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현장]미국 레전드→외신, 전 세계가 인정하는 '월클' 오진혁의 압도적 존재감

김가을 2021. 7. 2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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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제가 국제대회 출전이 많아서 그런거에요."

어느덧 마흔 줄에 접어든 오진혁은 전 세계가 인정한 '월드클래스'다.

오진혁은 이날 72발 총합 681점을 기록하며 전체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엘리슨 역시 미국의 레전드지만, '찐월클' 오진혁의 명성에는 미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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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 남자양궁 단체전 결승전이 26일 도쿄 유메노시마 양궁장에서 열렸다. 오진혁이 금메달을 따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도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21.07.26/
2020 도쿄올림픽 남자양궁 단체전 결승전이 26일 도쿄 유메노시마 양궁장에서 열렸다. 오진혁 도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21.07.26/

[도쿄(일본)=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에이, 제가 국제대회 출전이 많아서 그런거에요."

대한민국 양궁 대표팀의 캡틴 오진혁(40)이 두 손을 휘휘 내저었다. 고개까지 절레절레 흔들었지만, 그의 압도감까지는 감출 수 없었다.

1981년생. 어느덧 마흔 줄에 접어든 오진혁은 전 세계가 인정한 '월드클래스'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개인전 금메달, 단체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2관왕에 올랐다. 이 밖에도 월드컵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며 레전드 반열에 올랐다.

그의 명성과 존재감은 도쿄올림픽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23일 도쿄올림픽 랭킹 라운드가 열린 일본 도쿄의 유메노시마양궁장. 오진혁은 이날 72발 총합 681점을 기록하며 전체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경기 뒤 오진혁은 1위 김제덕, 2위 브래디 엘리슨(미국)과 함께 공식 기자회견장을 찾았다. 오진혁은 일찌감치 기자회견장에 도착해 인터뷰를 준비했다. 이보다 늦게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엘리슨. 오진혁을 보자 곧장 주먹인사를 하며 다가갔다. 엘리슨 역시 미국의 레전드지만, '찐월클' 오진혁의 명성에는 미치지 못했다. 엘리슨은 오진혁을 향해 예의를 갖췄다. 26일 남자 단체전 직후에도 대만 선수들이 오진혁을 찾아 먼저 인사를 전했다.

오진혁을 향한 예의. 동료 선수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현장의 외신 기자들은 오진혁을 향해 질문을 쏟아냈다. 한 기자는 "2012년 챔피언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또 어떤 활약을 할지 궁금하다"며 레전드 예우를 했다.

오진혁은 모두의 기대에 부응했다. 그는 26일 열린 남자 단체전에서 묵묵히 제 몫을 해내며 한국에 금메달을 안겼다. 2012년 런던에 이어 9년 만에 또 한 번 메달을 목에 걸게 됐다. 그는 한국 스포츠 사상 역대 최고령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이번 올림픽. 오진혁은 꿈을 이뤘다. 그는 대회를 앞두고 "이번에는 꼭 단체전 금메달을 따고 싶어요. 동생들에게 '다 같이 웃으며 돌아오자'고 말했어요"라고고 각오를 다졌다.

굳은 의지. 오진혁은 아픔까지 참아가며 활을 쐈다. 양궁 선수들은 고질적으로 어깨 부상을 가지고 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세 명의 선수 모두 어깨 부상을 안고 있다. 오진혁도 마찬가지다. 다만, 오진혁은 부상 정도가 더 강하다.

그는 2017년 오른쪽 어깨 근육이 끊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의사의 은퇴 권유까지 받았다. 현재 오진혁의 어깨 회전근 힘줄 4개 중 3개가 끊어졌다. 더 심해지면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받을 수 있는 정도로 알려졌다.

오진혁은 이를 악물었다. 그는 마지막 올림픽을 향해 달렸다. 오진혁은 "은퇴가 다가온 것을 알아요.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생각해요. 어깨가 좋지 않아요. 하지만 박살이 나도 좋아요. 하는 데까지 최선을 다할 겁니다.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싶어요. '올 인'이죠. 결혼해서 아들(5세)과 딸(4세)이 있어요. 아이들이 아빠가 양궁선수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요"라고 이를 악물었다.

'월클'의 투혼. 감동을 안겼다. "여러분도 저처럼 할 수 있습니다. 안 해서 못하는거지, 하면 다 할 수 있어요." 그는 전 세계의 박수를 받으며 다시 한 번 올림픽 챔피언에 올랐다. 40대가 돼 다시 이룬 꿈. 그의 존재감이 다시 한 번 빛났다.

도쿄(일본)=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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