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세 차이 후배를 위한 진종오의 제안 '사인과 메시지' [도쿄 라이브]

[스포츠경향]

진종오가 27일 일본 도쿄 아사카 사격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10ｍ 공기권총 혼성 단체전에서 1차전 통과에 실패한 뒤 후배 추가은의 번호판에 사인과 메시지를 적고 있다. 도쿄 | 연합뉴스

노메달로 쓸쓸히 도쿄에서의 여정을 마친 진종오(42·서울시청)의 마음은 아쉬움으로 가득하다. 그래도 가슴 속 한켠에 꾹꾹 눌러두고 환히 웃었다. 자기가 웃어야, 22세 차이나는 파트너가 마음의 짐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진종오는 27일 일본 도쿄 아사카 사격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10m 공기권총 혼성 단체전에 추가은(20·IBK기업은행)과 팀을 이뤄 출전했으나 본선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경기를 마친 뒤 잠시 앉아있던 진종오는 문득 옆에 있던 추가은에게 등번호판에 사인과 메시지를 교환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추가은은 ‘좋은 추억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를, 진종오는 ‘가은아, 이제는 승리할 날들만 남았다!’라고 적어 선물했다.

진종오는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진종오는 “(추)가은이랑 또 언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진짜 평생 기억에 남는 순간일 것이다. 그래서 메시지를 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진종오는 추가은에게 미안한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자신의 이름값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후배가 안쓰럽기만 하다. 추가은은 이날 본선 1차전 30발 중 29발째에 8점을 쐈다. 본선 1라운드가 동점에서 승부가 갈렸기 때문에 이 실수가 타격이 컸다. 추가은은 “너무 허무했다. 내가 못해서 그런가, 뭐가 부족했나, 그런 생각만 들었다”고 아쉬워했다.

진종오는 이런 후배가 욕먹지 않게, 주눅들지 않게 스스로 방패막이를 자처했다. 진종오는 “가은이가 속상해하는 것을 뒤에서 봤다. 본인이 제일 속상할 것”이라며 “올림픽에 나간 선수가 성적으로만 평가받는데, 성적을 떠나 열심히 하는 모습을 인정해줬으면 좋겠다. 난 욕을 먹어도 되지만, 가은이는 욕을 안 먹었으면 좋겠다”고 감쌌다. 22세 차이 나는 파트너의 마지막은 이처럼 훈훈했다.

도쿄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