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아직 아니에요" 사격 황제는 아직 총을 놓지 않았다 [도쿄 라이브]

[스포츠경향]

올림픽 사격 대표팀 진종오가 27일 일본 도쿄 아사카 사격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10ｍ 공기권총 혼성 단체전에서 1차전 통과에 실패한 뒤 경기장을 떠나며 취재진에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간발의 차이로 탈락의 쓴잔을 마셨다. 그리고 도쿄에서의 여정도 끝났다. 이제 많은 사람들은 ‘사격 황제’ 진종오(42·서울시청)의 은퇴를 예감한다. 이런 사람들은 향해 진종오는 다시 한 번 외친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진종오는 27일 일본 도쿄 아사카 사격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사격 10m 공기권총 혼성 단체전에 22살 차이나는 후배 추가은(20·IBK기업은행)과 조를 이뤄 출전해 본선 1라운드에서 합계 575점(추가은 286점, 진종오 289점)으로 9위에 그쳐 상위 8개팀이 나서는 본선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8위와 점수가 같았으나 10점 획득 수에서 밀려 아쉽게 9위로 밀려났다.

지난 24일 남자 10m 공기권총에서 결선 진출에 실패한데 이어 이날 역시 결선 무대를 밟지 못하면서 진종오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노메달’로 이번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은 진종오가 노메달로 올림픽을 마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양궁의 김수녕(금4·은1·동1)과 함께 한국 선수 올림픽 최다 메달 기록을 공유하고 있는 진종오는 단독 1위 등극을 다음으로 미뤘다.

진종오는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나 “참 무슨 말을 해야할지 떠오르지 않는다.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인정한다”며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야간훈련까지 하면서 준비했는데, 만감이 교차한다. 뭐라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다”고 아쉬워했다.

진종오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사격 선수다. 올림픽에서만 금메달 4개와 은메달 2개 등 6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사격 개인 종목에서 금메달 4개를 딴 것은 진종오가 유일하다. 특히 2008년 베이징 올림픽부터 2016년 리우 올림픽까지 50m 권총 3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올림픽 단일 개인종목에서 금메달 3개를 딴 것은 독일의 사격 영웅 랄프 슈만과 진종오 둘 뿐인데, 이중 3연패는 진종오 뿐이다.

올림픽 사격 대표팀 진종오가 27일 일본 도쿄 아사카 사격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10ｍ 공기권총 혼성 단체전에서 1차전 통과에 실패한 뒤 추가은을 다독이고 있다. 연합뉴스

오랜기간 정상의 자리를 지켰던 그도 어느덧 불혹을 넘어선 나이가 됐다. 이제는 은퇴를 생각할 나이가 됐다. 진종오는 “확실히 나이는 못 속인다. 예전에 비해 집중력이 저하된 것도 느껴지고, 몸의 변화도 많다”고 껄껄 웃었다.

그래도 이게 은퇴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진종오는 은퇴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나도 대표 선발전에서 정정당당하게 경쟁해 이번 올림픽에 참가했다”며 “자꾸 은퇴를 물어보는데 난 아직까지 은퇴라는 단어를 떠올리고 싶지 않다. 회사원이 회사를 그만둔 것과 똑같지 않나”며 아직은 은퇴할 의사가 없음을 확실하게 했다.

다만 올림픽이 끝난 만큼 당분간은 사대와 조금 떨어져 있고 싶어한다. 진종오는 “일단 한국에 돌아가면 총과 당분간 멀리 떨어져 있고 싶다”고 환하게 웃었다. 진종오의 도전은 당분간 계속된다.

도쿄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