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서영이'의 지독했던 수영, 그리고 눈물 [도쿄 라이브]
[스포츠경향]
ㆍ김서영 개인혼영 200m 준결승 7위
ㆍ중후반 체력 위해 더 지독한 서영이로 2년
오렌지색 수영복을 입은 김서영(27·경북도청)의 어깨가 믹스드존을 걷는 내내 들썩이고 있었다. 흰색 수영모가 바닥을 향할 듯 고개가 꺾였다. 어렵게 발을 끌어 취재진 앞에 섰다. 오랫동안 익숙했던 눈빛들과 마주치자,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애써 삼키려던 노력은, 이날의 지독한 수영과 비슷했다. 수영도, 눈물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김서영은 아예 뒤로 돌아 얼굴을 감쌌다.
김서영은 27일 여자 개인혼영 200m 준결승 2조에서 2분11초38의 기록으로 7위로 골인했다. 전체 12위에 오르며 8위까지 오르는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김서영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이 종목 금메달을 땄고 2019년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때 6위에 올랐다.
수영 선수로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간판 선수가 됐다. 개인혼영은 4가지 영법을 모두 겨룬다. 잠영을 비롯한 영법의 기술은 완성 단계였다. 다음 단계를 위한 노력은 ‘체력’에 맞춰졌다.
자고 일어나면 몸이 자라는 나이가 아니었다. 경쟁자들에 비해 키도 작고, 파워도 떨어졌다. “지독한 서영이”로 불렸다. 눈만 뜨면 웨이트 트레이닝이었다. 체지방을 줄이고 근육량을 늘렸다. 2019년 광주 대회 때 중후반 레이스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메달권에 들지 못했다. 대회 이후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는 동안 “더 지독한 서영이”가 됐다.
한국 수영 사상 여자 선수의 올림픽 결선은 2004년 아테네 대회 남유선이 유일했다. 김서영은 2번째 주인공을 넘어 메달을 노렸다. 그래서 더 지독한 서영이가 됐다.
도쿄 올림픽 개인혼영 200m 준결승은 지독했다. 접영을 지나 배영까지 100m를 통과할 때 김서영은 1위였다. 가뜩이나 약점이어서, 더 지독하게 갈고 닦은 평영이 제대로 듣지 않았다. 5위로 처졌고, 자유형에서는 힘이 빠져 버렸다. 김서영은 풀에서 빠져나올 때 이미 흐느끼고 있었다.
울먹이는 김서영의 팔뚝이 단단했다. 2년 전에 없었던 힘줄이 돋아났다. 100m 이후 레이스의 체력을 위해 얼마나 지독한 훈련을 했는지 잘 보여주는 팔이었다. 김서영은 간신히 입을 열었다.
“시합 뛰기 전까지도 솔직히 자신이 있었고, 해보자는 마음으로 들어가서 100m까지 잘 했지만….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동안의 실전 감각이 떨어져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말한 김서영은 “아쉽게 마무리돼서, 너무 많이 속상합니다. 마음처럼 경기가 되지 않아서 조금 저도 혼란스러운 것 같아요”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날 도쿄는 태풍이 불었다. 지독한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도쿄|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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