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륜황제' 정종진-'괴물신인' 임채빈, 맞대결 기대감↑
[스포츠서울 | 박현진기자] 역대급 빅매치가 성사되기 일보직전이다.
‘도장깨기’하듯 내로라는 경륜 강자들을 차례로 꺾은 ‘슈퍼루키’ 임채빈이 마침내 벨로드롬의 최상위 포식자 정종진과의 맞대결을 목전에 뒀다.
‘경륜황제’로 통하는 정종진은 살아있는 경륜의 전설이다. 대망의 50연승을 달성했고 그랑프리 4연패의 위업을 자랑한다. 그에게 도전장을 내민 임채빈은 ‘떠오르는 별’이다. 한국 사이클 남자 단거리 사상 처음으로 세계대회에서 입상할 정도로 기량을 인정받으며 국가대표 엘리트 코스만 밟아온 선수다. 2015년, 2018년 각각 기록했던 200m와 1㎞ 신기록은 여전히 그의 몫이다. 단거리 종목에 있어서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불세출의 스타라고 할 수 있다. 축구로 치면 두 선수는 호날두와 메시에 비견될 정도다.
◇ 온라인 발매 기념 특별대상경륜서 맞대결 가능성
온라인 발매, 임채빈의 활약은 코로나19로 인해 오랜 기간 동안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경륜계에 한줄기 빛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팬들의 관심이 집중된 만큼 정종진과 임채빈의 맞대결은 최고의 흥행카드라고 할 수 있다. 이왕이면 많은 관객이 스피돔에 운집했을 때의 맞붙는 것이 최상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기나긴 침체기를 단숨에 벗어나고 흥행몰이를 할 수 있다면 두 선수의 맞대결이 빨리 이뤄져야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에 따라 이르면 다음달 6일부터 사흘 동안 펼쳐지는 ‘온라인 발매 Speed-On 기념’ 특별대상경륜에서 두 선수의 맞대결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승자는 누구일까? 또 어떤 경기 양상이 펼쳐질까?
이 부분에 대해선 전문가, 팬들은 물론 현역 선수들까지 갑론을박을 벌인다. 어느 쪽도 일방적으로 손을 들어줄 수 없을 만큼 호각지세다. 경륜이 스프린트처럼 1:1 대결이 아닌데다 선수마다 경주 주행습성이 다르고 선호하는 전법도 다양하기 때문에 당일 편성이나 전개에 따라 상반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 정종진의 추입이냐, 임채빈의 선행이냐
경륜 원년 전문가로 활약 중인 최강경륜 박창현 발행인도 두 선수의 대결을 상황별로 요약해 승패를 예상해봤다. 그는 경륜이 1:1 대결은 아니지만 임채빈은 강자를 견제하지 않는 즉 정면 승부로 일관하고 있는데다 대열을 단순화 시킬만한 폭발력을 갖추고 있어 정종진과의 경기도 사실상 1:1 양상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면서 각자의 장점으로 꼽히는 임채빈의 선행과 정종진의 마크 추입 작전으로 맞부딛치는 것을 가장 확률 높은 시나리오로 봤다.
일단 우승 확률은 50:50 백중지세. 원론적이지만 그래도 하나를 선택하다면 정종진의 승을 점쳤다. 다만 정종진이 타이어 차이처럼 가까스로 앞선다면 이는 단순한 1승일 뿐 진정한 승리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다. 적어도 앞바퀴의 반 이상은 앞서놔야 정종진 시대가 ‘진행형’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임채빈이 만약 선행을 나서고도 정종진의 추입을 막아냈다면 이는 말이 필요 없이 상황 종료다. 경륜에서 한 바퀴 이상의 선행으로 마크 추입을 이겨내는 것은 기량적인 월등함을 보여주는 대표적 명제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 두 경주는 경기 중 작은 실수 또는 컨디션 난조에서 희비가 엇갈릴 수 있지만 이런 경기 내용은 특히 정종진의 입장에서 잃을게 더 많다는 의미기도 하다.
두 선수가 동시에 선행 대 선행, 젖히기 대 젖히기로 정면 승부 양상을 보일 경우도 가정해 볼 수 있다. 지금까지 보여준 자력 승부 횟수나 평균 시속은 임채빈이 살짝 우세하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런 경기 양상에선 정종진도 굳이 불리할게 없다는 시각도 많다. 물론 당일 편성을 미리 알 수는 없지만 이변이 없는 한 친 정종진 세력이 다수를 차지할 것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정종진은 작전 능력에서도 임채빈에 우위란 것이 중론이다.
만약 이런 숫적 우세를 발판으로 먼저 진로를 트고 또 후위 선수를 임채빈 견제 카드로 쓴다면 승부가 의외로 쉽게 결정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위험성도 크고 서로에게 부담도 많아 위치 선정의 장점이 있고 특히 막판 결정력이 특화된 정종진이 이런 무리수를 둘지는 확신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마지막으로 추입 대 추입 대결도 있고 역으로 정종진의 선행, 임채빈의 추입 승부도 가능성이 제로라고 볼 수 없다. 특히 큰 경기에서는 전개에 따라 원치 않는 작전을 구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은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우선 임채빈이 이런 작전을 선호하지도 않을 뿐더러 아직까지 기록은 물론 눈으로도 전혀 검증된 바도 없기 때문이다.
기세를 보면 여타 SS반을 초토화시킨 임채빈이 대단한 것이 맞지만 여러 가지 전개를 상상해볼 때 정종진의 입장도 결코 불리할 게 없다는 결론이다.
박창현 전문가는 단순히 길게 또 흥행적인 요소로만 본다면 첫 번째 시나리오가 가장 좋다고 했다. 일단 정종진이 추입승을 거두면서 내용상 호각세를 보인다면 그 이후 각자의 우승을 위한 여러 상황이나 물고 물리는 다양한 작전들이 계속해서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더 많은 대중의 관심 속에 명승부가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jin@sportsseoul.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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