이기다 급하게 덤벼서 쉬운 범실이 났는데 이겼으면 리드했을 텐데 그 점이 아쉽다"고 반성했다. 이어 "갈수록 서로를 알아가기 때문에 머리 싸움을 했어야 했는데 서비스를 읽힌 것 같다"면서 "상대는 좋아하는 플레이를 하고 나는 끌려갔다"고 돌아봤다.
무엇보다 지난 25일 니시아렌과 2회전이 엄청난 화제가 됐다. 17살과 58살, 어머니뻘보다 훨씬 나이 차이가 나는 대결인 데다 신유빈의 패기, 5회나 올림픽에 나선 니시아렌의 노련미가 대접전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신유빈은 상대 이질 러버(핌플) 구질에 고전하다 결국 4 대 3 역전승을 거뒀다.
2회전에 대해 신유빈은 "워낙 실력이 좋고 노련미가 있어 어렵다고 생각하고 들어갔다"면서 "그런데 첫 게임을 2 대 11로 져서 생각보다 더 어렵구나 느꼈다"고 당황했던 순간을 돌아봤다. 이어 "급한 게 있어서 여유 있게 끝까지 보고 하자는 생각을 갖자 경기가 풀렸다"면서 "13살 때는 졌지만 이번에 지면 자존심이 상할 뻔도 했다"며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그 경기 후 열혈팬임을 자처하는 세계적인 그룹 방탄소년단(BTS)에게 응원 메시지도 받았다. 25일 BTS 팬 커뮤니티플랫폼 위버스에는 신유빈이 "방탄소년단 신곡을 자주 들으면 컨디션이 좋아진다"고 말하는 방송 뉴스 화면이 올라왔는데 BTS 멤버 뷔가 자신의 아이디로 '파이팅'이라는 댓글과 엄지손가락 이모티콘으로 응원한 것.
신유빈은 "응원 메시지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전에 내가 제일 먼저 봤을 수도 있다"고 흥분한 표정이었다. "그 경기 이기고 버스 타고 선수촌으로 가고 있는데 메시지를 올린 게 떴다"면서 신유빈은 "'설마 나한테 보낸 건가?' 했는데 내 얘기여서 동네방네 소문을 냈다"고 짐짓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가까스로 스스로를 달랬다. 신유빈은 "SNS에도 올리고 자랑하고 싶었는데 경기가 있어서 들뜰까 봐 스스로 (기분을) 낮췄다"고 털어놨다. "처음에 BTS 멤버 중 뷔랑 진을 좋아했다"는 신유빈에게 "그럼 이제 뷔 팬이 되겠다"는 말에 "지금은 다 좋아한다"고 휘갑을 쳤다.
개인전은 끝났지만 신유빈에게는 단체전이 남아 있다. 전지희(포스코에너지), 최효주(삼성생명)와 메달에 도전한다. 신유빈은 "올림픽이 자주 오는 게 아니니 후회 없는 경기해야 할 것 같다"면서 "단식에서 급해지면 언제든 잡힐 수 있다는 걸 느꼈는데 차분하게 급해지지 않으면서 내 플레이를 가져가는 걸 목표로 해야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다짐했다.
신유빈이 만약 메달을 따면 한국 탁구 최연소 올림픽 기록이다. 신유빈은 "최연소 기록도 좋지만 나라를 대표해서 나왔기 때문에 무조건 메달을 따고 싶다"고 입을 앙다물었다.
도쿄=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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