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말하는 김제덕의 '금메달 근성'.."못 놀아줘 시킨 양궁, 안 되면 밤새 될 때까지 하더라"[2020도쿄]

정다워 2021. 7.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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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일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 도쿄올림픽 남자 단체전 결승. 우승 확정 후 김제덕이 환호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우진과 오진혁. 도쿄 |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처음에는 못 놀아주니까 하고 싶은 것을 하라는 생각으로 양궁을 시켰죠.”

한국 양궁에 혜성 같이 등장한 ‘고교 궁수’ 김제덕(17·경북일고)은 초등학생 시절부터 두각을 드러낸 천재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국내 대회를 싹쓸이했고, 중학생이었던 2018년에는 유스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단체전, 혼성전 금메달을 획득하며 세계 무대에서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는 혼성전,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안산과 함께 2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대표선수가 아니었지만 이제 그는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궁수로 성장했다.

김제덕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우연히 양궁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말 그대로 ‘취미’ 수준으로만 생각했다. 김제덕 아버지 김철규(46)씨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사실 제덕이가 처음에 양궁을 할 때에는 단지 노는 정도로만 생각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연세가 많으셔서 잘 못 놀아주시니까 양궁을 하면서 노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즐기면 됐다는 생각뿐이었다. 당시에는 이렇게 선수가 될 것이라 상상하지 못했다. 제덕이가 양궁이 좋다고 하길래 ‘너 하고 싶으면 재미있게 해봐라’라고 했다”라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철규씨는 김제덕이 어린 시절부터 근성 하나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아이였다고 했다. 김철규씨는 “제덕이는 어린 시절부터 끈기, 근성이 대단했다. 하고자 하는 것은 어떻게 해서든 이루는 아이였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은 밤새 잠도 안 자고 한다. 양궁도 안 되면 될 때까지 하더라. 보통 어린 아이들은 안 되면 포기하지 않나. 제덕이는 달랐다. 나이에 비해 악착 같은 아이였다.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타고난 재능도 뛰어나지만 지금의 김제덕을 만든 것은 결국 노력이었다는 증언이었다.
김제덕의 초등학교 시절. 할머니와 할아버지, 아버지와 함께.제공 | 김제덕 부친 김철규씨.
인간적으로 김제덕은 우직하면서도 믿음이 가는 아들이다. 김철규씨는 지병으로 인해 몸이 좋지 않은데 아직 어린 아들은 할아버지, 할머니의 돌봄을 받으며 일찍 철이 들었고, 묵묵하게 자신의 일을 해냈다. 때로는 투정도 부리고 싶은 나이에도 김제덕은 어른스럽게 자랐다. 김철규씨는 “저에게 제덕이는 하나밖에 없는 귀한 아들”이라면서 “저도 그렇지만 제덕이도 경상도 스타일이다. 평소에는 무뚝뚝하다. 말은 한 마디씩 하지만 그렇게 많이 하지 않는다. 이번에 일본에 갈 때도 잘하고 오겠다고 간단하게 말하고 갔다.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래도 늘 아버지 걱정을 하고 잘 챙긴다. 아버지로서 마음 속으로 늘 미안하고 고마운 아들”이라고 말했다.

악착 같이 노력한 김제덕은 올림픽이 1년 연기된 틈을 타 국가대표가 됐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올림픽에서 금메달까지 획득했다. 혼성전에 이어 단체전까지 우승하며 금메달을 두 개나 목에 걸었다. 아버지 입장에서는 믿기 어려운 기적 같은 일이다. 김철규씨는 “제덕이가 올림픽에 이렇게 빨리 갈 줄 몰랐다. 언젠가 가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이번엔 생각도 못했다. 제덕이가 잘한 것도 있겠지만 그보다 좋은 코치 선생님을 만난 덕분인 것 같다. 코치 선생님이 옆에서 제 몫까지 챙겨주셨다. 제덕이가 어깨 통증이 심했는데 치료를 도와주신 분들도 있다. 그 분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덕분에 올림픽에 가는 시기를 앞당긴 것 같다”라며 어머니, 혹은 누나처럼 챙겨준 황효진 경북일고 코치와 치료를 후원해준 대구으뜸병원 이성만 원장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그는 “사실 혼성전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는 아예 하지 않았다. 단체전에서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일본에 갈 때도 연습한 만큼 최선을 다하라고 했다. 너무 욕심내지 않으니 후회 없이, 건강하게만 하라고 했다”라면서 “요새 아들 걱정하느라 잠을 거의 못 잤다. 올림픽이라는 대회에 아무나 나갈 수 없지 않나. 아들이 그런 큰 대회에 나가니까 저도 긴장이 많이 된다. 경기도 마음 졸이면서 힘들게 봤다. 좋은 결과가 나와 정말 날아갈 듯이 기쁘다. 우리 아들이 자랑스럽다”라며 웃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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