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SNS에서 후원 요청했던 디아스, 필리핀 역사상 첫 금메달

하이딜린 디아스가 26일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역도 여자 55kg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시상대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필리핀 역도 영웅’ 하이딜린 디아스(30)가 2020 도쿄올림픽에서 필리핀 사상 최초의 금메달을 획득하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디아스는 26일 일본 도쿄 국제포럼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역도 여자 55㎏급 A그룹 경기에서 인상 97㎏, 용상 127㎏으로 합계 224㎏을 들어 올리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마지막까지 메달 색깔을 두고 경쟁한 중국의 랴오추윈(인상 97kg, 용상 126kg, 합계 223kg)를 1kg 차로 제쳤다.

디아스기 127kg의 바벨을 들어 올리는 순간 필리핀의 올림픽 역사는 새로 작성됐다.

필리핀은 1924년 데이비드 네포무세노가 육상 100m와 200m 경기에서 처음으로 올림픽에 참가했다. 디아스는 필리핀이 올림픽에 참가한 지 97년 만에 처음으로 금메달을 안겼다.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 처음 올림픽 무대에 선 디아스는 2012년 런던에 이어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어 첫 메달을 획득했다. 그리고 5년 만인 2020 도쿄올림픽에서 마침내 필리핀 역도의 역사를 새로 썼다. 4번째의 도전 끝에 극적으로 금메달을 획득한 디아스는 시상식에서 필리핀 국가가 흘러나오자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디아스는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필리핀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입국을 제한하면서 18개월 동안 말레이시아에 머물며 훈련했다. 외국을 떠돌며 훈련한 그는 SNS를 통해 “필리핀 역사상 올림픽 첫 금메달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달다”며 민간 기업에 후원을 요청하기로 했다.

디아스는 AP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내 나이 서른 살이 됐고 경기력이 떨어지고 있음을 알고 있었지만, 나는 멈출 수 없었다”며 “믿을 수 없고 꿈 같은 일이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필리핀 젊은 세대에게 ‘누구나 꿈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며 “이것이 내가 역도를 시작하게 된 이유”라고 희망의 메시지를 밝혔다.

필리핀은 디아스의 첫 금메달 소식에 들떴다.

헤리 로케 필리핀 대통령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디아즈가 필리핀에 자부심과 영광을 안겼다”며 “필리핀 국민 모두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축하했다.

필리핀 정부와 몇몇 기업은 디아스에게 3300만페소(약 7억5000만원)의 포상금과 집을 선물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이딜린 디아스. (사진=AFPBBNews)

주영로 (na1872@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