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구토 유발하는 운동? 폭염 속 극한 경기 체험한 트라이애슬론 선수들
트라이애슬론 선수들이 결승선을 통과한 직후 폭염에 지쳐 쓰러졌습니다.
어제(26일)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 트라이애슬론 경기에서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엎드려 고통을 호소했고, 구토하기도 했습니다. 몇몇은 몸을 전혀 가누지 못해 두 어깨를 부축당한 채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선수들의 얼굴에는 힘겨운 경기를 끝내고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경기는 낮 시간 무더위를 피해 이른 아침인 6시 30분에 시작됐지만 선수들은 체력 저하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주요 외신들은 도쿄올림픽이 역대 가장 뜨거운 올림픽이 될 것이라고 이미 경고해 온 바 있습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 21일(한국시간) "도쿄올림픽 기간 중 하루 최고 온도는 38.1도에 달할 것이다. 선수들은 사상 가장 뜨거운 올림픽에서 인내심 테스트를 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CNN은 24일(현지시간) 일본의 한여름 날씨에 일부 선수들이 컨디션 악화로 괴로워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마치 전쟁터(Battlefield) 같았다"
미국 야후 스포츠의 칼럼니스트 댄 웨트젤은 이번 트라이애슬론 경기를 두고 이같이 비유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올림픽조직위가 날씨에 대해 거짓말을 했고, 선수들이 그 대가를 치렀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본 측은 이번 올림픽 날씨에 대해 ‘온화하고 맑은 날이 이어지는 이 시기는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펼칠 수 있는 최상의 기후를 제공한다’고 소개했습니다. 웨트젤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일본인도 사과하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폭염과 무더위를 우려해 경기는 오전 6시 30분에 시작됐는데 섭씨 30도, 습도 67%를 이겨내기엔 너무 무리였다고 덧붙였습니다.
주요 외신들은 폭염을 비롯해 도쿄 오다이바 해변의 수질 문제에 대해서도 비판했습니다. 미국 불룸버그 통신은 지난 14일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도쿄 야외수영장에서 악취가 진동한다"며 "2년 전에도 국제트라이애슬론연맹이 정한 대장균 기준치를 맞추지 못해 대회가 취소됐다"고 말했습니다.
호주의 폭스 스포츠는 일본 오다이바 해변을 'X물'에 비유하며 일침을 가했습니다. 그러면서 "X물에서 하는 수영, 올림픽 개최지에서 하수 유출이 두렵다"며 "대장균 위험성 수위도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앞으로 치러질 경기들입니다. 테니스, 비치발리볼, 사이클 등 야외에서 열리는 경기는 30도 중반의 고온에서 치러집니다. 체감 온도 40도에 이르는 날씨 속에서 야외 경기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탈진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테니스 스타 노박 조코비치도 무더위에 힘겨움을 토로했습니다. 이어 남은 올림픽 경기를 저녁 시간대로 미루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어렵다고 하는 것은 실제로 경기 하기에 어려운 것. 모든 선수가 같은 상황이라는 것은 변명"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본은 실외 경기하기에 좋지 않은 날씨라는 점을 알았을 것이다. 그들은 거짓말인 것을 알았다"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렇다면 일본은 왜 7월에 올림픽 개최를 고집한 것일까요?
각종 스포츠 대회와 올림픽 시기가 겹치면 흥행은 물론 선수 차출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올림픽을 기존 일정(7월 23일~8월 8일)대로 진행하면 다른 대회 운영과 혼란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작용했습니다. 이 기간은 미국과 유럽 주요 프로스포츠 리그 시즌과 겹치지 않아 축구, 농구, 테니스, 골프 등 세계적 스타들도 올림픽에 참석할 수 있습니다.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남미 축구 국가대항전인 코파아메리카와의 충돌도 피했습니다. 이 두 경기는 6월 11일부터 7월 11일에 열리는데요. 세계수영선수권(7월16일~8월1일·일본 후쿠오카)이나 세계육상선수권(8월6~15일·미국 오리건주)과도 겹치지 않도록 했습니다.
또 여름엔 방학이 있어 자원봉사자를 구하기 쉽다는 것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도쿄올림픽 운영에 필요한 자원봉사자 수는 약 8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혜영 기자 (he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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