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선 퇴출하면서.. 국내선 디젤 모델만 출시하는 폭스바겐

연선옥 기자 2021. 7.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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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차 인증은 유럽 기준 적용.."인증 비용 줄이는 전략" 분석

글로벌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탈(脫)디젤 추세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폭스바겐이 신형 티구안 역시 디젤 모델만 판매하기로 했다. 유럽에서는 가솔린·디젤뿐 아니라 하이브리드 모델도 판매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유독 디젤 모델만 출시하고 있어 소비자의 선택지를 좁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폭스바겐은 지난 22일 온라인으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2세대 티구안의 부분 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 신형 티구안을 공개했다. 폭스바겐은 외관 디자인이 변경되고 최신 편의 사양이 추가됐지만, 수입차 대중화 시대를 앞당기겠다며 가격은 이전보다 낮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 초 출시된 티록에 이어 티구안 역시 디젤 모델만 출시한다는 폭스바겐의 방침에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슈테판 크랍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이 지난 22일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발표하는 모습./폭스바겐코리아 제공

폭스바겐이 국내에서 판매하는 모델은 세단 제타·파사트GT·아테온과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티록·티구안·티구안올스페이스·투아렉 등 총 7종이다. 이중 가솔린 모델은 제타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디젤 모델만 판매되고 있다.

폭스바겐 측은 “전기차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내연기관차는 앞으로 10~15년은 계속 고객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며 디젤 모델을 출시하는 이유를 밝혔다. 슈테판 크랍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은 “티구안에 탑재된 EA288 에보(evo)디젤엔진의 경우 질소산화물 배출을 기존 대비 80% 감축하는 등 현존하는 폭스바겐 엔진 중 최고 성능을 자랑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2015년 배출 가스량을 조작한 ‘디젤게이트’ 이후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디젤 모델 판매는 크게 줄었다. 규제 강화로 부품 가격이 상승한 데다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하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디젤 모델 판매를 크게 줄인 결과다.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에 진입하기에 앞서 하이브리드 모델이 잇따라 출시되는 상황도 디젤차 판매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입 디젤차 판매량은 작년 상반기보다 38.6% 감소했지만 하이브리드 모델과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 판매는 각각 197.7%, 323.5% 늘었고, 전기차 판매도 66.4% 증가했다.

특히 폭스바겐은 본사가 있는 독일을 포함해 유럽에서 2030년까지 전체 판매되는 차량 중 전기차 비중을 70%로 높이고, 2035년에는 내연기관차 판매를 아예 중단할 계획이다.

폭스바겐이 공개한 신형 티구안./폭스바겐코리아 제공

유럽 디젤차 퇴출에 앞장선 폭스바겐이 유독 한국에선 디젤차 판매에 열을 올리는 상황에 대해 업계에서는 까다로운 인증 문제를 거론한다.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환경부가 인증을 위해 배출가스를 측정하는 방식은 휘발유·가스 차량의 경우 미국 기준인 CVS-75가 사용되지만, 디젤 차량은 유럽 기준인 WLTP를 적용한다. 폭스바겐이 유럽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을 국내에 출시하는 과정에서 유럽과 같은 방식으로 배출가스를 인증받은 디젤 모델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환경부 인증 절차는 굉장히 까다롭고 시간과 비용도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수입차 업체 입장에선 새로운 모델을 들여올 때 상당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이미 유럽에서 인증을 받은 모델을 국내에 수입하는 경우는 그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별로 세분화된 모델을 판매하고 있는 폭스바겐이 상대적으로 수입차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국내에는 인증 부담이 크지 않은 디젤 모델을 중심으로 판매하면서 비용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왼쪽부터 폭스바겐 '아틀라스' '골프', 그리고 순수 전기차 'ID.4'./폭스바겐코리아 제공

실제로 폭스바겐이 유일하게 가솔린 모델을 판매하고 있는 제타의 경우 유럽이 아니라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돼 북미 시장에 판매되는 모델이다. 국내 가솔린 차량은 미국 기준으로 인증을 받기 때문에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델을 들여오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셈이다. 또 폭스바겐은 “균형된 포트폴리오를 갖추기 위해 향후 가솔린 모델과 전기차 라인업을 추가하겠다”며 내년 골프와 티구안 올스페이스, 아틀라스 등 가솔린 모델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들 모두 북미 시장에서 판매되는 가솔린 모델이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 중 전기차 전환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폭스바겐이 전기차 시장에서 승부를 보기 위해 전략적인 선택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크랍 사장은 내년 상반기 브랜드 첫 순수 전기차인 ‘ID.4’를 시작으로 배터리 기반의 ID. 패밀리 모델을 차례로 국내에 선보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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