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 메달 무산된 진종오 "2% 부족.. 세월을 느낀다"

[도쿄 현장]

‘사격 황제’ 진종오(42)의 다섯 번째 올림픽이 끝났다. 이번엔 처음으로 메달이 없었다. 하지만 도전 그 자체만으로도 큰 울림을 남겼다.

27일 10ｍ 공기권총 혼성 단체전 1차 본선이 끝난 뒤 동료 추가은을 위로하는 진종오./최문영 스포츠조선 기자

진종오는 27일 일본 도쿄 아사카 사격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10m 공기권총 혼성 단체전 1차 본선에서 추가은과 함께 출전했다. 60발을 쏜 결과는 진종오 289점, 추가은 286점으로 합계 575점. 이란(8위)과 동점을 이뤘지만 10점 개수에서 이란(18개)에 5개 모자란 13개를 기록해 최종 9위로 2차 본선에 나서지 못했다. 그의 도쿄 올림픽은 이렇게 끝났다.

진종오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부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4개 대회에서 메달 6개(금 4, 은 2)를 땄다. 이번에 하나만 더 추가하면 김수녕(양궁)을 넘어 한국인 역대 올림픽 최다 메달 신기록을 세울 수 있었지만 아쉽게 무산됐다.

27일 도쿄올림픽 10ｍ 공기권총 혼성 단체전에서 경기하는 추가은(왼쪽)과 진종오./연합뉴스

2008년 베이징 대회부터 2016년 리우 대회까지 진종오가 3연패를 달성했던 주종목 50m 권총 종목이 폐지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는 24일 열린 남자 10m 공기 권총 본선에서 15위에 그쳤고, 혼성 단체전에서의 설욕도 실패했다.

경기 후 만난 진종오는 “무슨 말을 해야할지 떠오르지가 않는다”면서 “올림픽 오기 전부터 2% 부족하단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그대로 나왔다. 부족함을 보완하려고 야간 훈련까지 하며 준비했는데 세월에 장사는 없나 싶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돼 지금 마음을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22살 어린 후배 추가은(20)을 향한 배려와 격려도 잊지 않았다. 그는 “가은이는 첫 올림픽이다. 이제 스타트를 끊은 것이니까 다음 올림픽 때는 세계 정상 선수들과 겨룰 것”이라며 “서로 평생 기억에 남을 순간이 될 것 같아서 경기 끝나고 등 번호표에 메모도 해줬는데, 가은 선수에게는 이 대회가 큰 경험이 될테고 이제 이길 날만 남았다. 추가은 선수의 승승장구를 많이 응원해달라”고 했다.

경기 후 추가은의 등 번호표에 사인과 응원 메시지를 남기는 진종오./뉴시스

진종오는 “(가은이가) 나 때문에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아 힘들었을 것이다. 제가 아닌 다른 선수와 혼성에 나섰으면 편하게 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시작부터 좋은 성적이면 자만할 수도 있으니까 좋게 생각하고 더 성장하는 선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올림픽 연속 메달 획득 기록이 중단되고 사격 종목 사상 최다 메달 도전도 무산됐는데 그는 “올림픽 메달은 갖고싶다고 가져지는게 아니다. 하지만 그런 타이틀이 욕심나긴했고 응원도 많이 받았는데, 안타깝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자존심도 상한다”면서도 “제가 최다 메달 따려고 올림픽에 나오는건 아니다”라고 했다.

사격 황제는 2024 파리 올림픽에도 나설까. 그는 “나이는 못 속이는 것 같다. 확실히 예전에 비해 집중력 저하도 느껴지고, 몸에 변화가 있는 걸 느꼈다. 하지만 아직 은퇴라는 단어를 떠올리고 싶진 않다. 회사원한테 회사 그만두라는 얘기와 똑같다. 시간의 흐름에 맞게 준비해보겠다”고 했다.

27일 함께 경기한 김모세(왼쪽)-김보미 조와 인사하는 진종오./연합뉴스

추가은은 “실수가 많았고 지금은 너무 허무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내가 뭐가 부족했는지 그런 생각만 든다”면서도 “이것 또한 경험이자 발판으로 생각하고 좀 더 열심히해서 다음 올림픽을 노려보겠다”고 했다.

진종오가 말을 보탰다. “올림픽 나간 선수들이 성적으로만 평가받는데 성적 떠나서 열심히 하는 모습도 많이 인정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욕먹어도 되는데, 가은이는 욕하지 말아주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